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_주디스 루이스 허먼 본문

독서왕/잠류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_주디스 루이스 허먼

도르_도르 2026. 3. 2. 23:39

260131 samedi

트라우마계의 고전
이 책이 우리 삶을 구해 준다는 데 동의한다

내일 첫 출근을 앞두고(출근이 오후 1시이긴 하지만) 어떤 일을 하면 의미 있을까 생각하다가 독서 감상문을 남기기로 했다. <트라우마>는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을 처음 준비하던 2022년 초에 구입한 책이다. 그때 피해자 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여러 도서들을 탐독하다가 <트라우마>의 개정판 출간 소식을 듣고 사전 주문하였다. 그리고 직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것이라 여긴 '1부. 외상 장애'의 '5. 아동 학대' 파트만 읽었다. 경찰은 되지 못하였지만 경찰서의 유관 기관에서 근무하며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만나면서 이 책을 여러 번 떠올렸는데, 결국 완독한 것은 퇴사 이후였다.

 

2026년 1월에 읽었지만 아무래도 올해의 책이 될 것 같다. 가볍거나 그럭저럭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나도 그런 책들을 종종 읽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계속 머리가 깨어있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왜 이제야 읽었을까 후회를 불러일으켰다. 트라우마에 대해 아는 일은 어떤 태도로 삶을 사는지와도 연결된다. 회복은 기억해 내고, 재구성하고,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서 일어난다. 외상 사건은 생존자의 의지가 아니지만, 회복에 대한 책임과 주체성은 생존자에게 있다!

 

나와 생존자를 신뢰하는 치료사가 되기 바라며.


p. 51

훗날 카디너는 가난, 배고픔, 방임, 가정 폭력,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으로 얼룩진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끊임 없는 악몽>이 자신의 지적 추구 향방에 영향을 미쳤고, 외상 피해를 입은 군사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p. 60

여성의 현실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삶의 영역 안에 숨겨져 있었다. (...) 성생활과 가정생활의 경험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사람들의 모욕과 비웃음, 불신을 불러오는 일이었다. 여성들은 두려움과 수치심 때문에 침묵하게 되었고, 여성의 침묵은 성과 가정 내의 어떠한 착취도 합법적인 것으로 둔갑시켰다.

 

p. 64
여성주의자들은 강간이 성행위가 아니라 성범죄라고 다시 정의하였다.

이 개념화는 단순하지만, 강간이 여성의 깊은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는 관점에 반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은 당시 유명한 포르노에서부터 학계의 교재까지 문헌 대부분에서 우세했기 때문이었다..

 

p. 71

외상 사건은 특별하다. 사건이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인 인간 삶의 적응 능력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p. 79-80

외상 기억은 언어적인 이야기체와 맥락이 결여되어 있고, 생생한 감각과 심상의 형태로만 입력되어 있다.

 

p. 83

외상의 순간을 원상태로 되돌리려는 시도 때문에, 생존자들은 스스로를 더 큰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p. 96

의식적이지 않은 형태의 해리와 마찬가지로, 외상 사건에 관한 이러한 자의적인 사고 억제는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p. 116

외상은 가까운 관계를 회피하게 만드는 동시에, 절박하게 관계를 추구하게도 만든다.

 

p. 119

침해violation는 사실상 강간과 같은 말이다.

 

p. 125

학대받은 아동에 대한 연구는 학대가 발생한 나이가 어릴수록 정신 병리가 심각했다는 점을 보여 준다.

 

p. 131

보편적으로 이 사회는 남성들이 분노를 통제하지 않거나 감정에 거리를 두는 데 관대하기 때문에, 전쟁 피해는 사실상 악화될 수 있다. 외상을 경험한 참전 군인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그가 자각하도록 만들지 못한다. 왜냐하면 분노를 폭발시키거나 감정을 피하는 그의 행동을 지나치게 허용해 주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그의 부적절감과 수치심을 악화시키며, 그와 가장 가까운 이들을 소외시킨다.

 

p. 148

경찰에 신고되는 강간 범죄는 열 건 중 한 건 이하이다. 강간 사건의 1퍼센트만이 가해자의 체포나 유죄 판결로 해결된다. (...) 강간 생존자들을 위한 사회적 기념비는 없는 것이다.

 

p. 152

강압적인 통제에 종속되었던 경험은 공통적인 심리적 결과를 남긴다.

속박된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일생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은 가해자이며, 피해자의 심리 상태는 가해자의 행동과 신념에 따라 형성된다.

 

p. 155

포르노 영화의 중점적인 원동력은 다른 사람에 대한 완전한 통제에서 온다. 무섭도록 멀쩡한 수백만 명의 남성을 겨냥한 선정적인 환상이 지닌 호소력은 환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학대하는 거대한 산업을 키워낸다.

 

p. 194

학대적인 환경 속에 갇힌 아이는 끔찍한 적응 과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아이는 믿을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신뢰감을, 안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안전함을, 끔찍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통제감을, 그리고 무기력한 상황 속에서 힘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아이는 어른이 제공하지 못한 보살핌과 보호를 자신의 힘을 보상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는 스스로를 보살피거나 보호하지 못한다. 아이가 가진 유일한 대처 방편은 심리적 방어라는 미성숙한 체계뿐이다.

 

p. 197

이러한 통제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인의 경우보다 더욱 심각하게 자신을 학대하고 방임하는 이들에게 병리적으로 애차갛게 된다. 이들은 자신의 복지, 현실, 혹은 삶을 희생하고서라도 애착을 유지하려고 분투한다.

 

p. 199

생존자들이 말하기를, 가장 두려웠던 점은 폭력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다는 데 있었다.

 

p. 201

학대 환경에 처한 아이들은 공격의 경고를 탐지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달시킨다.

 

p. 203

보호할 수 없었다는 핑계는 아동 피해자에게 이해되지 않는다. 아이의 입장에서 이것은 좋게 보자면 무관심이고, 나쁘게 보자면 완전한 배신이다. 아이의 관점에서, 비밀을 알아내지 못한 부모는 알아냈어야 했다. 충분히 관심을 기울였다면 알아냈을 것이다. 위협당한 부모는 끼어들었어야 했다. 충분히 관심을 기울였다면 싸워 냈을 것이다.

 

p. 209

자기 비난은 자기를 모든 사건의 참조점으로 삼는 초기 아동기의 일반적인 사고 방식과 일관된 것이다.

 

p. 213

학대자를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아동 피해자는 뛰어난 성취자가 되기도 한다. 아이는 자신에게 요구된 어떤 것이든 하려고 한다. 아이는 부모를 공감적으로 보살피기도 하고, 훌륭한 살림꾼, 학업 성취자, 혹은 사회적 관습의 전형이 될 수도 있다. 절박하게 부모의 환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서 아이는 이 모든 과제에 완벽주의적으로 열중한다. 성인기의 삶에서, 이렇게 조급하게 강요된 경쟁은 상당한 직업적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아이는 대개 수행하는 자기를 진짜 자기가 아닌 거짓 자기로 지각하기 때문에, 세상 속의 어떠한 성취도 아이 자신의 이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인정은 오히려 아이의 확신을 확증할 뿐이다. 아무도 자신을 진실로 알지 못할 것이며, 자신의 비밀과 진짜 자기의 모습이 밝혀지면, 사람들은 자신을 피하고 멀리할 것임을.

 

p. 263

회복은 관계를 밑바탕으로 할 때 이루어질 수 있으며, 고립 속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 처음에 이러한 힘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던 것처럼, 되살아날 때에도 그러한 관계가 필요하다. 

 

p. 267

치료자는 범죄의 증인으로서 버텨야 한다는 부름을 받았다. 치료자는 피해자와 함께 단결할 수 있는 위치에 서야 한다. (...) 이것은 외상 경험의 밑바탕에 불의가 자리 잡고 있음을 이해하고, 정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해결책을 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p. 282

환자는 무력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치료자가 받아들이게 되면, 외상성 전이는 영속되고 환자는 더욱 무력해진다.

 

p. 292

치료자는 진실이 바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목표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p. 299

치료자의 통합성은 그녀의 전지전능함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신뢰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에서부터 온다.

 

p. 309

환자와 치료자 모두 진단을 피해 가려고 합심할 때가 있다. 치료자는 무지와 부정에 의해서, 환자는 수치심과 두려움에 의해서.

 

p. 349

정서가 수반되지 않는 진실만을 진술한다면 치료 효과가 없다. 100년 전에 브로이어와 프로이트가 언급했던 것처럼, <정서가 결여된 회상이 가져오는 효과는 아무것도 없다>.

 

p. 371

깊이 슬퍼할 수 없다면 그만큼 자기 안의 일부가 잘려 나간 것이고, 회복에서 중요한 부분을 도둑 맞은 것과 같다. 비탄을 포함하여, 정서를 완전하게 느끼는 것이 가해자에게 복종하게 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이것은 저항의 행동이다. 상실했던 모든 것을 애도하면서 환자는 파괴되지 않은 채 살아남은 내면의 삶을 찾아낼 수 있다.

 

p. 379

생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상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지만, 회복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분명하게 불공평한 이 사실을 수용하는 것이 곧 역량 강화의 첫걸음이 된다. 생존자는 회복을 책임지면서 회복을 완전히 장악해 간다. 파괴되지 않고 남은 힘을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으로 이 힘을 사용하는 데 있다.

 

p. 385

외상은 절대로 완전하게 재구성되지 않는다. 인생의 새로운 단계마다 발생하는 새로운 갈등과 도전이 피할 틈 없이 외상을 깨울 것이며, 경험을 새로운 측면을 일깨워 줄 것이다.

 

p. 389

나는 이 세계 속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다. 나는 힘이 있다고 느끼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내 삶에서 잘 돌아가고 있는 일에 집중하였다. 내가 삶에서 힘을 얻고 있는 실제 방법에.

 

p. 416

회복은 악을 이겨 냈다는 착각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회복은 악이 전적으로 승리할 수는 없었음을, 그리고 회복을 가능케 하는 사랑이 여전히 세상 속에 존재한다는 희망에 기반하고 있다. 


 

 

트라우마 : 네이버 도서

네이버 도서 상세정보를 제공합니다.

search.shopping.naver.com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