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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C는 눈이 왜 이렇게 반짝이냐고 물었다. 일하다가 슬쩍 본 거울에서 컬러 렌즈라도 낀 마냥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C는 운전과 요리와 춤과 읽기와 나누기를 좋아한다. 나는 그가 좋아하는 몸이 들썩이는 음악을 찾는다. 조수석에 앉아서 틀고 싶어서이다. 그가 해 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몰래 설거지를 하고 싶다. 그가 춤추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함박웃음 짓고 싶고, 뭐든지 같이 하자는 말에 마지못하는 척 따르고 싶다. C의 집에 처음 간 날 그는 열쇠를 주겠다고 했다. 연인의 경계를 침범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몸속을 파고들 만큼 가까워지고 싶은 양가적인 내 마음 앞에 그는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정확하게 밝혔다. 여전히 인정하기 어렵고 온전히 즐기지도 못하지만 지금-여..
금요일에 C의 집에 처음 방문했다. 6월의 마지막 날, 강감찬 장군님께 빌었던 모든 소원이 다 이뤄진 셈이었다. 5시 퇴근을 예상했던 C는 급한 업무 요청에 6시에 회사에서 나왔다고, 그래서 집의 청소 상태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약속 장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그가 보였다. 나는 한 번도 그를 기다린 적이 없다. 그가 언제나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있거나 줄을 서거나 나를 데리러 오거나 무언가를 구경하며 있다. 찬은 많은 경우 나와의 약속에 늦었다. 늦거나 딱 맞춰 왔다. 찬에게는 늦는 건 좋으니 미리 말이라도 해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C에게는 요청할 게 없다. 이곳은 중요한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상식인 세상이다. 그는 편한 차림이었고, 내가 다가가자마자 보고 싶었다고 ..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지금 남자친구랑 결혼하고 싶다고 밝혔다. 엄마가 간밤에 엄청 좋은 꿈을 꿨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는데 나와의 통화가 그것 같다고 하셨다.
어제 태블릿으로 일기를 쓰다 잤는데 아쉽게도 휴대폰과 연동이 되지 않아 내용을 확인하거나 어디에 올릴 수 없다. 쓰면서 쿡쿡 혼자 웃을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이었는데, 유감이다. 다행히 지금 사무실이 널널해서 약간 끄적여본다. 2박 3일을 C와 보냈다. 뭐든 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할까 봐, 혹은 하기 싫어질까 봐, 심지어는 그를 떠나야 할까 봐 불안했다. 같은 문제가 닥친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설 작정이었다. 천국일지 지옥일지 모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지 않았으나 언제까지나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매도 먼저 맞는 심정으로 C를 호기롭게 집에 초대해 놓고 새벽 5시만 되면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했다. 그에게 안전함과 안정감을 벌써부터 느끼는 것 또한 생경해서 스스로를 끊임없..
오랜만에 회사가 좀 조용해서 글을 써 본다. 정신이 없다. 밤낮으로 C 생각뿐이다. 일상에 집중이 안 되고 해야 할(그러나 하기 싫은) 일을 번번이 미룬다. 진득하게 봐야 하는 책 같은 건 펴지도 않는다. 기나긴 출퇴근 시간에도 아무것도 안 한다. 뇌가 팅팅 불어버린 느낌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순풍에 돛 단 듯 평온하다. 일상을 나누고 약속을 잡고 때 되면 만난다. C는 자신의 계획에 나도 관심이 있는지 묻는다. 관심 있다고 하면 같이 가면 어떨까 제안한다. 싸이 흠뻑쇼 같은 데는 별로 가고 싶지 않지만, 그가 어딘가에 나와 함께 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이 좋다. C가 소개하는 자신의 취향과 살아온 인생의 궤적을 듣는 것이 즐겁다. 사람들을 챙기면서, 또 주변 사람들이 ..
스스로 생각했을 때 괄목할 만한 일을 했다. 시간 순서가 아닌 인상적인 것부터 기록을 하자면, C와 우리 집까지 걷다가 중간쯤 왔을 때 내가 말했다. 처음 봤을 때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시작은 연애를 막 시작한 친구들은 바쁘다는 말이었고, "연애 초기에는 다 그렇죠."라는 말에 나도 동의했고, 연애가 언제 끝났냐길래 연애를 막 시작한 내 친구를 가리키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고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최근에 끝났다는 내 연애에 대해 물은 것이었다. 나는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이미 다른 사람과 전 애인 토로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C에게 찬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어떤 말을 해도 안전할 것 같았다. 난 원래 연인이 될 확률이 있는 사람에게 전 애인 이야기를 하는 데에 인색하다.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