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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40604 mardi 본문
지난 주말에 술을 많이 마셨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관심 있었던, 관심받았던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으려니 좀 긴장되었다. H가 건네는 물컵을 내가 잡았음에도 굳이 본인도 힘줘서 잡고 놓질 않을 때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손깍지가 떠올랐고, 이 구도를 인지했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것 같았다(당연히 만취함). 꽤 오랫동안 술자리가 이어졌다. C가 데리러 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하자, 남자들 득실 한데 내 애인이 오면 퍽이나 좋아하겠다고 사람들이 도망갔다. 애초에 혼자 여자였던 것이다. 결국엔 H만 남았고, 그는 C의 차를 얻어 탔고, 나는 셋이 탄 차 안에서 "H 잘 생기지 않았냐"(습관임)를 시전했다. H는 C에게 형님이라고 했다. T가 그랬던 것처럼.
이 일을 떠올리며 웃었다. 출근길이었다. 사실 오늘 상담이 2개 있는데 둘다 지지부진하고 9시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그리고 최근에 상담한 아동의 학대 재신고 논의를 해야 했다. 난 그 아동도 만나고, 그 아동의 행위자도 만났는데, 결국 이런 상황을 아동이 다시 겪었다는 게 속상해서 어제 화장실에서 좀 울었다. 며칠 전에 들은 사례는 최고로 끔찍했다. 그 아이가 살아내고 있는 순간순간과 하루하루를 가늠할 수 없었다. 공부고 옷정리고 할 게 많지만 집에 가면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한다. C는 어제 내가 너무 공부를 안 한다며 걱정했다. 학부 때부터 수없이 반복해 온 이런 시험에서 설마 떨어지겠냐는 생각이 들고 경각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득달같이 하려는 그 기운이 없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친구를 생각했다. 친구의 어머님이 오늘 수술한다고 했다. 버스 안에서 시험 대비 문제를 풀다가 친구에게 연락했다. 친구에게 힘이 되어 줄 말을 하고 싶었다. 모두 힘이 필요하고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고 안전한 공간을 내어 줄 수 있다. 이렇게 믿는 이가 많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버티는 나날이지만 오늘은 왠지 더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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