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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직접 만들려니 참고하려고 많은 청첩장 시안들을 봤다. 하지만 결국에는 내 마음대로 만들었다. 이제 수령하면 봉투에 넣고 스티커로 봉하는 작업만 하면 끝난다! 야호!

대학 때 친구가 결혼식에 나를 초대했다. 가면 과거의 얼굴들과 마주칠 거라는 예고를 받았다. 하지만 상관없다고 여겨 어떻게 대처할지 준비하지 않았다. 2층인 줄 알고 한 층 더 올라가려고 빠르게 걸었더니 로비에 과거들이 모여 있었다. 무방비 상태로 이미 3층에 도착한 것이었다. 귀신 보듯 놀란 표정으로 호들갑 떨며 오랜만이라길래 나도 꾸벅 인사를 했고 인사치레를 했다. 왼쪽으로 가도, 오른쪽으로 가도 그네들이 있었다. 이유 없이 가슴이 조여왔다. 어제 C와 본 프렌즈 시즌 3의 에피소드 13화에는 모니카가 리처드와 재회한 이야기가 나왔다. 챈들러와 결혼하기 전 모니카는 리처드를 한 번 더 만나는데, 나를 생각한 적 없냐는 리처드의 질문에 모니카는 당신을 잊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그래서 떠올리..

어제 낮에 아기 연쇄사진마(?)답게 지인에게 아기 사진 달라고 했으면서 막상 받은 건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결국 11시 반 넘어서 퇴근했다. 오전이 아니다. 오후였다. 막차로 여겼던 버스는 오기까지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정류장 맞은편에 남자 두 명이 싸우는지 큰소리로 욕하는 소리가 들리고 경찰들이 그들을 말리고 있었다. 일을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하는 울분은 그대로 두고 저 사람은 기분 나쁘다고 욕지거리하는데 그걸 들은 더러운 내 기분은 왜 해코지당할까 걱정되어 표현할 수 없는지. 운전은 싫지만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도착해서 소분해 두었던 마라 엽떡을 먹으며 미드를 보기 시작했다. 무려 오전 6시 30분까지. 1시간이라도 눈을 붙이고자 시도했지만 머리가 지끈거려 잠의 세계 출..

청첩장을 만들었다! 사진 수정본이 올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청모가 11월 초부터 시작될 것 같아 몇 십 장만 제작에 맡겼다. 사진은 원본을 직접 수정했다. 1300여장 중 얼굴 안 나온 디자인이 버릴 때 부담 없다는 주변인들의 후기를 반영하여 골랐다. 얼굴은 안 보이지만 볼이 통통한 게 누가 봐도 우리 둘이다. 나중에 수정본이 오면 다른 디자인으로 또 만들어야지.

그러니까 이게 어떤 상황이냐면, 시험의 압박에서는 벗어났다. 다행이지. 하지만 많은 업무량과 (돈을 버는 것과는 정반대이지만)또 다른 직업 수준이자 신경 쓰임 요인인 결혼 준비 때문에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택했기에 업무량이 많은 건 큰 스트레스 요인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행정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 상담사가 못 되면 행정 일을 해서 먹고살면 되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행정 일 또한 싫어하진 않았다. 다만 양질의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준비가 필요한데, 그 시간에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여러 서류들을 작성하고 있으려니, 아쉽고, 손목과 어깨와 뒷목이 뻐근하다. 이번 달에도 약 20시간의 시간외근무를 했다. 피아노 연주와 독서를 즐기고, 복싱을 하며 스트..

결혼 준비 초기에 C가 "나랑 결혼하기 싫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이것도 싫다, 저것도 생략하자 등 예식을 기본적으로 간소화하려는 태도를 장착한 것이 그의 눈에는 결혼 자체를 하기 싫은 사람처럼 보인 것이다. 실제로 나를 비혼주의자로 알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오히려 결혼에 관심이 많았다. 결혼을 관찰해 보니 내 인생에 그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어느 날 C에게 첫눈에 반하였고, 평생 함께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와 함께할 시간들을 꿈꾸는 건 근사한 일이었다. 결혼이 나에게 온 것을 감사해하며, 결혼식을 생략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여 주기식 문화와 맞짱 뜨고, 허례허식을 타파하고 싶기는 했다. 좀 후줄근해도 괜찮으니까 분수에 맞지 않는..

다들 만나지 말라고 했다. 물론 나도 고민했다. Y는 나에게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다. 시험물이 덜 빠진 나는 상담심리사의 윤리강령을 들먹였지만 그는 괘념치 않아 했다. 그와의 만남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Y가 자주 쓰지 않는 메신저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연락하자고 말했을 때 폰을 껐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렀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Y가 떠올랐다. 어느 날은 카톡 해야지, 어느 날은 안 만나야지, 어느 날은 점심시간에 밥도 안 먹고 길거리에서 울었다. 상담 선생님 말씀처럼 그를 마주하는 일은 상처 입은 어린 나를 만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자격증을 보유한 상담사가 되었으며, 그때의 우리처럼 학대받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고, 제멋대로이고 쉽게 취하던 사람이 더는 아니라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Y의 ..

바빠 죽겠는데 킹 받기까지 해서 여기에 들어왔다. 며칠 전에 예식 날짜를 확정했다. 가능하다면 좀 더 따뜻한 때에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돌려 더 일찍 예약을 하는 수밖에 없기에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 가장 나은 선택을 한 것이었다. 모든 선택을 어떻게 다 만족스럽게 할 수 있겠나. 조건도 고려해야지. 그리고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고의 선택을 했다면 그에 따른 만족감이 있기도 하다. 이럴 때가 아니긴 하지만 지난주에 경주, 포항, 대구에 다녀왔다. 컨디션이 계속 회복되고 있지 않아서 갈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그 많은 일정들을 다 취소하고 싶진 않았다. 그중에는 우리 할머니를 만나는 약속도 포함되어 있었다. C의 제안이었다. 지난 가족 모임에서 딱 한 번 뵈었을 뿐인데 C가 그렇게 챙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