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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어렸을 땐 나를 두고 고집 있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마음 감추기를 좋아했고, 사람들은 상대를 위하는 나에게 쉽게 착하다고 말했다. 무르고 맹해 보이는 친구들은 괴롭힘을 당하곤 했지만, 나에겐 아무도 안 그랬다, 돈을 벌기 전까지는. 하긴 사회에 나와서 만난 그런 사람들은 나만이 아니라 모든 타자를 괴롭게 하였다. 그래서 내가 착해서 혹은 못나서 누군가의 타깃이 된다는 생각은 좀처럼 해본 적 없다. 나의 갈등 회피적인 성향과 좋은 운 때문에 나쁜 사람들을 별로 만나지 못한 줄 알았으나, 몇 번의 사주를 본 경험에서 "고집"이 나를 지켰다는 걸 알았다. 나름 착해 보이지만 말을 잘 들을 것 같지 않은 분위기, 고집은 내 사주에도 나타나 있었다. 부모님이 잔소리 없이 나를 키워낸 이유도 관심 없는 건..
게이밍 노트북을 산 뒤 심즈에 미쳐 근무 시간 외 모든 일상이 심즈로 귀결되었다. 그에게서 오는 연락도 못 받기 일쑤다. 할 일은 더 늘었다. 새해가 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진 데다가 4월에 임상심리사 2급 실기 시험을 쳐야 하고, 6월에는 이사도 가야 한다. 운전면허도 1종으로 다시 따야 한다. 할 일들을 전혀 하지 못하고 회사와 심즈에만 시간을 쓰는 나는 출처 불분명한 짜증과 고성과 심술이 늘었다. 부지런한 벌꿀로 거듭난 찬은 더 이상 안 되겠는지 내 팔을 붙잡았다. 아이를 잘 훈육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이의 양팔을 붙잡고 못 움직이게 한 다음에 요구하는 바를 말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찬이 딱 그랬다. 날 앉힌 다음 양팔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벗어나려고 아우성을 쳤는데도 오늘은 안 봐줄 거라..
모든 경우의 수를 막론하고 심즈를 해야 하는 이때, 나를 티스토리로 불러들인 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 바로 순대. 나에게 순대는 외로움의 음식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한 번씩 순대를 사주곤 하셨는데, 따끈따끈하고 야들야들한 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혼자 살면서 걷잡을 수 없이 순대가 먹고 싶은 날이 생겼다. 그래서 이사를 하면 맛있는 순대가 대기하고 있는 순대 맛집을 찜해두곤 했다. 이른바 순세권이랄까. 고향에서 가족들과 몇 달 같이 살다가 다시 이사 나왔을 때 그동안 순대를 한 번도 안 먹었다는 걸 알았다. 그때 순대가 외로움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 집 옆에 '태양의 맛'이라는 가게가 있다. 맞다. 상호 참 특이하다. 이사하기 전에도, 이사를 하면서도, 이사 오고 나서도 그 가게를 보았다. 하지..
지난주 내도록 그에게 어찌나 짜증을 냈던지 그가 나를 진정시키느라 식은땀을 몇 번이나 흘렸다. 역추적을 해 보니 이유는 바로 '회사'였다. 일이 많아서 짜증 난다. 오늘 아침은 일찍 출근해서 청소까지 하려니 더 그렇다. 함께하다가 이곳을 떠난 이들이 '청소+권태기=청태기'가 가끔 온다고 말했는데, 입사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내게도 이제 적용되는 걸까. 가만히 있어도 손과 발이 시린 이 아침에 잠 덜 자고 일찍 출근해서 해야 하는 일이 청소라니. 자기 전에 를 보았다. 기괴하고 폭력적이라 무서웠지만, 15세 이상 관람가인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 미국에서 R등급을 받았다는 걸 안 것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였다. 세상이 망했는데도 희망을 찾으러 떠난 이들이 있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매일 깨끗한 물로 씻을..
매우 찾고 싶은 노래가 있었다! 올드 팝송이고, The Platters의 'Smoke gets in your eyes'랑 살짝 비슷하고, 제목인가 가사에 tears가 들어간다는 단서가 있었다. www.youtube.com/watch?v=H2di83WAOhU 참고 자료스 고등학생 때부터 10년 가까이 들었던 오디오는 CD도 재생되는 꽤 좋은 성능의 것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자취방으로 이사 가면서 나는 그 오디오와 CD장에 꽂혀 있던 CD 몇 장을 챙겼다. 우리 가족은 음악 마니아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아니었는데, 집에 음악 CD가 유독 많았다. 그 CD들은 자켓 이미지가 비슷하여 언뜻 보아도 세트였다. 나중에 원룸에서 보니 CD에 비닐 포장까지 붙어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게 우리 집에 있었음에도 아무도..
분이 안 풀린다. 여러 번의 경험으로 소중한 관계에서만큼은 회피 안 하겠노라 다짐했지만, 이제 그냥 놓고 싶다. 잘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그 기록이 손에 있고 자꾸 보기 때문일까? 없는 셈 치고 안 보면 나아지려나? 궂은일 했다고 애지중지 카타코토의 카레를 들고 퇴근길 사람들을 비집었던 그때 그는 사케니 하이볼이니 주종 고르기에 바빴다는 게, 내가 어디까지 아는지 말 안 하면 자기도 입 다무는 게, 넘어가기 힘들다. 처음엔 왜 그랬는지가 궁금했고, 다음엔 왜 감췄는지가 궁금했는데, 그 다음엔 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헝클어졌다. 나랑 다른 거 알지. 내가 하는 걸 그는 안 하고, 내가 못하는 걸 하는 사람이라는 거 알지. 그래서 어떤 사람이라는 건데? 시원치 않은 그런 대..
얼마 전에 만난 EJ는 최근 애인과 헤어진 소회를 밝혔다. "아쉽긴 하지만, 원래 없었던 것이고, 꼭 있을 필요도 없는 건데." 찬과 한 몸처럼 붙어 있는 나에게도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어제 그의 거짓말을 알아차렸다. 오늘 예정된 저녁 약속의 주인공은 친한 남자 동생들이 아니었다. 미분당 쌀국수를 먹었던 날 메시지를 보냈던, 내 생일날 찬이 정류장에서 함께 버스를 기다려줬던, 그의 사진과 영상들을 그에게 잔뜩 보내던 바로 그 여자와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그는 내가 물증을 들먹이니까 그제야 사실을 실토했다. 실망스러웠다. 그가 너무 솔직해서 나를 불편하게 할지언정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초지일관이었다. 내가 싫어하니까, 내가 걱정할까 봐 그랬단다. 나..
MJ가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당사자는 아니라고 했다. 전말은 이랬다. MJ는 여러 차례의 소개팅 끝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빨리 결혼하고 싶어 했다. 그들은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둘은 웨딩플래너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둘 사이에 균열이 일어났다. 가까스로 관계가 회복됐지만 더 이상 결혼 이야기는 나누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남자 친구를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었던 딸이 남자 친구를 인사시키고 웨딩플래너와 만났다는 사실을 안 그녀의 부모님은 언제 결혼하냐고 그녀를 채근했다. 내가 "너 결혼해?!?!?!!"라고 했을 때 MJ는 남자 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을 무렵이었단다. 그녀의 입장이 참 곤란하겠다 싶었다. 애인이 거리끼는 행동을 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