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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20628 mardi 본문
다짜고짜 책상 사진부터 투척해 보았다. 깨끗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쓸 수 있어 기쁘다. 하루를 몽땅 청소와 이불 빨래에 바쳤다. 아직 완전하게 깨끗하진 않지만, 켜켜이 쌓인 먼지를 닦고 또 닦으면서, 종량제 봉투를 몇 개나 묶어서 내버리면서, 자신을 수양하는 것 같았다. 언젠가 찬에게 진지하게 너 신경정신과에서 검사해 봐라, 성인 ADHD인 것 같다, 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에게 뭐라 할 게 아니었다. 거실에 널브러뜨린 각종 서류와 도서를 정리하다가 악보를 발견하고는 어, 이게 무슨 곡이었더라? 검색해서 듣다가, 블루투스 스피커로 듣고 싶어 서랍을 뒤져 스피커를 찾느라 새로운 난장판을 만든 후에, 아차, 이불을 미리 세탁해 놔야지, 건조기 돌릴 시간도 드니까, 이불솜과 커버를 분리하다가, 문득 허기짐을 느끼고 한 단체 카톡방에서 나온 '수프'라는 단어에 인스턴트 수프를 데우려고 보니 전자레인지가 고장 나 있어 냄비에 물을 끓여 수프를 데우고 식사를 마친 다음, 갑자기 채소들을 미리 손질해 놓으면 편리하겠다 싶어 눈물 흘리며 파와 양파를 썰고, 뭔갈 안 한 거 같은데 그게 뭐였지? 확인하면 덜 분리된 이불 커버는 아직 세탁기에 들어가지 못한 식이었다. 거실에는 여전히 인쇄물들이 바닥에 뒹굴고 있고, 식사의 흔적이 남은 부엌도 치워야 하고, 이불 빨래도 어서 돌리고 건조도 시켜야 했다. 정리 중에 충전기를 잃어버리기도 하여 찬에게 빌린 아이패드를 동거인 방에서 몰래 충전시켰다가 난리통에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는 퇴근한 동거인이 발견한 아이패드를 몸 둘 바 모르면서 받기도 했다("도르, 아이패드 샀어?!"). 지칠 때는 누워서 쉬었다. 마침 쉬는 시간에 절친한 JJ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우리는 동맹을 맺었다. 7월부터 서로를 감시하며 공부하기로. 곧 구민종합체육센터에서 피아노와 스피닝 강좌를 듣는다는 말에 JJ는 나의 살뜰함에 감탄하며 살림해도 되겠다고 말했다. 통화 중에 부모님 댁에 얹혀살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지금보다 돈도 절약될 테고, 아직 지원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혹시 올해 하반기 APO에 지원해서 잘된다면 그때 이사하기도 용이할 텐데. JJ가 다니는 스터디 카페에 놀러도 가고, 같이 빵도 먹고.
늘 숙제인 프랑스어와 영어와 찬 덕분에 새로 추가된 중국어 공부를 백수가 되면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회사원일 때와 달라진 점은 책 읽고 영화 보는 시간과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진 것뿐이다. 아, 그렇지, 청소도 했지. 청소 후에 아주 잠깐이지만 피아노를 쳤다. 뚝딱거렸지만 깨끗한 환경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기분이 좋았다. 어느덧 영화 시간이 다 되어 집을 나섰다. <탑건: 매버릭, 2022>은 전편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지만 찬은 아는 척을 하고 싶어 했고 그럴 수 있게 내버려 뒀다. 액션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하나의 장르라고 느껴졌다. 커다란 스크린으로 봐서 더욱 좋은 영화였다. 처음 먹어 본 치토스 팝콘도 정말 맛있었다. 찬이 별로 손을 안 뻗길래 그가 팝콘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내가 먹는 걸 좀 기다리다 보니 팝콘 부스러기밖에 없었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야식으로 매운찜닭맛 컵누들과 청양마요 삼각김밥, 그리고 반숙란을 샀다. 『데카메론 2』를 읽으면서 그것들을 먹었다. 각자 뭐 먹으면서 각자 보고 싶은 거 보는데(찬은 아마 인스타그램을 봤을 것이다) 그가 나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내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새로 장만한 찬의 스피커가 둥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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