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들어지고 재미지고 유익한 글을 쓰길 늘 기대하지만, 결국 구상만 하다가 시작도 안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체코, 오스트리아, 스위스 3개국을 여행하는 첫 유럽 여행이자 신혼 여행에 태블릿을 챙긴 것은 서투르고 거칠어도 당시의 경험과 느낌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짐이 너무 많아서 끝까지 두고 갈지 가져 갈지 망설였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 잘 챙겨왔다 여겨진다.
오늘 회사에 큰 행사가 있었다. 내 신행 날짜는 행사 일정을 잡기 한달도 더 전에 확정 및 보고되었으므로 상관 없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래도 비행기 타니까 회사 생각은 싹 사라졌다. 약간 지연되어 약 14시간 동안 기내에 있었고, 먹고, 자고, 귀가 아프도록 이어폰을 꽂고 뭘 보다가, 자고, 먹고의 반복이었다. 기내식을 2번 먹고, 마지막엔 인스턴트 피자가 간식으로 나왔고, 음식은 다 맛있었다.
오전 9시 몇 분 비행기를 탔는데 시차 때문에 내리니까 오후 3시 몇 분이어서 시간을 번 듯한 느낌이었다(다시 한국 가면 그만큼 버리는 느낌이 들 것이다). 프라하 공항에서 볼트로 택시를 잡아서 숙소까지 갔다. 우버보다 저렴했고, 기사님도 별 말씀은 없으셨지만 짐을 다 옮겨 주는 등 친절했다. 프라하에서의 숙소는 에어비앤비이다. 주인이 직접 우릴 맞이해 주고 방도 소개해 주었다. 에어비앤비를 꽤 오래 이용해 오는 중인데, 집 주인과 대면으로 만난 적은 처음이었다. 방은 거실 겸 부엌과 침실, 욕실로 이루어져 있고, 공간이 꽤 큰 편이라 마음에 들었다. 저녁엔 야간 투어가 계획되어 있었으나, 나가자마자 폭우가 쏟아져서 취소할까 망설였다. 다행히 투어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그 정도로 비가 내리진 않았다. 하지만 너무 추워서... 많이 들여다 보고 따라다니는 게 쉽지는 않았다. 돌아와서 따뜻한 차 한 잔 하고 감기약을 먹고 이제 씻고 자려고 한다. 내일은 종일 비 소식이 있어 아쉽긴 해도 미술관 위주로 다니자고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