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 전 청첩장 모임에서 내가 박사과정 가면 어떨까 하는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전했다. C는 이 내용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예전에도 자신이 가라고 하지 않았냐고, 얼마든지 진학해도 된다고 했다. 경제력을 잃게 될 것이 겁난다는 말에 "내가 있지 않냐."라고 했다. C의 존재와 내가 가난한 박사과정생이 되는 게 무슨 상관인가 싶어 처음엔 의아했지만, 찬찬히 들어보니 이해가 됐다. C는 주변의 실례를 들며 그 길에 들어서면 지금은 몰랐던 방도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언젠가는 박사과정을 밟고 싶었지만 그 시기는 막연하게 '나이 더 들었을 때'로 생각하였는데, 요즘 공부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지금이 적기일지도? 싶어 혹했다.
2급 자격증을 따면 좀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뭔가 좀 알 것 같다는 자만심, 뭘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 1급 수련을 빨리 채우고 싶은 조급함 등으로 오히려 2급 수련생일 때와는 마음가짐이 아예 다르다! 부족한 점을 메우고 전문성을 보강할 생각에 하루에 한 번은 들을 만한 교육이 있는지 학회 게시판을 기웃거린다. 결혼식이나 신혼여행과 일정이 겹치는데 듣고 싶은 교육을 발견하면 아쉽기 그지없다.
오늘 일을 하나도 안 하고 심리학 박사과정에 대해 주야장천 구글링을 했다. 석사 입학만큼 정보가 많지 않았고,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 주였다. 어제 EFT 관련 교재의 북리딩이 끝났다. 다섯 번의 일요일 오전 시간을 썼다. 책은 감명 깊고 흥미로웠으나(정서중심치료의 정서 발현,,,^^), 일요일에 늦잠을 자지 못하니까 월요일의 컨디션 난조가 더 크게 느껴졌다. 지난 크리스마스부터 시작한 영어 공부도 다행히 매일 조금씩 하고 있는 중이다. C가 자신과 있는데도 내가 휴대폰만 보고 영어 공부를 한다며 삐질 때가 잦을 정도로. 하지만 이 모든 게 물 흐르듯 편안하지는 않다. 뻑뻑한 눈과 지끈한 머리를 부여잡고 능력과 컨디션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억지로 하는 느낌이다. 주위에 공부를 오래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타고난 머리와 좋은 환경, 노력하는 자세까지 겸비한 것처럼 보였고, 그런 모습이 늘 부러웠다. 박사 공부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들과 비슷한 모습이 되어 더 큰 인정을 받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석사 입시 때도 아는 선배 하나 없이 인터넷에서 자료 모아서 혼자 준비하고 공부했었다. 좋은 학교에 가고 싶다는 바람이 이루어져, 운 좋게 단번에 한 학교에 합격하였다. 내 학력을 부러워하는 사람에겐 우쭐한 마음도 들었다. 여전히 잘 들어보지 못한 이름의 학교는 가고 싶지 않지만, 박사를 뽑는 대학원을 살펴보니, 대학원도 결혼시장(?)처럼 커리큘럼이 훌륭하고 유명한 곳은 경쟁이 치열하고, 상대적으로 덜 그런 곳은 들어가기 수월한 것처럼 보였다. 뭐, 무엇보다 박사는 더욱 주체적인 공부가 필요할 것이기에 관심 있는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학교로 진학하여 내가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데, 무언가를 실제로 하는 것보다 고민하는 게 더 피로하다고 느끼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