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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불닭볶음면을 익히면서 쓰는 확진자의 일기. 여태 바빠서 티스토리에 소홀했는데, 격리되다 보니 여유가 났다.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팀원들 중 확진자가 대거 생겼다. 기분 탓인지 3월 첫째 주부터 나도 목이 약간 칼칼했다. 미세먼지 때문인 것 같았으나 혹시 몰라 3/8(화) 출근길에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3/11(금)은 피해자심리전문요원 1차 구술시험 공고가 나는 날이었다. 1차 시험은 전체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고 준비하기도 까다로운 데다가 수험번호가 앞 번호라 시험을 언제 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9시부터 홈페이지에 들락날락거렸지만 퇴근 시간이 됐는데도 무엇도 올라오지 않았다. 오후 7시가 넘어서 뜬 공고에서는 나의 시험일이 바로 오는 월요일(3/14) 오전 9시라..
오늘은 2022년 상반기 경찰공무원 경력경쟁채용시험의 원서접수 마감일이었다. 준비해야 할 게 많은 줄 알았는데, 주민등록등본 같은 서류들은 1차 시험을 합격한 사람만 제출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이버 경찰청 인터넷 원서접수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지원 분야에 들어가서 1종 운전면허를 비롯한 가산점을 안겨줄 자격증들의 정보를 입력하고(채용 과정 중에 따는 자격증은 추후에 입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했다), 직무수행계획서와 증명사진만 제출하면 되었다. 직무수행계획서는 응시자격 해당사항, 관련 학위, 관련 근무(연구)경력란이 1페이지, 자기 소개란이 1페이지, 주요 경력란이 1페이지, 마지막으로 직무수행 계획을 2페이지 내로 작성해야 했다. 특히 자기 소개부터 직무수행 계획은 4페이지 내로 작성하는 것..
G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텍스트보단 음성으로, 음성보단 대면으로 소통하는 걸 더 좋아하는 친구이다. G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좋았다. 그게 나를 편하게 해 주어서 별일 아닌 일도, 별일도 그에겐 소상히 말할 수 있었다. 통화 말미에 그가 그랬다. 내가 너무 밝다고. 나처럼 사회성이 좋은 사람 앞에서는 눈치 보거나 불편해지기도 한다고. 자신을 막 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진솔하게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그의 용기가 부러웠고, 사회성은 내가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덕목 중 하나인데, 그의 말에 정말로 놀랐다. 그리고 나에게 너무 밝다고 평했던 다른 이가 생각났다. 그땐 썩어 문드러진 속은 안 보이고 마냥 밝게만 보이는 게 억울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내가 상대를 주눅..
그동안 5주 연속 PCR 검사, 제주도 여행, 사주 한마당 등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았는데, 다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희망찬 2022년의 "이직"에는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지난 주 수요일(19일) 사이버 경찰청 채용공고에 '2022년 경찰공무원 채용 시험 계획'이 떴다. 2022년 상반기 채용 공고가 2월 25일(금)에 뜬다는 건 공지되었지만, 그 전에 올해 어떤 분야의 경찰공무원을 얼마나 뽑을 것인가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매해 상반기에 40명씩은 꾸준히 뽑았던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을 올해는 35명으로 감축하여 채용한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공채의 상반기 채용 인원도 작년보다 올해 많이 줄었다. 또한 작년에는 공채와 경채의 합격발표일이 달랐는데 이번에는 동일하다는 게 ..
그와 나는 대학원 면접 때 같은 조였다. 그는 내가 떨어질 줄 알았고, 나는 그가 떨어질 줄 알았다. 한창 바쁘게 교류해야 할 첫 학기에 그는 무슨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학교 행사에서 모습을 감췄고, 수업 시간에 멀찍이 앉아 있는 그를 발견하곤 '용케도 붙었네.' 생각했다. 조교였던 나는 동기들의 학생증이 나왔을 때 학과 사무실로 가지러 오라는 공지를 했는데, 그때 그가 나보다 1년하고도 하루 일찍 태어났다는 걸 알았다. 그와 본격적으로 대화를 한 건 어느 술자리에서였다. 그는 내담자가 필요하다는 나의 말에 언제부터 상담할 수 있냐고 물었다. 요즘 상담 필요한 사람들 너무 많아, 너한테 상담 받을 만한 사람 생각났어, 이런 말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진짜 소개를 해 준 사람은 없었고 나도 자신이 없어..
11월의 마지막 날, H를 만났다. 전날 몸이 안 좋아서 조퇴를 하고 훠궈를 잔뜩 먹은 나는 팅팅 부은 얼굴과 여전히 별로인 컨디션과 품이 너무 커서 덩치를 곱절로 만드는 애인의 패딩과 추운 날씨를 들먹이며 날을 잡아도 이렇게 잘못 잡을 수가 있나 싶었다. 다른 날 보자고 하지 않은 것은 더 이상 그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구 남친이 아니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잖아? 친구 보는데 멋 부려봤자 뭐해? 그러나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얼굴에 분을 바르고 눈꼬리를 길게 빼고 있었다. 화장도 너무 오래 안 했는지 거울을 보니 옛날 얼짱 스타일이었다. 진이 빠진 나는 다시금 '잘 보여서 뭐해!'를 속으로 외치며 회사를 빠져나갔다. 처음엔 분명 쭈뼛거렸는데 안..
C와는 여행지에서 알게 되었다. 그는 일행이 있었고 나는 혼자였다. 함께 술을 마시다가 그들은 내가 계획한 행선지와 숙소에 같이 가기로 했다. 그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 닮아 있었다. C는 아기를 갖고 싶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결혼의 목적이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휴대폰 화면에 빛이 들어올 때면 그의 오랜 애인을 볼 수 있었다. C는 가끔 무서운 목소리로 “아, 또 시작이네.” 혼잣말을 했다. 휴대폰이 불나듯 울릴 때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그의 애인은 그와 연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처음을 함께했으리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기어코 오곤 했다. 말로 정리가 안 됐다. 하지만 어떻게 언어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나. 텔레비전을 보다가 감동적이라며 그가 눈..
F는 약속 장소가 뻔히 있는데도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가게 앞에서 "집에 가고 싶다!" 소리 냈다. 그와 시간을 보내는 게 괜한 결정이었을까, 스스로를 채근했다. 뭐, 수 틀리면 좀 앉아 있다가 몸 안 좋다고 집에 가도 될 일이지. 코로나 시국에 몸이 안 좋은 건 귀가의 타당한 이유이니까. 그냥 가게에서 기다리겠다고 답장하고 맥주를 먼저 시켰다. 레드락은 시원했다. 습한 날씨와 약간의 짜증도 가라앉혀 주었다. F는 긴장한 것 같았다. 말을 잘하다가도 끝에 가면 길을 잃고, 휴대폰으로 나에게 보여주려던 것을 찾다가도 그게 뭐였는지 까먹었다. 그가 나를 예쁘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 그건 아주 오랜 망각에서 건져 올린 알아차림이었다. F는 나와 있었던 일들을 여러 차례 나열했다. 언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