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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20624 vendredi 본문
전날 자려는 참에 갑자기 <극한직업, 2018>이 보고 싶었다. 보고 싶었던 장면 위주로 스킵하며 영화를 봤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확인했을 때가 2시 반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지끈했다. 이렇게까지 늦게 자는 일은 더는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봄에 시험을 치지 못한 '피해상담사' 자격 교육이 다시 열린 것을 확인했다. 필기 시험일은 10월 1일이었다. 해당 기관에 전화를 거니까 바로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었다. 상담 관련 강의를 하나 들었다. 청상 2급 자격증 덕분에 상담 과목은 시험 면제를 받아 사실 듣지 않아도 되는데, 제도나 법에 관한 강의에 손이 가지 않았다.
오늘의 일정은 찬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강남 피부과에서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고, 합정 술집에서 친했던 동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길래 외출 시 옷이 다 젖을까 봐 걱정했지만, 우산을 들고 다니다가 잃어버렸을 뿐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선선한 날씨라 외출하기 좋은 날이었다.
찬은 또 잠의 세계로 날 이끌어서 점심을 4시에 먹을 수 있었다. 피부과 예약이 5시라서 소바는 맛있었지만 체할 것 같았다. 강남의 그곳은 공장형 병원이었는데, 그냥 공장이 아니라 제모 공장이었다. 시술은 상담 때 안내받은 것처럼 진짜 2분이었다. '창피하거나 아플 새 없이'가 모토인지는 모르겠지만, 따끔거렸다는 느낌에 확신이 들기 전에 끝이 났다. 누웠다가 다시 일어날 때까지가 너무 짧아서 약간 어지러웠다. 생각보다 더 많은 횟수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해서, 이 긴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음 예약을 잡긴 했지만 한 달 뒤의 나의 일정에 자신이 없었다. 지하철에는 역시나 사람이 정말로 많았다. 동료들은 야외 테라스에 자리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감태김밥'을 처음으로 먹어 보았다! 퇴사하고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냥 연휴 같다, 고 말했다. 다만 그 자리에서 듣는 회사 이야기가 나와는 아주 먼 곳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껴졌다. 모든 이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계속 변주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양성하던 그 회사에 이제 나는 소속되지 않은 것이다.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있는 동료 H는 최근에 영화 <클로저, 2004>를 봤단다. J는 이루마의 Indigo를 즐겨 연주했다고 말했다. 관심 있는 주제들이 많이 나와서 즐거웠다. 『노르웨이의 숲』에서 좋아했던 미도리가 이야기한 어떤 구절을 H가 맞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퀴즈를 냈으나, H에게 아직 미도리는 등장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합정 홍대의 금요일은 젊은이들이 정말로 많았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길거리마다 사람들로 메워진 걸 보고 놀랐다. 우린 그 틈에서 네 컷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제 이 동네에 아침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진짜로 퇴사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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