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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00901 mardi

도르_도르 2020. 9. 2. 10:31

<빅 리틀 라이즈 시즌 2>를 보다가 퍼뜩 깨달았다. 

 


셀레스트는 남편에게 학대당하면서도 그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느낀다. 그래서 남편이 돌연사했을 때 절절하게 그를 그리워한다. 

둘은 복잡한 관계였다. 서로를 아프게 한 다음 그 상처를 쓰다듬어주고 다시 할퀴었다.  

 

셀레스트는 아이들을 빼앗으려는 시모에 맞서 안 그래도 어려운 일상을 더욱 힘겹게 버티고 있다. 에피소드 6의 재판 후 혼자 거실에 남은 그녀는 그렇게 맞고도 남편과 몸을 섞었던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그 사람이 나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지만, 심지어 그 사람 손에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속박된 관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할 수도 있으니까 그만큼 더 친밀한 관계. 같이 있으면 모든 게 잊히는 관계. 욕망과 죄책감이 버무려진 관계. 한 번씩 정신이 들 때 그 사람에게 크나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자신을 비난하게 되는 관계.

 


상대가 엄청난 아픔도, 기쁨도 함께 주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고, 심지어 내가 버림받을까봐 두려워해야 하는 그 관계를 사랑이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살점이 아닌 장기가 떨어져 나가는 고통으로 그와 헤어졌다. 시작하는 것도, 그 과정 중에도 힘들었고, 심지어 다 해결된 것 같다가도 불쑥불쑥 그게 아니란 게 느껴질 땐 평생 안심 못하고 사는 건가, 무망감이 들었다. 

 

그 사람은 남은 인생을 같이 보내도 행복할 거란 확신이 들던 단 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상처를 주고받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아냈지만. 그래서 종종 더 버틸 걸, 후회도 했다.

 

 
하지만 셀레스트를 보면서, 내가 어떠한 일을 겪었고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명확하게 보였다. 그가 내게 많은 걸 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사람과 함께인 인생은 예상보다 어려웠을 것이라고, 자괴감과 환멸과 싸우는 나날들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엔 끝이 있나 보다. 

 

 

 

 

추신: 셀레스트는 세기의 미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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