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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00809 dimanche 본문
그때그때 느끼는 걸 표현하며 사는 게 제일이라는 말에 동의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화내는 건 싫다.
화는 절로 나는 거고, 그래서 내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게 호불호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화나는 감정을 쏟는 건 무엇보다 효과적이지가 못하다.
분노는 자신의 기분 나쁨과 다름없는데, 그 원인을 파악하고 어서 해소해야 나도 좋은 거 아니겠는가. 바락바락 내는 신경질은 기분을 원상복구하거나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평소 상태로 돌아왔을 때 지난 언행을 사과하고,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
게다가 내가 유약한 사람이라고 떠들어대는 것 같아서 더 싫다.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없는 사람이 고가품에 목매듯이, 분노 또한 불안, 불공평함 등 부적 감정이 많은 사람이 자주 표출하는 것이 당연하다.
타인과 얼마나 가까워져야 약점마저 까뒤집어 보여줄 수 있는지 알 길 없는 나는, 모면이 몸에 익었다.
그래서 가까운 관계의 타인이 상황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화를 낼 때 당황한다.
화내는 그에게 솔직하게 응할 수가 없다. 그 순간만큼은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다.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하고, 나에게 상처를 주는데, 나는 그와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에 기반한 행동을 해야 한다니!
그런 모멸감을 견디면서까지 까놓고 감정을 드러내고, 나쁜 기분을 되돌려 주고 싶지 않다.
문제의 해결과도 거리가 먼 것은 당연하지. 상담 중에서도 해결중심상담에 혹하는 영락없는 한국인인데 어쩔 거야. 결국에 그 방식이 등판할 것 같으면, 조금이라도 일찍 그렇게 사안을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그가 옳기도 하다.
정적 감정으로 가득 찰 순 없다. 빛과 어둠은 공존한다.
살면서 느꼈던 모든 감정을 그를 만나면서 언젠가는 한 번씩 다 경험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와 함께 지낼지, 아니면 빠져나올지, 의지에 따라 관계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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