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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6 『도플갱어』_주제 사라마구 사족이 너무 많은데 심지어 감명 깊기까지 해서 몇 장 넘기다가 따라 쓰고 또 몇 장 보다가 따라 쓰고 있다. 감정은 우리를 걱정하며 내일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게 우리가 뭐랬어. 2/7 『고리오 영감』_오노레 드 발자크 자식에게 줄 재산이 있기를 바라면서 나는 가난이 무엇인가를 알았단다. 2/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_밀란 쿤데라 태블릿 구입 기념으로 최애 책에서 한 구절 가져왔다. 캡쳐한 데다가 구절이 짧아서 왕 크군. 이전에 써 봤던 애플펜슬보다는 쓰기 쉽지만 그래도 종이에 쓰는 거랑은 느낌이 다르다. 공개적으로 변한 사랑은 무게를 더할 것이고 짐으로 변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허리가 휘었다. 2/9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_편혜..

1/30 『나귀 가죽』_오노레 드 발자크 몇 장소 빼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는 날. "(…) 악이란 어쩌면 격렬한 쾌락과 다르지 않을 테니까 말일세. 관능적 쾌락이 악이 되는 지점과 악이 다시 관능적 쾌락이 되는 지점을 누가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 1/31 『타인의 의미』_김행숙 「침대가 말한다」 실은 나도 매우 특별해지고 싶은데, 안 될 걸 아는 게 기분 나빠서 안달 구경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은 쑥스러웠다. 뻔뻔한 마음에 못 미치는 수줍은 행동이 튀어나와 당황했다. 눈을 가리고 등을 보이고 대답을 삼가다가 그것도 모자라 옹송그림 끝에 부재가 있길 바랐다. 심장이 쿵쾅쿵쾅 나는 나다 세상 세차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너는 왜 모든 문제를 내게 끌고 들어오는가. 오늘 ..

악수를 하고 돌아섰다. 섬세한 도슨트를 듣고 햇살 내리쬐는 낯선 거리를 걸은 후였다. 그동안 제법 열심히 귀 기울였다. 그 결과 그가 달마다 보험료를 얼마 내는지, 양꼬치에 산초를 얼마큼 뿌리는지, 부모님은 어떻게 만나서 결혼하셨는지, 얼굴 어디에 점이 있는지, 내일 뭘 할 건지, 방금 한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게 되었다. 살았던 동네의 모습, 아버지가 위스키를 즐기신다는 것, 선호하는 음악, 요즘 보는 드라마, 몸무게, 술버릇, 관찰하고 계획하는 진지한 눈빛, 형제와 친한 친구들의 이름까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애인과의 기념일이 언제인지도 안다. 그는 쌍꺼풀이 짙은 나에게 술을 따르며 외까풀을 좋아한다고 했다. 외까풀 눈매를 가진 모든 이가 갑자기 너무 예뻐 보였다. 그는 절대 하지..
오랜만에 찬과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무거운 짐수레를 끄는 느낌이었다. 수레는 가끔 움직였다. 나는 그를 보았다. 모자에 가린 얼굴 윤곽만 비칠 뿐이었다. 그는 나를 보지 않고 음식이나 컵을 봤다. 더 이상 그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앞에 있으면 쳐다보기는 해야 할 거 아니냐는 생각도 그만뒀다. 우리 사이에 무엇이 남았을까? 미움이나 원망은 이미 지나갔다. 종종 그를 필요로 하지만 요구가 전부 충족되냐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는 확실하게 원하는 게 없다(뿌옇게 바라는 건 안 그래도 사는 게 팍팍한데 연인과의 이별이라는 슬픈 사건을 더해서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기...?). 잦은 부딪힘 속에서 당위성을 먼저 버렸다. 어떤 게 사랑하는 것이고 어떤 게 헤어질 만한 것인..

1/23 『고리오 영감』_오노레 드 발자크 발자크와 유머 코드 잘 맞는 듯^^ 남자들은 프록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색이 바래서 무슨 색깔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구두는 부자 동네 같으면 길모퉁이에 던져버렸을 물건이었다. 1/24 『고리오 영감』_오노레 드 발자크 그 때문에 고리오 씨가 하숙집에 들어온 날부터, 마치 돼지 비계에 싸서 불에 굽는 자고새 고기처럼, 보케르 부인은 상복을 벗어버리고 고리오 부인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자신을 불태우면서 매일 밤 잠자리에 들었다. 이 여자는 재혼해서 하숙집을 팔아버리고 이 부르주아 멋쟁이와 팔짱 끼고 걸으며 동네에서 저명한 부인이 되고 싶었다. 1/25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_스테파니 카치오포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을 타개하기 ..

230111 mecredi 『서 있는 여자』_박완서 완독은 1월 7일에 했다. 대망의 2023년 첫 책! 횟수로는 세 번째 독서모임이었다. 언급하지 않은 두 번째 모임 때 『인간의 조건』 일부 읽기를 시도하고 대화 나눴으나 상호 합의하에 결국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박완서는 영원히 좋아할 작가 중 한 명이다. 『서 있는 여자』 또한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기에 이번 기회에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좋아하는 작품을 아끼는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은 정말 크니까. 요즘 워낙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많다 보니 어떤 책은 억지로 끌고 가면서 읽기도 하는데, 이 책은 책장 넘어가는지 모른다는 바로 그 소설 읽는 재미를 충분히 만끽하게 해 주었다. 주옥같은 찰진 대사들에서 쫀득쫀득..

1/16 『올리브 키터리지』_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필사는 좋은데 메모지가 아깝다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 좀 소홀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의 어떤 감정이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감정이 찾아오면서 그 감정은 결국 사라졌다. 1/17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_스테파니 카치오포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면 천생연분 아니지 않나...? 그야말로 천생연분인 상대를 만났는데 머릿속으로 그려 온 결혼 상대와 다르게 생겨서 알아보지 못했다면? 1/18 『나귀 가죽』_오노레 드 발자크 발자크라는 인물에 대해 흥미가 생겨서 읽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날카로운 통찰력을 뽐낸다. 법은 이렇듯 사람의 정열이라도 원칙적으로 과세 대상이 되니까 살뜰히 보호한다는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