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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20626 dimanche 본문
며칠 전에 실직 생활을 대비하여 냉동 도시락을 9개 구입했는데, 택배를 뜯어 보니 얼음팩도 녹아 있고 냉기도 안 느껴지는 게 도시락들 상태가 시원치 않아 보였다. 시험 삼아 2개를 가지고 찬에게 가서 같이 먹자고 데워 줬더니, 찬이 불고기에서 신맛이 난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도시락을 버리고, 찬이 수제버거를 시켜 주었다. 더블패티버거를 먹던 찬이 오랜만에 내가 식사를 대접해 줬는데 상한 걸 줬다고 웃었다. 할라피뇨 피클과 아까 불고기 맛이 비슷하다며. 누워서 이북을 보는데, 찬은 내가 책 읽고 있을 때 뒤에서 안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새 안경이 반짝반짝 빛났다. 찬도 안경을 사고 싶다고 했다. 눈 씻고 봐도 외양에 책이 없는 찬과 함께 안경을 쓰고 카페에서 책 읽는 상상을 했다. 찬은 혼자 전기장판 위에 누운 것처럼 등허리가 뜨끈뜨끈했다. 무소음의 최신식 선풍기가 돌아가고, 창문으로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들어왔다. 비가 오전부터 온다고 했다가, 낮 2시에 온다고 했다가, 저녁 7시에 온다고 했다가, 다음 날 새벽 2시에 온다고 하길래 더 이상은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았다. 동료들과 가기로 했던 등산이 일찌감치 취소된 게 아쉬웠지만, 찬과 책과 함께하는 일요일은 너무 포근했다.
저녁으로 아그라에서 커리를 원없이 먹고 돌아와서 드디어(!) 여름옷 정리를 절반 정도 했고, 빨래를 돌렸다. 죽으면 다 흙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옷도 짐도 너무나 많은 인생은 왜 이런 걸까. 옷더미를 뒤지면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들었다. 음조가 조금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이북을 오디오북처럼 들을 수가 있는 세상이 되었다! 스스로는 색채가 없니 뭐니 하며 자신을 깎아내렸던 다자키 쓰쿠루가 사실은 부잣집에 잘생기고 다정하고 매력적인 인물임이 타인들에 의해 드러나면서 탄식을 금할 수가 없어 중얼댔더니 동거인이 도대체 뭘 듣고 있느냐고 물었다. 하루키에게 빠져 있을 때 어떤 이가 그 사람 소설에 나오는 인물은 죄다 멋있는 척한다고 쓴소리를 한 적 있었는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해서 약간 반감까지 들었더랬다. 오늘은 그 어떤 이가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책을 다 읽고 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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