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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진짜 솔직히 말해? 그래, 말해 봐.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 지어내지 마. 그땐 마스크 쓰고 있었잖아. 마스크 쓰고 있는데도 그랬고, 물 마실 때 얼굴 보니까 예뻤다! 그래서 얼굴은 내 스타일이니까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 싶었지. 그래서 만나자고 한 거야? 그래. 가게에서 딱 봤을 때 게임 끝난 거였어. 키 크고 말투도 조곤조곤하고. 아, 빨리빨리 진행해서 누가 데려가기 전에 내 여자 친구로 만들어야겠다, 한 달 안에 끝내야겠다, 생각했어. 너 그때 무슨 옷 입었는지도 생각나. 나도 기억나. 추운 밤이었는데, 너 멋 부린다고 트렌치 코트 같은 거 입고 왔잖아. 맞아. 얼어 죽을 뻔했어. 난 그때 너한테 선 그었는데. 처음엔 별 생각 없다가 막상 만나니까 조심해야 할 거 같아서 재미없을 만한 ..
같이 살자고 말했다. 대답이 기억나지 않는다. 늘 그렇듯이 두루뭉술하게 넘겼을 것이다. 그는 내가 항상 피하는 느낌이랬다. 같이 사는 건 좋아. 그렇지만 난 너만큼 결혼이나 아이를 원하는 마음이 크지 않아서 함께 지내는 그 이상을 바란다면 서로 곤란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생은 짧고, 젊은 날은 더 짧고 소중해. 그 시간을 누구랑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질 거야. 가르치려 드는 나의 말에 자기도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같이 살면서 네가 결혼에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너를 잃고 싶지 않아서. 너무도 소중한 너를 잃고 싶지 않아서. 네가 일부러 그렇게 다니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아. 일단 사람들이 너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심..
2015년의 serenade
어제 대학 시절 친했던 D에게 3년 만에 연락이 왔다. 오늘은 선배 Y와 저녁 약속이 있었다. 빗물에 옷 젖는 게 싫어 약간 짧은 치마를 입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사실 때문에 그는 단단히 화가 나버렸다. 그를 가장 못 견디게 한 건 바로 D이다. '반갑지 않은 인물'이라고 표현하였다. D는 차도 있고 집도 있어서 내가 대전으로 갈까 싶었다. 그는 그 말만으로 성별이 다른 사람 집에서 자는 건 상식이 아니라고 했다. D를 모르는 자신에겐 길 가다 내게 번호를 묻는 사람이나 D나 하등 다를 바가 없다며, 불안하고 걱정된댔다. 나는 어린 애가 아니고, 심지어 나이도 너보다 더 많고, 어떤 사람이 안전한지는 내 나름의 기준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네가 싫으면 자고 오지 않겠다, 고 말한 후에도 공방은 계속되었..
서프라이즈! 그가 내색 없이 회사에 나를 데리러 왔다. 종일 비 내리는 지독한 날씨였다. 그는 바지를 환불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나를 기다렸다. 업무 과부하가 걸린 요즘이라 회사에서 가능한 빨리 멀리 벗어나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는데, 누가 헐레벌떡 나를 따라왔다. 그는 나를 놀래키고 싶어 숨어 있었지만, 한눈팔다 놓치면 번개처럼 사라져 버릴 게 뻔했기에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대기하다가 내가 보이자 발걸음을 재촉한 모양이었다. 뭘 먹는지가 너무 중요한 그와 오랜 논쟁 끝에 연남동에서 제일간다는 중식당 에 방문하게 되었다.
를 보다가 퍼뜩 깨달았다. 셀레스트는 남편에게 학대당하면서도 그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느낀다. 그래서 남편이 돌연사했을 때 절절하게 그를 그리워한다. 둘은 복잡한 관계였다. 서로를 아프게 한 다음 그 상처를 쓰다듬어주고 다시 할퀴었다. 셀레스트는 아이들을 빼앗으려는 시모에 맞서 안 그래도 어려운 일상을 더욱 힘겹게 버티고 있다. 에피소드 6의 재판 후 혼자 거실에 남은 그녀는 그렇게 맞고도 남편과 몸을 섞었던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그 사람이 나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지만, 심지어 그 사람 손에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속박된 관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할 수도 있으니까 그만큼 더 친밀한 관계. 같이 있으면 모든 게 잊히는 관계. 욕망과 죄책감이 버무려진 관계. 한 번씩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