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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50216 dimanche: 본식 후기(소감 추가)

도르_도르 2025. 2. 16. 22:07

어제 결혼했다! 아직 법적으로 신고를 한 건 아니지만 남편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 생겼다.

드레스를 몇 박 며칠 고민했다. 피팅 때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건 슬림한 실크 머메이드 드레스였다. 특히 어머니는 이런 옷은 조건(?)이 안 되면 입고 싶어도 못 입는다며 나를 회유했다. 그러나 피팅의 기억은 점점 흐려지고 남은 사진들을 확인했을 땐 풍성한 드레스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식순 대본을 쓰면서, 일부러 신부의 외모를 칭찬하는 말을 전부 뺐는데(사회자 선배가 이 말 듣고 손뼉 침ㅋㅋ), 화려한 모습을 내가 원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알아차렸다. 약간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울 것 같았고 그렇게 하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리라는 결심이 서면서 결국 슬림 드레스 당첨! 그래도 장식도 없고 신체가 제법 드러나는 옷(소매가 전혀 없는 탑 드레스였고 난 여름에도 민소매를 거의 안 입는 편..)을 입는 게 결혼식에서 일반적이지 않고, 피팅 땐 괜찮았지만 예식장에서는 초라해 보일까 봐 부담이 계속 있었다. 다행히 예식 날 화장하고 머리를 묶고 드레스를 딱 입었을 때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드레스들을 단번에 잊을 정도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결혼식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나의 경우엔 그런 초긴장 및 매우 정신없는 상태의 연속은 아니었다. 인사 나눈 사람은 지금도 전부 떠오른다. 다만 신체적 상태는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가방순이 역할을 해 주리라 기대했던 이는 불명확한 의사소통으로 본인은 그런 역할을 부여 받은지 알지 못했다. 입 안이 말라서 잘 웃어지지가 않았고, 노래할 땐 두어 마디 부르고 호흡 길이가 평소의 반토막이라는 걸 알았다. 식전부터 시작된 귀 멍멍함은 제자리 뛰기 등을 해도 개선 안 되더니 모든 게 끝나고 구두 벗으려고 상체를 아래로 구부리니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아무튼 이렇게 삐까번쩍한 빅웨딩이 내 팔자에 있을 줄이야... 하객이 400명 넘게나 왔다! 어머니께서 내 친구가 왜 이렇게 많이 왔냐고ㅋㅋㅋ 하셔서 내 친구 관계에 대한 어머니의 추측을 알 수 있었다. "너다운 결혼식"이라는 말을 듣는 게 기분 좋았다.

결혼식 소감:

1) 친구들의 가방순이가 기꺼이 되고 싶다. 200% 케어해 줄게. 나에게 맡겨라.

 

2) 예식 관련인들은 예식 때 절대 울면 안 된다고, 어머니를 쳐다보지 말아라는 둥 갖은 조언을 해 주는데, 그렇게까지 감정을 억압할 것 있나 싶었다. 그러니까 '결혼 생활<결혼식<<결혼식 사진'인 느낌,, 눈물 나올 만한 순간도 딱히 없었지만..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마음을 알 것 같아 오히려 고마웠다.

 

3) 예식 직전에 머리를 단발로 자를 것인지, 염색을 할 것인지(많은 예비 신부들은 결혼 직전에 '붉은기가 없는 브라운 염색'을 한다) 고민했다. 단발도 욕심이 났지만 머리카락이 고정이 안 되어 있으면 신경 쓰일 것 같아서 그냥 묶었고, 염색은 '붉은기 가득한 핑크 브라운'으로 했다. 2)와 비슷한 맥락으로 웨딩 사진에 붉은 머리카락이 촌스러워 보여 많이들 피한다고 하지만, 난 하고 싶어서 했고, 결론적으로 예상보다 훨씬 잘 어울리고 만족스러웠다! 식 전에 염색하는 건 추천한다. 예식은 끝나도 머리는 남아서, 특히 나는 거의 6~7년 만에 한 염색이라, 혼례 올리고 쪽머리하는 것처럼 내가 기혼자라는 표식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카메라로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 계단샷
추워서 입은 레이스 볼레로
서 있는 여자 표방맨
알아서 준비해 주신 부케! 장미였나
머리에도 반짝이는 거 다 거부.. 결국 진주맨
레이첼은 이 순간에 도망친 걸까.. 나도..그럴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봄ㅎ
허리는 굽히고 목은 들라니 어려웠지만 사진은 예쀼! 원판 때는 일부러 입 안 맞췄당
친구의 대표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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