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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40320 mercredi(2) 본문
(지난 이야기: 이제 내일모레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구술시험을 치는 도르도르.. 하지만 사랑하는 C와 볼일을 마친 후 돌아와 차에 타려던 그때.. 깜짝 놀랄 만한 발견을 하게 되는데....)
차 앞의 번호판이 없어진 것이었다. 그러니까 차 앞 번호판 자리가 검정색이었다. "차 앞 번호판이 없어!!!!" C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연재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타인에게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범칙금을 안 낸 것도 아닌데 갑자기 차를 보니 번호판이 없다?! 이게 무슨 일인가? 다행인지 뒷 번호판은 잘 있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앞 번호판이 없었을까 추리를 시작했다. 출차 정산을 하니 이미 입차할 때부터 차 번호판이 없는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날 그가 우리 집 골목으로 들어왔을 때 마중 나갔다가 그의 차 번호판을 또렷하게 보았다. 그 후에 저녁을 먹고 식당 주차장에서 차를 뺄 때 그는 차 번호판을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병원 가기 전까지 공영주차장 겸 전기차 충전소에 차를 충전한 것이었다. 또한 주차 자리를 찾던 그가 병원 근처를 뱅뱅 돌았기 때문에 번호판이 찻길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블랙박스를 확인했을 때 누가 번호판을 떼어간 흔적은 없었기에 어딘가에 떨어진 게 아닌가 싶었지만, 차 번호판이 그렇게 쉽게 떨어지나...? 심지어 최근에 번호판을 바꾼 것도 아닌데. 결국 누가 떼어갔거나 운전하다가 떨어졌거나 둘 중 하나인데 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번호판이 없는 차를 운전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일단 홈플러스 근처 차도를 관찰하며 걸어다녔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다시 공영주차장에 차를 넣었다. 원래 주차되어 있던 전기차 충전기 근처를 살폈지만 낙엽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나 보고 공부하라고 하고 아침에 운전했던 동선을 따라 번호판을 찾으러 나갔다. 혼자된 나는 아이디 찾기를 하여 당근마켓에 접속한 뒤 "자동차 번호판(하늘색) 보신 분 있나요?"라고 글을 썼다(인기글 등극^^). 번호판을 못 찾은 그는 결국 경찰서에 번호판 분실 신고하고 견인을 부를 수밖에 없겠다고 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서 월요일에 견인 한 번 더 불러 차 번호판 바꾸는 행정 처리를 진행하겠다고. 그는 견인 차에서 기사님과 1시간 넘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 벌써 걱정했다. 그렇게 우리는 번호판 찾기를 포기하고 지구대에 걸어갔다. 걸어가는 길에 "이 많은 차들이 모두 번호판이 있는데 우리 차만 없네^_ㅠ"라는 농담을 했지만 C는 웃지 않았다. 경찰서에는 경찰이 한 사람밖에 없었다. C가 민망해하며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경찰은 우리 보고 기다리라더니 나갔다가 다른 경찰 분들을 대동해서 들어왔다. 그중 가장 대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경찰이 C에게 "아이고. 얼마나 황당하셨을까요."라고 말씀하셨다. 눈 뜨고 번호판 잃은 불쌍한 C의 일화가 소문난 것이다. 현장 확인을 위해 경찰 한 분이 공영주차장으로 가자고 했다. 이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차를 타 보았다!
경찰차는 앞의 두 좌석과 뒤의 두 좌석 사이에 성긴 검정 그물 같은 걸로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경찰 시험을 앞둔 나는 경찰차를 벌써 타 본 게 기분 좋고 두근두근했다("저 경찰 시험 쳐요!!^^" 외치려다 가까스로 참음). 금방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문고리가 특이해서 어떻게 열어야 할지 C와 논의하고 있었다. 운전한 경찰이 먼저 내리더니 문을 열어 주며 "안에서는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범인이 도망갈 수도 있잖아요."라고 설명해 주셨다. C는 작은 목소리로 "타 봤어야 알지."라고 했다. 하지만 그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차를 탔다는 사실에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여전히 C의 차에는 앞 번호판이 없었다. 경찰은 차 사진을 찍었고 C는 진술서 같은 걸 작성했다. 경찰은 형사한테서 연락이 갈 거라고 안내하고 돌아갔다. 멀쩡한 차를 운전할 수 없어 견인차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에 그는 좌절했다. 원래 그는 차 수리 일정이 있어 점심 먹고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어서 집에 빨리 갈 이유도 없어진 터였다. 나는 그에게 하루 더 있다 가라고 말했다. 그는 승인했다. 그렇게 공부하고 밥 먹고 약 먹고 코 풀고 공부하고 밥 먹고 약 먹고... 이런 시간들이 이어졌다. 저녁 먹고 나니 만보 넘게 걸었다는 알림이 왔다.
일요일 점심을 먹고 C가 예상 문제를 불러 주면 내가 답을 하는 모의시험도 치른 다음에 그는 갈 채비를 했다. 나도 그를 배웅해 주겠다고 견인차 기사님께 드릴 음료를 사서 같이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그때, 기사님이 C에게 전화했다. 기사님의 목소리가 웅얼웅얼 나에게도 들렸는데 언뜻 번호판이 있다는 내용 같았다. 그런데 진짜였다!!! 기사님이 그 주차장에 일찍 도착하셨는데, C의 차가 있는 주차장 영역은 좀 좁아서 그 위쪽에 차를 대려고 올라가셨단다. 그쪽 벤치 위에 무언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번호판이었다. 누가 발견해서 의자에 던져 놓은 것처럼 보였단다. 우리는 그 소식을 듣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싶어 주차장으로 막 달려갔다. 견인차 기사님은 그새 번호판을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부착까지 끝내신 터였다. 지난 이틀간의 일이 꿈만 같았다. C는 다시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하며 신나게 다이소에 갔다. 그리고 양면테이프를 사 임시방편으로 번호판을 꽉 붙였다. 나는 차에서 내릴 때마다 번호판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했다. 그렇게나 원하던 운전을 하여 집에 간 그는...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나에게서 "모르고 오빠 가방에 공부해야 하는 자료 넣었어.."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나 원하던 운전을 연속 2시간 해서 다시 우리 동네에서 나와 저녁까지 먹고 다시 1시간을 운전하여 드디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내가 쓰고 싶었던 건 이 이야기가 아니라... 시험 치러 가던 날 1호선 지하철이 고장나서 1호선만 4번 갈아타며(내려서 다른 거 타라고 해서 탔는데도 앞 지하철이 고장나서 뒷 지하철도 못 가고..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폭풍 전야였음) 시험 치러 못 갈수도 있겠다는 불안을 느낀 이야기..를 쓰고 싶었더랬다. 그리고 시험에 뭐 나왔는지도 정리하고 싶었고. 하지만 시험 치기 전을 묘사하느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네. 이제 상담 준비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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