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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50205 mercredi: (메리지)블루 본문
어제 밤 11시가 넘어서 퇴근했다. 내가 겪고 쓰면서도 이게 무슨 말인가, 하루 지나고 보니 진짜 있었던 일인가 싶지만, 그랬다. 드레스샵 원장님은 예식 날까지 좋은 생각만 하면서 텐션과 컨디션을 유지하라고 하셨지만,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계단 내려가서 하루를 시작하기 싫고 나갈 채비를 마쳐도 너무 추워서 못 나가겠고... 그러나 막상 직장에 도착하면 할 일이 태산이니 몰입해서 와다다 일하다가 시간이 다 가고 집 가면 허무해진다. 게다가 결혼식을 준비하다 보니 백 이백은 우습게 쓰고 있는 중이다. 돈 자체가 우스워졌고,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낭비벽이 세게 발동하여 밤새 사고 싶었던 옷이나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을 즉각적으로 주문한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평생 꿈이었던 프랑스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석사 할 때 돈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필요도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재정 상황은 비슷하다. 그렇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메리지블루가 배우자 선택의 적합성에 대한 의심에서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결혼을 앞두었고 일종의 '블루' 속에 있어, 나에게도 해당되나 생각해 보았다. C와의 관계는 전 연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우리는 친밀한 관계에는 갈등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걸 해결하려는 건강한 방식의 방향성이 같다(고 나는 느낀다). 갈등 상황일 때 내 존재와 인생이 흔들리는 것 같은 큰 불안과 아픔이 그와의 관계에서는 없다. 그는 내게 상처 주지 않는다. 많이 사랑해도 장기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 사랑하는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해되지 않는 점까지 귀엽게 바라보는 것 등도 즐거웠지만, 내 결론은 이거였다, 관계를 잘 지속할 수 없으면 사랑은 와해된다. 최고의 쾌감과 행복감, 빵빵 터지는 도파민을 선사하는 것보다, 서로 할퀴고 무시하고 아프게 하지 않는 사랑이 내가 원하는 사랑이었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톨스토이가 말한 것처럼, 연인 관계에서의 긍정 정서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부정 정서는 제각각의 이유와 강도로 데미지를 준다. 앞으로야 모르겠지만 현재의 C는 비교 상대가 없다.
아무래도 원하지 않는 점과 원하는 점이 뒤섞인 현재의 직장이 내게 주는 양가성이 진짜 문제이겠지. 어제도 밤 10시에 내담자가 온 거였으면 그렇게 소진을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아, 오늘 벌써 복싱장 등록 마지막 날이다. 이제 신혼집으로 이사를 가면 연장해서 더 다닐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꼭 가야겠지. 샌드백을 때리다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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