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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00805 mercredi

도르_도르 2020. 8. 5. 11:33

의도적으로라도 불어를 쓰지 않으면, 복수전공이고 뭐고 다 패대기치게 생겼다. 그래서 수요일을 mercredi로 표현해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나날들.

세상에는 꼭 해야 하는 일도 없고 정답도 없다. 그래도 보고 듣고 생각한 걸 바탕으로 신나고 재미있게 살고 싶으니까 자꾸 머리를 굴리게 된다.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황야에서 부침을 겪더라도 결론만 놓고 보면 나름 일관성 있었다(ex. 준호>백건우, 가슴>머리).

그러나 요즘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이는, 내가 여태 알던 자신과는 좀 다른 사람임을 자꾸 느끼게 한다. 과거에 못 참겠다고 박차고 나왔던 것을 이제 어느 정도 넘어갈 수 있게 되고, 반면, 꼭 지키리라 다짐했던 것은 한 줌 쥔 모래가 손에서 빠져나가듯 흘러내린다.

그는 나와 너무 다르지만, 질문하고, 경청하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눈 맞춤도 잘 안 되는데, 언제 관찰하는지, 어떻게 적당한 피드백을 주는지 모르겠다.

결론 안 나는 지지부진한 이야기를 듣고 "네 생각은 어때?"라는 질문에 너만 있으면 된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너만 있으면 다 상관없는데, 너는 내가 있는데도 뭐가 부족하냐고 날 채근할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자기가 왜 좋냐는 질문에 늘 별말 못하지만, 그가 내 마음의 크기를 섣불리 가늠하거나 단정 짓지 않아서,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는 도대체 나와 왜 그리 오랜 시간을 보낼까, 싶었다.


이곳은 여전히 황야이다. 끝이 나면 어쩌지, 끝이 나지 않으면 어쩌지.


하지만 아직은 깃털처럼 많은 날들이 남았다고 믿고 싶다.
행복은 지금-여기에 있는 자의 것.


에브리데이 치팅데이: 투데이 이즈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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