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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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41106 mercredi

도르_도르 2024. 11. 6. 21:31

어제 낮에 아기 연쇄사진마(?)답게 지인에게 아기 사진 달라고 했으면서 막상 받은 건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결국 11시 반 넘어서 퇴근했다. 오전이 아니다. 오후였다. 막차로 여겼던 버스는 오기까지 10분 정도 남아 있었다. 정류장 맞은편에 남자 두 명이 싸우는지 큰소리로 욕하는 소리가 들리고 경찰들이 그들을 말리고 있었다. 일을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하는 울분은 그대로 두고 저 사람은 기분 나쁘다고 욕지거리하는데 그걸 들은 더러운 내 기분은 왜 해코지당할까 걱정되어 표현할 수 없는지. 운전은 싫지만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도착해서 소분해 두었던 마라 엽떡을 먹으며 미드를 보기 시작했다. 무려 오전 6시 30분까지. 1시간이라도 눈을 붙이고자 시도했지만 머리가 지끈거려 잠의 세계 출발점 주위를 기웃거렸을 뿐이었다. 오늘은 심리치료 2건과 교육 1건이 있고 심리평가보고서 2건을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제법 바쁜 날로, 그중 치료 1건은 부업이라 퇴근 후 20분쯤 걸어서 타 센터로 가야 했다. 그동안 부모 상담이 쉽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퇴근 후의 심리치료 내담자는 접하지 못한 유형이라 그런지 진행이 너무 안 되는 느낌이어서 답답함에 한쪽으로 치워 뒀었다. 이 말인즉슨, 내담자를 만나기 전 오늘은 이 사람의 자료를 꺼내 보고 더 좋은 개입 방향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인지라, 오늘 할 일은 이렇게 또 차고 넘치도록 있었다. 종일 수면 부족에 시달릴 것은 우려됐지만 한편으로 희망적이기도 했다. 피로는 정서 접촉을 마비시켜 감정적 판단을 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짜 하려던 걸 다했다. 마지막 과업인 심리치료도 원활했다. 원래 계획은 마치고 바로 집 가서 뻗는 거였는데, 상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안도감과 추위 때문에 곧장 아무 음식점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먹는 마라탕이었다. 굳은 얼굴의 점원은 뒤늦게 고기를 추가한다고 해도 괜찮다며 수락해 주었고(추가 안 했으면 후회할 뻔! 냉장 느낌이었다), 휴대폰으로 이북을 보던 내게 거치대를 갖다 주었다, 여전히 뾰로통한 표정으로! 아쉽게도 사진이 없으나 내 인생 가장 정갈한 플레이팅의 마라탕은 나오자마자 마음을 빼앗았다. 다운타운 베이비가 비지엠으로 깔렸다. 취식하는 손님은 나뿐으로 누구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자극적인 마라탕은 세 입 먹으니 속이 부글거렸지만, 휴식 같은 공간과 시간을 즐기려고 거의 다 삼켜 버렸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은 정말 재미있다(장 주네 쏘리).

여전히 결혼은 잘 준비하고 있답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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