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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만 스물아홉의 첫 날은 축하와 감사가 넘쳤다. 찬은 귤 업체를, 조르바는 곱도리탕 매장을 궁금해하였다. 레베카~~~~!

신대방에 친구 만나러 간다는 현을 지하철 태워 보내고, 부모님을 서울역에 모시고 갔다. 날씨가 포근했다. 뭘 자꾸 사주겠다는 걸 만류하고 좌석을 꼼꼼하게 점검하여 부모님을 앉혔다. 가족들의 복귀에 최선을 다한 뒤에는 찬의 동네로 향했다. 전날 늦게 약속이 있었던 그는 아직 잠자리였다. 오랜만에 보니 애틋했다. 그는 내 생일 전날이자 주말인 오늘을 위해 식당에 예약했다.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함정은 가고 싶다고 다섯 번 말하고 근처를 지날 때 손으로 가리키기도 했던 파스타 집이 아닌, 오마카세라는 것. 아무렴 어때, 마음이 중요하지. 그러나 오마카세 자체가 고가인 요리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이었기에 사실 그는 마음만 쓴 건 아니었다. 신사 쪽에 있는 가게로 택시 타고 편하게 갔다. 하루에 기차, 지하철, ..
가민 시계는 17,124보를 걸었다고 측정했다. 아이돌 저리 가라 할 만큼 빠듯한 일정이었다. 우선 숙취를 이기고 일어나 집을 치워야 했다(벌써 최고 난이도). 가족들이 우리 집에 오는 게 반갑기도 했지만, 최근에 엄마와 심하게 다투고 나서는 다음에 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서 손님맞이 준비 중 첫 단계인 집 청소에 도달이 늦었다. 급한 대로 분주하게 몸을 움직였다. 전날 (지인에서)친구(먹은 이)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도르 남자 친구 잘생겼잖아!" 아니라고 방어했는데, SNS를 맞팔로우 하는 B가 사진을 봤다고 했다. 몇 안 되는 나의 팔로워 중 몸짱이 한 명 있어서 계정을 확인했으며, 필시 그 사람이 도르의 남자 친구라는 것이었다. 찬은 단연 그 이야기를 좋아하였다. 친구들은..

술 약속이 있는 금요일, 오랜만이다. 한 달 전에 잡은 일정이라 꽤 오래 기다렸다. 남루 패션의 1인자도 오늘만큼은 멋을 부리고 싶어 화장 안 하는 동안 잃어버린 도구(뷰러에 발이 달린 걸까)를 찾아내고, 무슨 옷을 입을지도 고민했더랬다. 얼마 전에 산 터틀넥 티셔츠를 입어야지! 속이 비치는 건 모르고 샀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재질이라 반품하지 않은 그 옷. 무슨 일이 있어도 재킷을 벗지 않을 요량이면 괜찮을 거야. 날씨가 추우니 그 위에 코트도 못 벗을 걸. 나는 이토록 낙천적이였으나 그는 내 차림새를 보고 놀라 자빠졌다. 난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 눈에 잘 띄는 곳에 파란 히트텍을 꺼내놓고 쪽지를 남겼다. 목이 다 늘어져서 자신도 잘 입지 않는 그 옷을 입고 지인들을 만..
전날 점심때 엄마와 또 싸웠고, 계속 몸이 좋지 않았다. 그가 보고 싶어서 그의 집에 숨어 있었다. 그가 "언제 하지?"를 반복하던 집안일을 좀 해놓을 요량이었다. 그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통화 중이었다. 새 직장에 관련된 이야길 나누는 것 같았다. 전화를 끊은 그는 동료들이 한잔하자는 걸 뿌리치길 잘했다며 날 보고 반가워했고, 통화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평소 흠모하던 사람에게 함께 일해 보자는 제안이 왔단다. 그 사람이라면 신뢰가 있어 같이 일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고 성장도 빠를 거라며 일대의 기회가 왔다고 싱글벙글했다. 그러나 들뜬 어조와는 다르게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을 잘 못 자고 이른 점심 식사를 한 그는 날이 어두워지자 피곤하고 배고프다며 힘들어했다. 상사와 카페에 한 시간 ..

금요일 오후 반차를 쓰고 몸져누워 있을 때 엄마가 전화를 걸었다. 마음에 안 든다는 선언 이후 그에 관해 엄마에게 말하지 않기로 결심하였는데, 온종일 그를 생각하는 나는 엄마와의 대화량이 확연히 적어진 터였다. 엄마는 다짜고짜 선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부글부글 속이 끓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해야겠다 싶어, 선보지 않겠다, 이유는 그렇게 하기 싫으니까, 그와 계속 만날 거다, 결혼할 건지는 지금 알 수 없다, 고 주어진 질문에만 대답했다. 엄마는 내가 당신 뜻대로 되지 않아 기분이 잔뜩 상한 것 같았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짧은 통화 뒤로 눈물이 제어가 안 됐다. 그는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인데, 제대로 알아보려는 마음도 없으면서 그가 해악이라도 되는 양 함부로 ..

나중에 성공하면 진짜 차를 사주겠다(면허부터 따셈)며 게임 아이템을 선물로 주었다. 보라색으로 도색을 했다. 친구의 소개팅 상대 이야기를 하다가 명품이 대화 주제가 되었다. 톰브라운을 아냐고 물어서 모른 척했다(예전에 널 좋아했던 여자가 준 옷이라며!). 그는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친절하게도 다시 한번 소개해 주었다. 첫 직장에 첫 출근하던 날 팀장님이 "남자는 좋은 차를 위해, 여자는 비싼 가방을 위해 돈을 번다."고 했다. 아찔했다. 그 사람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창피해서였다. 지금도 '아유' 싶을 텐데 스물 다섯 살 짜리는 단연 더하지. 대놓고 "나는 아무 기준도 없는 사람이에요!" 외치며 사회가 요구하는 잣대를 넙죽 받아들이는 사람 같았다. 팀장님 차는 과연 고급 세단이었다. 그런데 차만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