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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00820 jeudi

도르_도르 2020. 8. 21. 15:40

<운동 일지>

1. 러닝 3.5km: 낙성대공원 너머 호암교수회관까지 걷다 뛰다 했다. 그전까지 낙성대공원은 누군가와 함께 가는 곳이었는데, 처음으로 혼자 가보니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밤공기도 시원하고, 음악 감상도 즐거웠다.

2. 스트레칭

3.팔굽혀펴기 한마당: 여전히 안 일으켜진다.
4. 롱풀 15kg 20 / 10kg 20 / 20kg 5 / 10kg 20: 윗몸일으키기를 하려 했으나, 웬 커플이 기구 두 개를 차지하고 꽁냥꽁냥하느라 비키지를 않았다. 10kg는 가볍고, 15kg는 약간 무겁고, 20kg는 많이 무겁다.

 

 

퇴근길에 지하철 역 안에서 조르바를 만났다. 나는 인블라썸으로, 그녀는 향원(TMI: 존맛탱 식당)으로 갔다. 

주말에 큰 무대에 서는 그를 위해 미리 꽃다발을 예약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꽃을 사보긴 처음이다. 그리고 잠시 볼일 보러 나온 그와 만날 시간이 있었다. 같이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장을 봤다. 이 시간에 보니까 신선하다고 그랬다. 

 

오늘은 면러버인 내가 왠일인지 밥이 먹고픈 날이었다.

혼자 저녁을 먹고 쉬다가 낙성대공원에 다녀왔다. 운동이 충분히 된 것 같았지만, 팔굽혀펴기 미해결 과제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녀서 헬스장에도 갔다.

그가 땀에 번뜩이는 몸으로 언제 왔냐고 물었다. 어깨나 머릴 만지면서 인사해서 기분 좋은 일이 있나 싶었다. 

 

내게 무화과를 까 주었다.

올해 먹은 과일: 레몬, 사과, 딸기, 참외, 오렌지, 파인애플, 포도, 골드키위, 배, 수박, 애플수박, 자두, 수박자두, 대왕망고, 귤, 황금향, 천혜향, 한라봉, 바나나, 복숭아, 천도복숭아, 체리, 메론, 자몽, 블루베리, 살구

에 무화과가 더해졌다. (엄격하게 토마토는 제외했음)

 

 

잘 밤에 나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말을 연속해서 했다. 속이 하염없이 쓰렸다.

그런데 뒤에 그러니까 영원히 같이 살아야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신나 보였다.

 

전날 내가 말한 우리가 함께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그는 그게 아니라고 발버둥을 치면서 "잘못했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더해진 설명도 없었다.

요지는 그저 ‘내가 원하는 사람은 너’라는 거였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 받고 싶은 것은 모든 이들의 소망이다. 나 또한 사랑하는 누구에게라도 그런 깊고 멋진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더욱 원하는 걸 말하기 어려웠다. "네게 강요하는 게 아니야. 너와 나는 다른 게 당연해."와 같은 말을 꼭 덧붙였다. 

절대 내가 아닌 모습을 상대가 나에게 원할 때 불쾌했기에, 그런 감정을 선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과한 사람은 나였지만, 그가 져 준 것 같았다. 그게 어른스럽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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