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양가에 결혼 허락을 받았다. 어머니에게 왜 결혼 반대 안 하냐고 했다던 아버지는 막상 나와 C 앞에서는 반대의 ㅂ도 꺼내지 않으셨다. 한 마디 말 없이 나라 잃은 표정이시긴 했으나, 나는 대인배의 마음으로 미리 무장했기에 "어유~ 아빠 나 결혼하다니까 섭섭한가 보다^^~"라고 비협조적인 집단원을 집단으로 이끄는 집단 리더의 스킬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집단 리더 경험 없을 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화 온 아버지는 "두어 번 봐서는 모르겠지만 네가 선택하였으니 좋은 사람일 거라 생각한다."고 나를 독립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던 양육관의 톤을 그대로 유지하셨다. 한편으론 아버지도 참 고생하신다 싶었다.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주변에서 다 그러고 있는데 그 속내를 누르고 조작하여 감추는 게 어찌 쉬웠으랴. 뭐, 여기에는 아무리 뭐라 해도 내 마음대로 하는 나의 성향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리고 제주도 웨딩 스냅을 예약했다! 공일사진관이라는 곳이다. 비체계적으로 수집한 제주도 웨딩 스냅 업체 정보 중 가장 눈에 띄었다. 촉박한 만큼 어쩔 수 없이 추석 연휴 포함하여 7일을 쉬어야 하는 일정이고 아직 회사에 양해를 구한 건 아니지만 그냥 강행하려고 한다. 촬영용 드레스를 1~2벌 구하고, 제주도 차편과 숙소를 예약하고, 더불어 제주도 여행까지 계획해야 하지만, 이건 어떻게든 되리라 믿는다.
이전에 박람회에 갔다가 가계약 걸었던 식장은 결국 예약을 취소했다. 의사결정자 6명 중 대부분은 적당히 실용적으로 식을 치루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한 사람의 의견이 굉장히 강했다. 그래서 결국엔 좀 더 큰 식장에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불안정성을 감수하더라도 가계약했던 예식장은 예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예식장이 생각했던 곳과 다른 곳으로 정해졌지만 예약했던 곳에서 꼭 식을 올리고 싶은 것도 아니었기에 별로 아쉽진 않다. 비혼주의자이던 내가 빅웨딩(?)을 올리게 될 거라는 게 실감이 안 날 뿐. 아, 양가 부모님은 우리가 좋은 날을 받아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셔서 어머니께 그 일을 부탁 드리기도 하였다. 택일도 전에 궁합 안 좋다고 결혼 엎자고 하면 어쩌지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리 말려도 언젠가는 보러 가실 거 같았기 때문에 그냥 맡겨 드렸다. 외할머니께서 잘 아시는 스님이 있다고 하셔서 어머니와 할머니가 같이 절에 가셨다. 결론적으로는 궁합이 너무 좋아서 굳이 날을 뺄 필요 없이, 예식장 비는 시간에 맞춰서 결혼하면 된다고 한다. C와 여러모로 잘 맞는 건 진짜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사주로 본 궁합도 잘 맞다니 신기했다.
많이 한 거 같지만 남은 게 더 많긴 하다. C의 아버님이 예식장을 예약하셨다지만 취소되는 날짜로 옮겨가야 하기에 일정은 아직 미정이고, 이에 따라 본식 스냅이나 드레스나 메이크업 전부 예약하지 못했다. 아이폰 스냅도 하려고 하기에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신혼 여행은 C가 유럽으로 가고 싶다길래 염두에 두고 있지만 결혼식에 돈 다 써 버리면 갈 재간이 생길까 싶다. 예식도 예식인데 C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큰데, 아쉽게도 지금은 함께 살 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일단 올해 상담심리사 2급을 꼭 취득하려고 한다. 이직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대비해야 하니까.
그리고 어제 복싱을 시작했다. 코치님이 나 보고 너무 못한다고 하였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은 내가 봐도 너무 어설프고 스탭을 옮길때 마다 볼살이 위아래로 흔들려서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