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220627 lundi 본문

적바림

220627 lundi

도르_도르 2022. 6. 28. 01:30

책상 정리한답시고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지쳐서 돌아와 쓰는 일기. 내일은 깨끗한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을 것 같으나 오늘은 무리다. 이렇게 월요일 같지 않은 월요일이 저물어 간다.

 

냉동도시락 업체에 환불이나 교환을 문의했더니 흔쾌히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시큼한 고기 맛이 잊히지 않아 전부 환불받기로 하고, 다른 곳에서 닭가슴살 11 덩이를 주문했다. 체력 시험 준비할 때 먹다 남은 프로틴 가루도 다시 타 마시려고 오트밀 음료 한 박스를 구입했다. 아, 맞다. 이제 물도 사 마셔야 한다. 회사에 가지 않으니까 먹는 것에 괜히 책임감이 느껴진다. 찬과 며칠 있었더니 오동통 살이 올라 지하철 창에 달덩이가 비친 줄 알았던 것은 아이러니이지만.

 

여전히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 꾸물한 날씨였다. 하지만 더는 미룰 수 없어 2주년 기념일에 만들었던 도자기를 찾으러 꽤 멀리까지 갔다. 어제만 해도 찬은 같이 가겠다는 의사를 비쳤지만 도무지 깨어나지 않아 혼자였다. 기존 음악 구독 어플의 기한이 끝나서 다른 걸로 바꿀까 생각 중이었는데, 기나긴 이동 시간을 음악 없이 보낼 순 없어서 약간 충동적으로 FLO에 가입했다. 라디오헤드 음악을 들으며 『그때 그 마음: 2022년 제67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을 읽었다. 이장욱 작가의 「노보 아모르」를 끝까지 봤는데, 문체가 재기발랄하고 전환이 빨라서 이동하면서도 집중이 잘 되었다. 도자기를 픽업하고 공방 근처에서 새우장 비빔밥을 먹었다. 멀리서 본 사장님은 약간 험상궂은 인상 같았지만 계산할 때 가까이서 보니 눈웃음이 귀여우셨다. 도자기는 완벽하진 않아도 직접 만들었다니 뿌듯하다. 앞으로 자주 사용하고 싶다!

나의 요거트볼과 찬의 밥그릇ㅎ_ㅎ

 

찬과 내일 밤에 <탑건: 매버릭, 2022>을 보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의 연인이라 그런지 영화관 데이트가 아직 생경하다. 찬은 어제 미리 전편인 <탑건, 1986>을 봤다고 했다. 영화 안 볼 거면 내용을 이야기해 주겠다고 해서 안 볼 거라고 했더니, 톰 크루즈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다고, 진짜 잘생겼다고 하길래 그럼 보겠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내가 본 건 <조디악, 2007>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찬과 그만 봤던 그 부분부터 재미있어졌다. 곧 영화에 푹 빠져서 마음이 쫄깃쫄깃해졌다. 영화를 다 보고는 파스타를 시켜 먹으면서 『노르망디의 연』을 좀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허리가 아팠고, 부엌 아일랜드 식탁 말고 책과 사장님 의자가 있는 내 책상에서 책을 읽고 싶어졌다. 하지만 책상을 이용하려면 여러 가지를 정리해야 했다. 그래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잊고 잃었던 온갖 보물들이 나타났다.

'적바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630 jeudi  (0) 2022.07.02
220628 mardi  (0) 2022.06.29
220626 dimanche  (2) 2022.06.27
220625 samedi  (0) 2022.06.27
220624 vendredi  (2) 2022.06.2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