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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비가 오다 안 오다를 반복하던 날, 야외에서 고기 구워 먹는 느낌을 낼 수 있는 정육 식당 과천 을 방문하였다. 주의: 저녁에 가면, 드문 인적과 적막함에 놀라서 '아, 길을 잘못 들었나?' 할 참에 뜬금없이 주차되어 있는 차들의 행렬과 함께 특유의 와글와글함이 펼쳐지니 놀라지 말 것. 이곳은 오후 8시 30분까지 주문할 수 있다고 확인 받고 그 시각 전까지 맞춰 갔는데, 막상 가니까 고기가 없다고 하여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택시를 잡아 돌아갔던 슬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착석해보니까, 너무 바빠서 직원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친절하게 응대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지평 막걸리 한 병이요!"를 한번에 알아듣기만 하셔도 감사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

팀장님이 휴가를 갔다. 바야흐로 휴가의 계절이다. 뭐, 연차 7일로 입사한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 33회의 PT가 어젯밤 종료되었다. PT를 마치면 (몸과 마음 모두)아주 달라져 있을 줄 알았다. 뭔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 하지만 예상했던 바와는 다르다. 근력의 중요성은 몸소 느껴진다. 지난 주말, 어머니의 일주일 치 짐 가방을 반나절 동안 들고 다녔는데도 다음 날 어깨나 팔에 통증이 없었다. 또한 섭취하는 단백질 양을 계산하게 되었다. 그래서 육류, 달걀, 하다못해 프로틴 바라도 챙겨 먹는다. 신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야식이든 간식이든 "단백질은 괜찮아."라는 말은 달콤하다. 너무 피곤해서 생명의 위협을 당한다는 느낌이 드는 하루하루. 돌아보면 이런 상황에서 늘 피로와 싸웠던 ..

의도적으로라도 불어를 쓰지 않으면, 복수전공이고 뭐고 다 패대기치게 생겼다. 그래서 수요일을 mercredi로 표현해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나날들. 세상에는 꼭 해야 하는 일도 없고 정답도 없다. 그래도 보고 듣고 생각한 걸 바탕으로 신나고 재미있게 살고 싶으니까 자꾸 머리를 굴리게 된다.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황야에서 부침을 겪더라도 결론만 놓고 보면 나름 일관성 있었다(ex. 준호>백건우, 가슴>머리). 그러나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이는, 내가 여태 알던 자신과는 좀 다른 사람임을 자꾸 느끼게 한다. 과거에 못 참겠다고 박차고 나왔던 것을 이제 어느 정도 넘어갈 수 있게 되고, 반면, 꼭 지키리라 다짐했던 것은 한 줌 쥔 모래가 손에서 빠져나가듯 흘러내린다..

한국 나이 서른을 맞은 2020년은 예기치 못한 일들이 한가득이다. 피트니스 대회를 보러 입장한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체력 단련을 위해 헬스장 등록을 했던 것이 지난 봄. 그 동기를 당장은 고이 접어 하늘 위로 날렸지만, 운동을 업으로 하는 이와 가까워지면서 그 세계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나는 피티 중에도 '이 시간에 책을 읽으면 100쪽은...', '이 재미없는 걸 왜 하고 있나.'라고 생각하는 타고난 운.싫.사.이지만, 많은 연구들이 증명했듯 운동은 삶을 활기차게 해주며,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우울을 감소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을 갈고닦아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올해 상반기 피트니스 대회들..

나는 아이일 때부터 표현력이 떨어졌다. 뭘 대놓고 제대로 말하지를 못했다. 그러한 기질을 타고난 걸 수도 있고, 숨겨야 하는 게 많은 환경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도 종종 답답함을 느꼈다. 하지만 심리학을 사부작사부작 공부했다고, 특정 행동이 반복되는 이유는 강화를 받아서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표현을 미루는 방법이었음을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 성인이 되고는 인생에서 화려하고 재미난 일들이 제법 생겼다. 자연스레 공적인 모습과 사생활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음먹으면 번듯해 보이는 내가 고달픈 사생활을 이고 지고 책임지는 것도 힘든데 어디 떠벌릴 필요는 더욱 없었기에, 사적인 모든 것을 오롯이 독점하여 처리하고 싶었다. 그러니 내 표현력도 그다지 진전이 없었다. 인간관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