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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마.잘.알.의 이유 있는 홀릭: 홍대, 합정 맛집 <라향각마라탕 서교점> (8/11) 본문
초피의 얼얼한 맛 '마', 고추의 매운 맛 '라'를 더한 麻辣(málà), 마라는 나의 소울 푸드이자 인생 음식이다.
첫입만으로 운명임을 알아봤다. 그날은 근무하던 대학교의 졸업식이 있어 근처 식당들이 북적였다. 한정된 점심 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고자 자리가 있는 아무 식당에나 갔는데, 그곳이 바로 마라탕 집이었다. 마라탕은 충격적일 정도로 맛있고 뜨거웠다! 하지만 가게가 잘되고 바빠지자 예전의 맛을 잃어버린 그곳에 몇 번의 실망 후 발길을 끊었다. 그 뒤로는 중국 유학파인 대학원 동기 오빠와 중국에서 친했다던 형(잘 지내시죠...?)이 사장으로 계신 사당 <마라안스>에서 맛있는 마라와 여타의 중국 요리들을 맛봤다. 낮에도, 밤에도 가기 좋은 가게였다. 지인이 마라 소스를 선물해줘서 라면, 찌개 등 어디에나 넣어 먹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마라 마니아(=마라맨)의 정체성이 확고해져 갈 무렵, 회사 근처에서도 마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족으로, 합정과 홍대 쪽인 회사 근처에는 맛집이 참 많다. 이제 '카레=카타코토', '초밥=여우골', '닭칼국수=남북통일', '돈까스와 모밀=가츠시' 등등의 공식이 성립된다. 해당 음식이 생각 안 나고, 가게가 생각난다. 다른 식당에 가서 그 음식을 먹으면 늘 아쉽다. Lorenz의 각인(imprinting) 이론 급이다. 그리하여 내 마라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연 그곳 <라향각마라탕 서교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곳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깔끔함에 있다. 분주한 시간에도 청결하게 잘 운영하시고, 소진된 재료도 신속하게 채워주신다. 또 친절하기도 하시고. 손님이 별로 없을 때 특히 사장님의 상냥한 성품과 센스가 돋보이니(“왜 오늘은 번호표 안 주세요?”, “기억할게요.”), 북적일 때에도 한가할 때에도 모두 방문해보길. 일반적으로 12시부터 시작되는 점심 시간에 <라향각마라탕 서교점>에서 한 끼 하고 싶다면, 가능한 제일 빠른 속도로 가게에 도착하기를 추천한다.
마라탕이나 마라샹궈 특성상 재료를 담고, 조리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므로, 앞에 손님이 한두 팀 밀려 있고 없고가 내 마라 요리의 향후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날은 저녁 식사였으므로 조금 느긋해도 괜찮았다. 최고씨와 조르바와 나로 구성된 마라팟. 세 명 이상이라면, 마라탕(2단계)+마라샹궈(고기x)+(작은)꿔바로우+공깃밥 구성이 국룰이다. 우리도 역시 이렇게 먹었다. 이 구성은 백이면 백 만족스럽다. 예외가 없다. 마라팟이 한두 명이라면 옵션이 다양한데, 달달한 걸 좋아한다면 마라탕 하나에 연품빵(연유 품은 꽃빵) 2개를 시키면 마라로 얼얼해진 혀를 잠재우기에 아주 제격이니 참고하도록.
자신은 안 마셔도 되니, 우리 둘은 즐기라는 야근러 최고씨의 넓은 아량에 따라 맥주도 한 잔 했다.
언젠가는 마라곱창전골이나 마라반 같은 안 먹어본 메뉴도 시키고 싶은데, 마라탕과 마라샹궈를 포기 못하니까 그러려면 마라팟을 6명 쯤은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라는 회사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자양분이자 사랑이다.
마라 만세!
부른 배를 두드리며 귀가 후 세탁을 했으나 건조 실패로 꿉꿉한 냄새가 나는 빨래를 한 번 더 돌렸다. 하지만 오호 통제라. 마라와 칭따오 파티의 강렬함에 조르바와 나는 그만 렘수면에 빠지고야 말았다. 눈을 비비며 깨어나니 냄새 때문에 다시 돌렸던 세탁물은 세탁기에서 똑같은 그 냄새를 풍기며 몇 시간이나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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