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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10830 lundi 본문
F는 약속 장소가 뻔히 있는데도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했다. 나는 가게 앞에서 "집에 가고 싶다!" 소리 냈다. 그와 시간을 보내는 게 괜한 결정이었을까, 스스로를 채근했다. 뭐, 수 틀리면 좀 앉아 있다가 몸 안 좋다고 집에 가도 될 일이지. 코로나 시국에 몸이 안 좋은 건 귀가의 타당한 이유이니까. 그냥 가게에서 기다리겠다고 답장하고 맥주를 먼저 시켰다. 레드락은 시원했다. 습한 날씨와 약간의 짜증도 가라앉혀 주었다.
F는 긴장한 것 같았다. 말을 잘하다가도 끝에 가면 길을 잃고, 휴대폰으로 나에게 보여주려던 것을 찾다가도 그게 뭐였는지 까먹었다. 그가 나를 예쁘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 그건 아주 오랜 망각에서 건져 올린 알아차림이었다. F는 나와 있었던 일들을 여러 차례 나열했다. 언젠가 당신은 너무 잘 잊는다, 고 핀잔을 준 적이 있었다.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는 노력했다. 고마웠다. 어떤 일은 함께 겪었던 일이라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그런 경험이 좋았고 나에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나는 기억나는 척했다. 우리는 계속 서로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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