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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어제 밤 11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내가 겪고 쓰면서도 이게 무슨 말인가, 하루 지나고 보니 진짜 있었던 일인가 싶지만, 그랬다. 드레스샵 원장님은 예식 날까지 좋은 생각만 하면서 텐션과 컨디션을 유지하라고 하셨지만,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계단 내려가서 하루를 시작하기 싫고 나갈 채비를 마쳐도 너무 추워서 못 나가겠고... 그러나 막상 직장에 도착하면 할 일이 태산이니 몰입해서 와다다 일하다가 시간이 다 가고 집 가면 허무해진다. 게다가 결혼식을 준비하다 보니 백 이백은 우습게 쓰고 있는 중이다. 돈 자체가 우스워졌고,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낭비벽이 세게 발동하여 밤새 사고 싶었던 옷이나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을 즉각적으로 주문한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평생 꿈이었던 프랑스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을 것..

어제 어머니와 C와 나의 본식 드레스 최종 피팅을 하러 갔다. 둘은 의견이 같았고, 난 애매했다. 그래도 셋 다 일치했던 건 '디자인이 단순할수록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화려한 드레스의 분수에 맞지 않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고, 밝은 베뉴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거라 비즈 드레스에 미련은 없다. 하지만 무언갈 덜수록 더 괜찮다는 피드백에 소매도 없어지고 장식도 없어지고 이러다간 몸이 다 드러나게 생겼는데, 웨딩드레스가 신부에겐 예복이니 상대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겠다, 충실하겠다는 의미가 드레스에 담기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했기에 어머니와 C의 의기투합이 약간은 당황스럽다. 거울로 봤을 땐 군살뿐이고 관리를 하면 좋겠지만 여기에서 과업을 더하기 부담스러워서 모른 척하는 중이라 말랐다..
C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 전 청첩장 모임에서 내가 박사과정 가면 어떨까 하는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전했다. C는 이 내용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예전에도 자신이 가라고 하지 않았냐고, 얼마든지 진학해도 된다고 했다. 경제력을 잃게 될 것이 겁난다는 말에 "내가 있지 않냐."라고 했다. C의 존재와 내가 가난한 박사과정생이 되는 게 무슨 상관인가 싶어 처음엔 의아했지만, 찬찬히 들어보니 이해가 됐다. C는 주변의 실례를 들며 그 길에 들어서면 지금은 몰랐던 방도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언젠가는 박사과정을 밟고 싶었지만 그 시기는 막연하게 '나이 더 들었을 때'로 생각하였는데, 요즘 공부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지금이 적기일지도? 싶어 혹했다. 2급 자격증을 따면..

어제 오블완 챌린지를 빼먹었다. 집에 돌아와서 5시간은 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썼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직장에 너무 가기 싫지만 그만둘 순 없는 양가감정을 자기파괴적인 행동으로 다스리려고 하나? 이제 밤에 잠 안 자고 쓸데없는 행동한다는 이야기는 나도 너도 지겹다.오늘 내담자 한 명과 종결을 했다. 짧은 회기였는데 여러모로 상담이 효과 있었다고 해서 놀랐다. 그냥 내가 듣고 싶어 할 말을 배려랍시고 해 준 거 아닌가 싶고. 내가 한 말들이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의 부정적인 패턴을 강화할 만한 부적절한 말을 안 했는지 확신할 수 없어 신경이 쓰였다. 정서를 다뤄 주고 싶었으나 나도 약한 부분이라 인지맨 두 명이서 계속 뭔갈 정리하고 설명하고 이해하는 인지의 도가니탕이었던 것 같아서. 마지막..

생일에 일기 쓰는 일은 잘 없는데, 이렇게 시간이 났네. C는 아침에 뚝딱뚝딱 요리하더니 생일상을 차려 줬다. 그러고는 지인 결혼식에 가서 난 혼자 을 읽으며 미역국에 밥을 먹었다. 집을 좀 정리하고 정돈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검색도 했다. 결론은 체리색 몰딩은 취향이 아니지만 굳이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이걸 바꾸려고 할 필요는 없다, 는 것이었다. 집 근처 호숫가 산책도 했다. 15분쯤 걸었을 때 C를 만났다. 아름답고 청명한 날이었다. 생일마다 새로운 나이에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백 개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뭘 꼭 이루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더 넓고 하얀 집에서 살고 싶긴 하지만, 그걸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진 모르겠으니.. C는 지금도 야식인 연어를 손질하고 있다. 이런 게 행복이지.

심리치료 2개와 심리평가 1개와 내년 사업계획서 제출 및 생일 파티까지 한 (역시나) 바쁜 날이었다. 쓰면서 깨달았는데, 생일 선물로 받은 동료들의 편지를 놓고 왔네. 퇴근길에 읽으려 했는데. 아쉽다.집에는 청첩장 묶음이 도착했단다. 샘플 없이 바로 몇 백 개를 제작해서 어떻게 나왔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C와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청첩장 포장 작업을 할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하다. C와 요즘의 과부하에 대해 말하다가, 불안정한 연애 관계에 쏟던 열정과 갈망이 이제 일로 간 거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C와의 관계는 아주 안정적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다름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C는 내게 의지한다. 나는 그의 소망과 좌절과 상처를 안다. 앞으로도 알..

오블완 챌린지 좋다. 친구들도 글을 자주 쓰고 나에게도 글 쓰라는 알림이 오니까 티스토리에 자주 들어오게 된다. 쓰고 싶은 내용은 독서인데 자꾸 일기만 쓰는 게 마음에 별로 안 들긴 해도. 이번 달에 책을 3권 완독했다. 짧게는 1달가량, 길게는 1년쯤 묵은 것들이다. 누가 나에게 어떻게 독서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하였다. 1년 전에 읽다가 만 책도 흥미가 생기면 다시 끄집어 들고 바득바득 읽어나간다. 애초에 읽다가 '말았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읽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니까. 병렬 독서 목록 중 하나인 은 지금까지 30%를 봤다.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킬킬거리며 한 꼭지씩 보는 재미가 있다(다만 3권에 들어서면 등장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