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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이번 적바림에는 특별히 제목이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라(이프).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모른 척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지만, 남들은 모르게 혼자 알고 싶은 소망이 있다(변태 같아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내맘대로링임!). 모른 척은 '무언가를 알지만 알리지 않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 행동은 내 소망에 부합한다. 도르도르도 '돌'과 '돌머리'에서 유래하였다. 모른 척이 나의 속성이란 걸 간파한 친구들이 지어주었다. 그 친구들과는 손절했지만, 도르도르는 이렇듯 블로그 이름까지 꿰찼으니,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 보다. 요즘 더욱 처절하게 내 멋대로 살고 싶어서 이미 여기-지금밖에 없으면서도 '내 마음대로'를 외친다. 이럴 때가 아닌 걸 안다. 자격증 공부도 하고, 책..

1. 러닝 3.5km: 낙성대공원 너머 호암교수회관까지 걷다 뛰다 했다. 그전까지 낙성대공원은 누군가와 함께 가는 곳이었는데, 처음으로 혼자 가보니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밤공기도 시원하고, 음악 감상도 즐거웠다.2. 스트레칭3.팔굽혀펴기 한마당: 여전히 안 일으켜진다. 4. 롱풀 15kg 20 / 10kg 20 / 20kg 5 / 10kg 20: 윗몸일으키기를 하려 했으나, 웬 커플이 기구 두 개를 차지하고 꽁냥꽁냥하느라 비키지를 않았다. 10kg는 가볍고, 15kg는 약간 무겁고, 20kg는 많이 무겁다. 퇴근길에 지하철 역 안에서 조르바를 만났다. 나는 인블라썸으로, 그녀는 향원(TMI: 존맛탱 식당)으로 갔다. 주말에 큰 무대에 서는 그를 위해 미리 꽃다발을 예약했다. 누군가를 위해..

1. 요가 12분: 저녁 포식 후 단잠 자다가 자정 넘어서 시작해서 시간이 촉박했다. youtu.be/xgwkQlKkAAo 유튜브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가 프로그램. 구성과 음악이 참 좋다. 2. 팔굽혀펴기 한마당: 여전히 진전은 별로 없고, 땀만 많이 난다. 운동 기구를 사용하지 않을 심산으로 슬리퍼를 신고 헬스장에 갔다가 쫓겨날 뻔한 걸 그의 연인라는 명분 덕에 넘겼다. 그가 너무 재미있다며 두 번이나 말했다. 어느 무리에 잘 적응하기 위해 남자 친구부터 사귀고 봤던 어린 날이 떠올랐다. 운동인이 되려고(되고 싶지만!) 그의 옆에 있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명확한 이유를 아직 모른다. 그 이유들을 찾느라 헤매는 과정이 흥미롭긴 해도 무지에서 오는 불안이 있다. 못 찾으면 언젠가 파사삭 마음이 부서져도 ..
오전 11시 경은 전날 꾼 꿈을 나누는 드림톡 타이밍. 맞선 보는 꿈을 꾸었다. 게슈탈트 치료에서였나, 꿈에 등장하는 모든 게 나의 일부라고 배운 이후로는 꿈에 어떠한 내 감정과 욕구가 투사되었는지 해석하기 시작했다. 이번 꿈에서는 죄책감을 만났다. 내가 원하는 걸 해줘야지, 찾아서 할 능력이 안 된다면 원하는 걸 말할 때 귀 기울여 듣고 다음에라도 잘 반영해야지, 필요 없는 걸 잔뜩 주고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는 게 어떻게 좋은 관계야? 호랑이와 소의 사랑 이야기 몰라? 최선은 누구나 다해. 그러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입 다물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가 너무 좋아하니까 생각지도 못했던 걸 해주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말하지 못하고 충족되지도 않은 마음은 그대로 남아 있는 걸. 그건 어쩐담.

아무 데도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 이런 말을 들으면 왜 마음이 아플까? 상대가 이해할 때까지 말로 설명해서 그의 관점은 어떤지 듣고 그 내용을 다시 입력하여 사고를 확장하면 문제도 해결되고 감정도 해소되는 나와는 다르게, 그는 어차피 내가 모르는 일이니까, 하면서 알려주고 싶지 않아 했다.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사람이 반려동물과 대화를 할 수는 없으니까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존재하는 줄 알았다. 언어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끼리도 눈빛과 제스처만 사용해도 되는구나.

초피의 얼얼한 맛 '마', 고추의 매운 맛 '라'를 더한 麻辣(málà), 마라는 나의 소울 푸드이자 인생 음식이다. 첫입만으로 운명임을 알아봤다. 그날은 근무하던 대학교의 졸업식이 있어 근처 식당들이 북적였다. 한정된 점심 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고자 자리가 있는 아무 식당에나 갔는데, 그곳이 바로 마라탕 집이었다. 마라탕은 충격적일 정도로 맛있고 뜨거웠다! 하지만 가게가 잘되고 바빠지자 예전의 맛을 잃어버린 그곳에 몇 번의 실망 후 발길을 끊었다. 그 뒤로는 중국 유학파인 대학원 동기 오빠와 중국에서 친했다던 형(잘 지내시죠...?)이 사장으로 계신 사당 에서 맛있는 마라와 여타의 중국 요리들을 맛봤다. 낮에도, 밤에도 가기 좋은 가게였다. 지인이 마라 소스를 선물해줘서 라면, 찌개 등 어디에나 넣어 ..

본인 피셜 체지방률 한 자릿수에 모든 구기 종목을 다 잘한다는 그는 걷는 걸 싫어한다. 걸음이 경보 선수만큼 빠르고 걷기 좋아하나 운동 신경이 0인 나와는 상반된다. 그것 말고도 MBTI(INTPXESFJ=전부 불일치)부터해서 다른 게 아주 많은 우리는 친구 조르바의 말처럼 우당탕거리는 중이다. 타인의 기분을 풀어준다는 개념을 아직 습득하지 못하였으나(내 기분 내 건데 네가 왜...?),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공원 산책을 그가 먼저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기분 좋아짐). 그래서 보라매공원에 처음으로 가보게 되었다.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신림역, 7호선 보라매역에 내리면 다른 입구일 수는 있지만 공원까지 걸어가는 데에 무리 없어 보였다. 아, 우리는 6511번 버스를 탔다. 장마철을 맞아 비가 오다 말다..

그때그때 느끼는 걸 표현하며 사는 게 제일이라는 말에 동의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화내는 건 싫다. 화는 절로 나는 거고, 그래서 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게 호불호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화나는 감정을 쏟는 건 무엇보다 효과적이지가 못하다. 분노는 자신의 기분 나쁨과 다름없는데, 그 원인을 파악하고 어서 해소해야 나도 좋은 거 아니겠는가. 바락바락 내는 신경질은 기분을 원상복구하거나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평소 상태로 돌아왔을 때 지난 언행을 사과하고,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 게다가 내가 유약한 사람이라고 떠들어대는 것 같아서 더 싫다.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없는 사람이 고가품에 목매듯이, 분노 또한 불안, 불공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