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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50303 LUNDI: 결혼과 집안일 본문
오랜만에 집에서 써 본다. C의 친구 결혼식에 하객으로 갔다. 내 결혼식 이후에 처음 가 보는 결혼식이었다. 비슷한 점, 다른 점들이 보였다. 그곳은 밥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었으며, 생맥주, 와인까지 무료 제공이라, 원 없이 먹고 마셨다. 와인 두어 잔에 조금 헤롱하고 배부른 상태에서 음식을 더 뜰 때 문득 'C는 결혼 생활에 만족할까?' 싶었다.
결혼 제도가 거북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남편보다 집안일이나 아이 양육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나는 혼자서도 바쁘게 살았다. 가족이 생기면 몸이 부서지도록 밖에서 일하고 집에서 일해야겠지, 예상했다. 그런데 오히려 C의 집에 얹혀 사는 느낌이다. 살림을 아직 반쯤만 합치기도 했지만, 돈도 내가 더 적게 벌고, 집안일도 더 적게 하며, 돌봄도 더 적게 한다. 이 집에서 밥을 한 번도 짓지 않아 쌀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재활용품을 몇 번 버렸다가 그 요일과 그 시간에 버리는 거 아니라는 훈수를 듣고 이제는 그대로 둔다. C는 야무진 손으로 뚝딱뚝딱 반찬 몇 가지를 만들고, 과일을 손질해서 먹기 좋게 썰어 두고, 빨래를 각 잡히게 개켜 놓고(어깨 뿔 안 생기게 옷걸이에 니트 거는 법도 배움), 헤드셋을 끼고 신명 나게 설거지를 해 낸다. 힘 좋고 머리가 좋으니 무엇이든 척척 짧은 시간 내에 끝낸다. 아침에는 나를 깨워 주고, 밤에는 내 휴대폰을 자기 것과 함께 충전해 주고 나를 재운다. 눈 떠서부터 감을 때까지 돌본다.
그가 집안일을 할 때 때로는 나도 동참하지만, 대개는 보고서 쓰기, 말해보카(^^) 같은 다른 할 일을 한다. 혼자 살 때는 물론이거니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살 때에도 내가 어지른 것은 내가 치우는 게 인간 된 도리라고 생각했다. 특히 가족구성원이나 하우스 메이트가 집안일하는 걸 구경하는 삶은 인성 논란이라고 여겨서, 그런 상황에서 작은 기여라도 하려고 했다. 1인분의 몫을 하는 건 나의 중요한 목표였다. 결혼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생활할 가능성이었는데, 오히려 지금 C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집안일을 많이 담당해 주니, 마음은 아주 편하진 않지만 몸은 제법 편하다(?) C가 밥 맛있게 차려 준 걸 다 먹고 설거지할 거니까 방에 들어가서 쉬라고 하면, 평생 모를 줄 알았던 '왜 일부 남편들은 이벤트성으로 집안일에 참여하는지'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C에게 돈도 더 많이 버는데 집안일도 더 많이 하는 게 불편하진 않은지, 집안일을 종류에 따라 분배하는 건 어떻냐고 물었다. 본인은 괜찮다며, 나중엔 집안일만 하고 싶다고 하였다. C가 자신의 노고를 들여 나와 내 생활을 편하게 해 주니까 진심으로 고맙다. 어서 수련을 열심히 받고 상담전문가로 성장하고 싶고, 관계를 더 잘 꾸려야지 생각하게 된다. 이 귀염둥이가 아이도 아주 야무지게 잘 키울 것 같아서 임신을 빨리 하고 싶다. 아무튼 이론과 실전은 역시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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