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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일이 많다. 하지만 평생 이 일을 할 것도 아니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 8월은 뭉텅뭉텅 지나가는 느낌이다. 2020년부터 2022년에 이직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어느새 그 시기가 꽤 가까워졌다. 내가 원하는 일은 바로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이다. 일단은 올해 상반기 경찰공무원 경력경쟁채용시험 공고를 참고하여 내년 한 해의 계획을 세워 보았다.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은 지난 몇 해 동안 상반기에 40명씩 뽑았다. 가끔 하반기에도 추가로 뽑았지만, 2022년은 아닐 확률이 높다. 내가 노리는 것도 2022년 상반기 경채이다! 단 40명 안에 들어가는 것. 올해의 경쟁률은 3.1:1이었다. 전체 경쟁률의 의미가 적은 건 지역별로 TO가 나기 때문이다(예컨대 인천은 1명을 뽑는데 1명이 지원했..
아픔만 남은 재택근무가 끝났다. 부서장은 이렇다 할 공지를 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타 부서원으로부터 재택근무가 연장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빨리 접했고, 뭐, 큰 기대도 없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구부정한 허리로 몇 시간씩 있다가 밤이 되어 잘라치면 뻐근하니까 할라아사나, 우스트라아사나,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등을 열심히 했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요가 동작을 해온 요기(Yogi)이고, 특히 허리가 제법 유연하다. 허리를 활처럼 꺾으면 시원해지고 통증이 줄어들 줄 알았다. 어제는 새로운 헬스장 등록 일정이 있었다. 찬이 얼마 전부터 그곳에서 운동하기 시작해서 주말에라도 같이 운동 다니면 좋을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등록을 마치자마자 허리가 아프다는 나의 말에 그는 단단하고 돌기 있는 폼롤러를 주면서 ..
그의 이종사촌 형과 그분의 아내에게 초대를 받았다! 지난가을에 처음 만난 언니는 임산부였는데, 한강에 비바람이 몰아치자 그곳에 모인 친인척 외 1인을 집으로 호기롭게 인도했더랬다. 언니는 선선하고 야무진 사람처럼 보여 단번에 호감이 갔다. SNS에서 본 아기는 너무 귀엽고 잘 웃었다. 순한 기질이 영상과 사진을 뚫고 나왔다. 찬은 나와 헤어졌을 때 아기를 만나 보고 홀딱 반하여, 나와 만남을 재개하게 되면서 제일 먼저 사촌 형 댁의 문을 두드렸다. 같이 가서 아기를 꼭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언니는 아기를 막 재우고 파스타와 피자를 대접해주었다. 6년 연애를 마치고 결혼한 커플의 여행 사진이 집 곳곳에 걸려 있었다. 가전으로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오빠(마음에 안 들지만 뭐라고 칭해야 하는지 모르겠다)의 ..
출근해서 일이 잘 안 되어 머리를 굴리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그와 계속 만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배가 불러 좀 걷다가 빨래도 하고,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잠든 평온한 하루였다. 그렇게 속상함 메들리가 끝난 줄 알았으나 또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이용할 걸 이용해야지, 어떻게 이 순진한 어린애를 이용하냐, 미친놈들. 그의 눈물이 불러온 건 분노였다. 화가 나서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쓰다듬기만 했다. 그게 그날 저녁 내내 느꼈던 교훈이라서 일단은 가만히 있었다. 나랑 헤어질 생각했던 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자책했다. 다음 날 아침에 혼인신고를 하러 관악구청에 가자는 그에게 "안 돼,..
토요일부터 숙취가 해결되지 않아 몸져누워 있다가 그래도 W를 만나고 싶어 약을 사들고 음식점에 갔다. 약을 복용하는 간단한 행동도 정신이 혼미하고 눈물이 나서 잘 못했다. 가게 안 손님들이 때맞춰 다 나간 게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W는 나쁜 내 상태에 깜짝 놀라며 좋은 말들을 해주었다. 그가 제일 강조한 건 "찬을 만나러 달려가는 것 말고 다해."였다. 나는 그리움의 늪에 빠져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건 그를 만지는 것, 같이 밥 먹는 것, 안고 자는 것 이렇게 세 가지였다. 그동안 찬이 아닌 다른 사람도 가능할까 싶어 다른 누군가를 만지고, 같이 밥 먹고, 옆에 두고 자는 것까지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떤 건 너무 꺼려져서 시도조차 불가능했으며, 시도에 성공했다고 해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