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250425 vendredi 유럽신혼여행 2일차: 프라하에서 1일 2전시 본문

적바림

250425 vendredi 유럽신혼여행 2일차: 프라하에서 1일 2전시

도르_도르 2025. 4. 26. 05:55

오늘은 프라하를 종일 즐길 수 있는 첫날이었다! 하지만 관심 있었던 프로그램의 비대면 설명회가 프라하 시각으로 오전 10시부터 진행되어, 그게 끝나야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든 할 수 있었다. 어제 함께 고민을 한 끝에 카페에서 빵으로 조식을 먹으면서 설명회를 듣기로 하고 마치면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비가 계속 온다고 하여 최대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어제 너무 추웠는데 오늘도 비슷한 기온인 거 같아 패션을 포기하고 옷을 막 껴 입었다. 목도리에 핫팩까지 완전 무장을 하였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까 아쉽긴 했지만... 그렇게 입었어도 추웠기에 잘한 선택 같다.

모종의 이유로 10시 3분에 카페에 도착하였고, 정신없이 설명회를 듣는 나 대신 C가 차와 빵을 주문해 주었다. 구글의 좋은 리뷰들을 보고 찾아간 곳이었다. 안 그래도 늦었는데, 줌이랑 무선 이어폰 연결도 잘 안 되고, 카메라에 얼굴은 보여야 하지, 여러모로 급하고 난감했다. 그런데 와, 유럽 와서 먹은 첫 빵은 맛이 기가 막혔다. 하나도 달지 않아서 이래서 주식으로 빵을 먹을 수 있구나, 하고 이해도 되었다. 설명회 마치고 C와 이야기를 좀 나누었다. 내가 전보다 덜하긴 하지만 아직도 자기 주변에 제일 열심히 수련하는 사람은 나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려는 걸 이해했지만 한편으론 우려했다. 내 생각에도 진득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기에 속전속결로 끝내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와 방향성이 맞아서 괜스레 기회가 벌써 생긴 것처럼 두근거렸다.

우리는 ATM에서 출금을 하고 무하 박물관에 가야 했는데, 엥, ATM을 찾아갔더니 무하 박물관 안에 있는 ATM이었다. 지도에서는 박물관이 그곳과 다른 데라고 나와서 이사했는데 어플에 반영 안 되었나 싶어서 돈을 뽑고 바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관람이 끝나니 전시장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아서 박물관이 하나 더 있을 수 있겠다는 싶었고, 그것은 맞았다. 3분 거리에 무하 박물관이 2개인 줄 어떻게 알았겠나. 그래도 한국어로 된 정보들을 제법 확인할 수 있어 작품 하나하나를 깊이 감상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이 별로 없고 조용해서 C와 나 둘 다 만족하였다. 그리고 더 큰 무하 박물관에 가서 gift shop에서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몇 개 고르고, C도 마음에 드는 여자(?)가 그려진 책갈피를 하나 사 달라해서 샀다(주진 않았다).

어디에서 점심을 먹을지 망설이다가 결국 C가 지인에게 추천받았다는 햄버거, 샌드위치 등을 파는 가게 NASE MASO에 갔다. 정육점과 식당을 같이 하는 가게 내부는 꽤 협소했고, 가게 밖에 사람들이 서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바가 있었다). 키오스크가 있길래 먹고 싶은 걸 하나씩 골라 주문했고, 다행히 우리 음식이 나올 때쯤 내부에 자리가 하나 생겨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가공육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괜찮은 식사였다.

프라하에 있는 많은 미술관, 박물관들 중 고민 끝에 모던하고 독특한 전시를 보러 가게 되었다. 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는데,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특히 첫 번째로 본 것이 더 그랬는데, 원초적이고 적나라한 작품을 보면서 작가가 영성이 높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낯설게 해 주는, 예술다운 작품들이었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 아침에 카페 가면서 운동화가 젖었기에 발도 축축하고 아주 추웠다. C는 전시를 하나 더 보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주도로 한 카페에서 약간 쉬면서 다음 일정을 고민해 보기로 하였다. 오늘 간 거의 모든 장소에서 우리가 발을 들였을 때는 그 정도는 아니다가 어느샌가 매우 붐비게 된 걸 보는 경험을 했는데, 그 카페도 그랬다. 나중에는 도떼기시장 느낌이라 나와야 했지만, 현지인들이 대부분인 것 같고 음료와 피스타치오 치즈케이크 또한 매우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C가 레논벽을 보고 카를교를 건너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하여 동참했다. 그렇게 걸으면서, 또 하루 동안 트램과 버스를 타면서 생각한 건데, 프라하에는 그라피티가 굉장히 많다. 오래되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나 조형물들도 많다. 그런데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고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라피티가 곳곳에 있어 신구의 이질감이 느껴진다. 아직 맑은 날의 프라하를 못 봐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우중충하고 오래된 느낌이었다. 저녁으로 체코 음식과 흑맥주를 먹으면서 여러 가지 소회를 나누었다. C는 아직 외국에 나온 것 자체가 신기하고 즐거워 보였다. 나는 여전히 여행은 너무 과대평가된 행위라고 생각하는 데 변함이 없다. 그래도 C와 함께 투닥투닥 알콩달콩 지내고 있으니 행복할 때가 많다.

배 터지게 먹고 대형 마트까지 걸어가서 장을 봐 왔다. 크림치즈, 요거트 등 유제품의 종류가 정말 많았다. 영어가 병기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그냥 타로카드 뽑는 심정으로 요거트를 하나 골랐다. 유명하다는 간식도 먹어 보고 맛있으면 선물용으로 사려고 약간분 구입했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C는 뻗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쌔근쌔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다. 내일은 체스키 크룸로프인지 크롬로프인지 성에 당일치기로 간다. 드디어 날이 갠다고 해서 잔뜩 기대 중이다. 나 또한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오프숄더와 민소매 옷 위주로 챙겨 왔는데 현실은 목도리 맨이라니.. C는 그렇게 추워할 거면 제발 옷을 사라고 말했다. 후. 내일은 과연 가벼운 옷차림이 가능할 것인가. 두둥.

알폰스 무하 박물관! 여기 가려다가 다른 곳 갔지만... 기념품은 여기에서 샀다. 외관이 예쁘다.
빨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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