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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토요일에 부동산에 갔다가 그 근처 사는 Y와 커피라도 마시기로 했다. 일요일에는 정밀 검사를 받으러 산부인과에 간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에 환자만 들어올 수 있다고 하여 찬은 카페에서 책을 읽겠단다. 내 용무가 끝나면 근처 맛집이라고 소문난 중국집에 갈 예정이다. 요새 하는 업무는 해도, 안 해도 표가 안 나서 자꾸 미루게 된다. 야근을 하면 진도가 좀 나갈 것 같은데, 출근해서는 야근 뽐뿌가 오지만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그 결심은 애초에 한 적 없는 양 스르륵 사라진다. 6시가 되면 누구보다 빠르게 회사 밖을 나선다. 지하철에서는 어떻게든 앉으려고 기를 쓰고, 자리를 차지하면 무조건 존다. 꾸벅꾸벅. 어차피 집 가까이 가면 절로 눈이 떠지니 괜찮다. 집에 가면 회사나 직무 따위가 낄 틈이 없다. 하지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자는 학용품을 산다. 그게 인생의 진리다. 그래서 퇴근길에 아무 문구점에나 들어갔다. 사장님은 모니터에서 뭘 보고 계시는지 인사를 받지 않았다. 구매자들의 근사한 취향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듯 따분한 물건들이 가득한 그곳은 그마저도 잘 안 보였다. 나는 도라에몽 가방에서 안경을 찾을 바에야 아주 가까이에서 학용품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어차피 손님도 나뿐이었다. 목표는 노트 구입. 예쁘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고 사용하는 모습이 상상 가지 않는 노트들 틈에서 내가 원하는 노트를 그려보았다. 새로 공부하는 내용들로 처음부터 끝까지 꽉 채워진 노트, 색색깔의 반듯한 글씨로 정리된 노트, 그 한 권만 들고 있으면 고사장에서 마음 든든한 노트, ... 하지만 펜을 들기도 전에 노트 사용 분량..
깊은 대화 끝에 그와 함께 살지 않기로 했다. 혼자 사는 삶을 다시 살아낼 수 있을까 싶지만,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상황과 감정들이 이해되었다. 이해되니까 마음이 편했다. 중기청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다. 따수 님이 잘 정리해놓으셔서 가져왔다(줍줍). 2021년 하반기에는 어떤 집에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설렌다. https://blog.naver.com/grandact7/222028845537 중기청 전세대출 기록, 발품부터 계약까지 총정리(80% 후기 1탄) 28세, 스타트업 청년의 중기청 도전기 정말 오랜만에, 맛집 등이 아닌 내가 쓰고 싶어서 각잡고 쓰는 정보... blog.naver.com
자궁경부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아니, 섹스도 안 하는데! 그를 만나면서 병원 갈 일이 종종 생겼다. 일단 자는 시간이 많이 늦어진 데다가, 나이가 있으니 노화 또한 가속화되었겠지. 병원에 가면 무조건 면역력이 떨어졌느니, 피곤해서 그렇다느니 쉽게 말했다. 피로는 나를 삼켰다. 증상은 약을 먹으면 괜찮아졌지만 몸은 전보다 확실히 나빠졌다. 정말인지 그를 탓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가 술담배를 끊고, 건강해지는 음식을 먹고, 퇴근 후 헬스장 입장을 습관으로 들인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을텐데 안 하는 거니까. 밤늦게 그를 만나는 것도 스스로 사서 하는 고생이다. 안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버리고야 마는 온전한 나의 선택. 종종 퇴근길 지하철을 함께 탄 남자들이 멋있어 보일 때가 있다. 사..
쓰다만 일기가 도대체 몇 개인지. 하고 싶었던 말을 끝내지 못한 건 아쉽지만, 새로운 달(月)이 밝았으니 새로운 글로 넘어간다. 여러모로 오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기대했던 6월. 여행이 끝났으며, 아등바등 준비했던 시험의 결과가 곧 나오고, 본격적으로 이사할 집을 찾아야 하는 때이다. 제주에서 찬과 하루에 한 번씩 크게 다퉜다. 여행 가기 전부터 한두 번 삐걱댄 게 아니어서 사이가 나쁜 때에 괜히 여행 일정을 잡은 것인지, 아니면 여행이라는 커다란 사건 때문에 긴장과 불안이 고조된 것인지 가늠이 안 되었다. 이유야 어떻든 둘 다 반갑지 않은 일이었고, 종종 이번 여행을 총망라하여 계획한 이가 바로 나라는 사실이 후회되었다. 나는 차분해 보이지만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고, 절대 돌아가지 않을 옛 연인의 꿈을 ..
오랜만에 가까운 사람들과 만났다. 5인 이상 집합 금지이기도 하고, 애초에 관계도 넓지 않아 모인 사람의 수는 셋. 은희경은 3이 좋은 숫자라고 했다. 세 명이 모이면 늘 그 구절을 떠올린다, 3은 정말 좋은 숫자야. 최근에 찬과 더할 나위 없는 관계에 도래한 나는 만족에 휩싸인 채 약속 장소에 나갔다.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가 정말 잘생겨 보인다. 예전에 몰랐던 게 이상하다. 사람들이 칭찬해도 내 눈엔 그렇게 안 보여서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었거든요. 정말 연예인 같다니까요? SNS에 자기 아이 사진 많이 올리는 이유가 너무 예뻐서래요. 찬에게 그런 기분을 느껴요. 너무 사랑스러워서 여기저기에 다 올리고 싶어요. 그가 제일 멋있을 때는 씻고 문 열었을 때인데, 씩 웃으며 "귀여운 도르링"이라고 하면서 젖..
오랜만인 공간. 준비하는 시험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제 찬이 심하게 장난을 쳐서 잔뜩 심술을 냈는데, 나를 달래려고 재롱부리는 그를 보니 너무 귀엽고 소중해서 마음이 풀렸다. 이런 식으로 심술부리는 행동이 강화를 받나 싶기도 했지만, 그건 내가 종일 심리학의 물결에서 헤엄치느라 뭐든지 심리학 이론을 끌어들여 이해하려다 생긴 오류일 수 있으니 더 깊이 생각 안 하련다. 며칠 뒤면 그와 만난 지 일주년이 된다. 그는 여전히 청량하다. 몸은 난로처럼 뜨겁고 매일 덥다고 이불을 차지만, 나에게 서늘하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이제 그는 머리 싸매지 않아도 바로 입고 나갈 수 있는 사복이 몇 벌 생겼고, 화나면 심호흡을 하고, 새로운 직장에서도 능력을 발휘하여 많은 이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중이다. 많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