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타인의의미
- 예상문제
- 티스토리챌린지
- 지상의양식
- 문제풀이
- 아침에는죽음을생각하는것이좋다
- 진짜사랑은아직오지않았다
- 성
- 나랑하고시픈게뭐에여
- 사회불안장애
- 나귀가죽
- 오블완
- 상담심리사
- 독서리뷰
- 자기와타자
- 사람들앞에서는게두려워요
- 상담자가된다는것
- 피부는인생이다
- 고리오영감
-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 사건
- 결혼수업
- 도시와그불확실한벽
- 우리본성의선한천사
- 우리가사랑할때이야기하지않는것들
- 데카메론
- 도플갱어
- 탐닉
- 서있는여자
- 이선프롬
- Today
- Total
목록적바림 (169)
화양연화
그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같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를 지켜줘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한 번도 상처 받은 적 없는 듯이 늘 새롭게 내 기분을 맞춰주는 그가 안쓰럽다.
코로나 시대. 새로운 일과 새로운 남자, 이 두 가지가 나의 가장 큰 변화이다. 대학원생 때는 시간당 20만 원을 받는 상담사가 되기를 기원하였으나, 상담사로 사회에 발을 내딛으려면 연봉도, 복지도, 심지어 고용도 보장되지 않는 얼마인지 모를 얼마간을 감수해야 했다. 졸업이 다가와도 이게 정당한지,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결단이 서지 않았다. 때맞춰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다. 상담센터들이 문을 닫았다. 특히 관심 있었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들은 입사 서류를 받고 연락이 없다가 몇 달 뒤 채용이 연기되었던 거라고 뒷북을 치기도 했다. 그 사실을 몰랐던 나는 서류 광탈이 익숙해지자 상담 말고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더 이상 행정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과하게 투자한 학비를 보상받진 못하더라도 관련된 일을..
근황. 요즘 이웃 분들의 포스팅이 별로 없어서 나도 뜸해졌다. 그는 이전보다 이른 퇴근을 하고, 나는 운동을 안 한지 한 달이 넘었다. 친구가 된 직장 동료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퇴사했다. 오랜만에 집을 돌보았다. 택배들을 대충 정리했다. 조르바와 밀 파티를 즐기며 깊고 긴 대화를 나누었다. 책 한 권을 완독했다. 집에 있는 다이어리를 폈다. 임상심리사 교재도 펼쳤다. 셋 다 얼마만에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자신이 안 해도 될 줄 알았던 설거지를 마친 그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고독과 몰입의 상반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는 고독과 외로움이 뭐가 다르냐고 했다. 일단 같다고 생각하라 말했지만, 난 저자가 아니니 알 도리가 없지.
HT와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그는 예쁘장한 외모에 장난이 심했다. 그를 좋아하긴 힘들었지만, 누가 물으면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4학년이 되기 전에 집 근처에 생긴 학교로 전학 갔다. 그래도 서로 아는 친구들에게 종종 소식을 들었다. 수능 이후에 그는, 공부하겠답시고 저장된 연락처를 거진 다 지우고 휴대폰 번호를 바꾼 나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했다. 버스 타고 하교하는 모습을 봤다나. 소도시 학생들의 조밀한 연락망을 피해 갈 수 없었던 나는 그와 꽤 친해졌다. 해안 도로에서 자전거를 탔고, 를 보러 디브이디 방에 갔지만 실망했고, 그가 JJ에게 장난 전화를 걸도록 부추겼다. 그는 평생 갈고닦은 내 취향의 책과 영화들을 봐주었고, 듣도 보도 못한 관점으로 혹평을 날..
그의 퇴근이 두 시간 빨라졌다. 서로 먼저 씻으라고 아우성치고, 늦장 부리면서 게임하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책을 읽었다. 선물 받은 이슬아 작가의 을 읽다가(너무 고마워!) 많이 울었다.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생각이 정리되기 전에 눈물부터 났다. 순수하고 기발한 아이들의 세계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북돋아 주는 어른 때문일까. 누가 어떻게 보든지 상관 않는 날들이다가 문득 그가 나의 특정 모습을 밉게 여길까 우려되었다. 궁금한 건 바로 물어볼 수 있는 게 우리 관계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이다. 그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뜸을 들였다가, 머리 말리는 모습조차 늘 새롭게 느껴진다며 지겹지 않아서 내가 좋다고 했다. 그가 말을 잠시 멈췄을 때 '이 표현이 과연 적당한가?' 한 번 고민했다는 ..
만 스물아홉의 첫 날은 축하와 감사가 넘쳤다. 찬은 귤 업체를, 조르바는 곱도리탕 매장을 궁금해하였다. 레베카~~~~!
신대방에 친구 만나러 간다는 현을 지하철 태워 보내고, 부모님을 서울역에 모시고 갔다. 날씨가 포근했다. 뭘 자꾸 사주겠다는 걸 만류하고 좌석을 꼼꼼하게 점검하여 부모님을 앉혔다. 가족들의 복귀에 최선을 다한 뒤에는 찬의 동네로 향했다. 전날 늦게 약속이 있었던 그는 아직 잠자리였다. 오랜만에 보니 애틋했다. 그는 내 생일 전날이자 주말인 오늘을 위해 식당에 예약했다.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함정은 가고 싶다고 다섯 번 말하고 근처를 지날 때 손으로 가리키기도 했던 파스타 집이 아닌, 오마카세라는 것. 아무렴 어때, 마음이 중요하지. 그러나 오마카세 자체가 고가인 요리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이었기에 사실 그는 마음만 쓴 건 아니었다. 신사 쪽에 있는 가게로 택시 타고 편하게 갔다. 하루에 기차, 지하철, ..
가민 시계는 17,124보를 걸었다고 측정했다. 아이돌 저리 가라 할 만큼 빠듯한 일정이었다. 우선 숙취를 이기고 일어나 집을 치워야 했다(벌써 최고 난이도). 가족들이 우리 집에 오는 게 반갑기도 했지만, 최근에 엄마와 심하게 다투고 나서는 다음에 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서 손님맞이 준비 중 첫 단계인 집 청소에 도달이 늦었다. 급한 대로 분주하게 몸을 움직였다. 전날 (지인에서)친구(먹은 이)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도르 남자 친구 잘생겼잖아!" 아니라고 방어했는데, SNS를 맞팔로우 하는 B가 사진을 봤다고 했다. 몇 안 되는 나의 팔로워 중 몸짱이 한 명 있어서 계정을 확인했으며, 필시 그 사람이 도르의 남자 친구라는 것이었다. 찬은 단연 그 이야기를 좋아하였다. 친구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