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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지금 남자친구랑 결혼하고 싶다고 밝혔다. 엄마가 간밤에 엄청 좋은 꿈을 꿨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는데 나와의 통화가 그것 같다고 하셨다.

어제 태블릿으로 일기를 쓰다 잤는데 아쉽게도 휴대폰과 연동이 되지 않아 내용을 확인하거나 어디에 올릴 수 없다. 쓰면서 쿡쿡 혼자 웃을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이었는데, 유감이다. 다행히 지금 사무실이 널널해서 약간 끄적여본다. 2박 3일을 C와 보냈다. 뭐든 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할까 봐, 혹은 하기 싫어질까 봐, 심지어는 그를 떠나야 할까 봐 불안했다. 같은 문제가 닥친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설 작정이었다. 천국일지 지옥일지 모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지 않았으나 언제까지나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매도 먼저 맞는 심정으로 C를 호기롭게 집에 초대해 놓고 새벽 5시만 되면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했다. 그에게 안전함과 안정감을 벌써부터 느끼는 것 또한 생경해서 스스로를 끊임없..
오랜만에 회사가 좀 조용해서 글을 써 본다. 정신이 없다. 밤낮으로 C 생각뿐이다. 일상에 집중이 안 되고 해야 할(그러나 하기 싫은) 일을 번번이 미룬다. 진득하게 봐야 하는 책 같은 건 펴지도 않는다. 기나긴 출퇴근 시간에도 아무것도 안 한다. 뇌가 팅팅 불어버린 느낌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순풍에 돛 단 듯 평온하다. 일상을 나누고 약속을 잡고 때 되면 만난다. C는 자신의 계획에 나도 관심이 있는지 묻는다. 관심 있다고 하면 같이 가면 어떨까 제안한다. 싸이 흠뻑쇼 같은 데는 별로 가고 싶지 않지만, 그가 어딘가에 나와 함께 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이 좋다. C가 소개하는 자신의 취향과 살아온 인생의 궤적을 듣는 것이 즐겁다. 사람들을 챙기면서, 또 주변 사람들이 ..
스스로 생각했을 때 괄목할 만한 일을 했다. 시간 순서가 아닌 인상적인 것부터 기록을 하자면, C와 우리 집까지 걷다가 중간쯤 왔을 때 내가 말했다. 처음 봤을 때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시작은 연애를 막 시작한 친구들은 바쁘다는 말이었고, "연애 초기에는 다 그렇죠."라는 말에 나도 동의했고, 연애가 언제 끝났냐길래 연애를 막 시작한 내 친구를 가리키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고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최근에 끝났다는 내 연애에 대해 물은 것이었다. 나는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이미 다른 사람과 전 애인 토로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C에게 찬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도 어떤 말을 해도 안전할 것 같았다. 난 원래 연인이 될 확률이 있는 사람에게 전 애인 이야기를 하는 데에 인색하다. 서로..
C가 멋지다고 모든 이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오늘은 가까스로 잡은 C와의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그동안 평소처럼 일했다. 일하다가 의문점이 있으면 C를 찾았고 C는 언제나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했다. C는 직무에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사람이었고 다정했다. 나는 그와 소통했지만 그는 나 같은 몇 십 명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직무였다. 그를 조망하기 어려웠다. 상대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걸 제시할 수 있기에 그에게 보여 줄 게 없었다. 우리가 함께 어떤 행사에 참여할 확률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나는 그와 만날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C가 드디어 일정을 조정하여 나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내가 원한 건 낮과 커피가 아니라 밤과 술이긴 했지만 어쨌든, 약속을 확정한 그날부터 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