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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나랑 결혼 안 하면 자꾸 평생 노총각으로 살 거라고 말한다. 노총각이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배운 걸까? 내나 네나 누가 돈 쓰는지도 상관 없다고 그런다. 낙천성은 참 적응적인 특징이다. 에서 으로 이어지는 데이트 코스처럼. 그는 식탁 모서리를 보면서 나와 같이 저녁을 먹어서 좋다고 했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카페에 가방을 두고 나와버렸다. 파우치 이런 것도 아니다. 한쪽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가죽 가방이다! 코로나 때문에 쓴 명부를 보고 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셨고, 집이 가까웠기에 망정이지.
내 마음은 내 거고, 네 마음은 네 거다. 하등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말이다. 그가 어쨌든 귀엽고 재주가 많아서 칭찬을 했다. 별 의도는 없었다. 기분 좋게 해주고 싶은 정도? 그는 익숙하는듯 굴었다. 그리고 빈말이 아니라 친구들이 정말 너는 부족한 게 없다, 부럽다, 는 말을 자주 했다고 그랬다. 안 말하려고 했는데에 덧붙여 나오는 그의 잘 나가던 시절의 썰을 들었다. 처음엔 웃었다. 그 다음엔 초기 성인기에 인정 받는 경험을 한 건 인생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칠테니 그에게 잘된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우울해졌다. 나는 사람을 진지하게 대하고 싶었다. 누구나 자기 삶을 잘 꾸리길 원한다고 생각했다. 수렁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내가 함부로 재단할 수 없..
나는 용기가 없어서 병아리 한 마리도 못 키워본 사람인데 그런 나를 그가 꼭 붙잡고 널 알기 전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라고 했을 때 그가 내 곁에서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언젠가는 배신할까봐, 늘 그래왔듯이 끝날까봐, 그리고 그 일이 닥쳤을 때 받을 상처에 익숙하고 대비도 잘 되어 있는 나와 다르게 그는 정말 크게 무너져내릴까봐 겁났다. 그를 지켜주고 싶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내가 그러지 못할까봐 하는 염려도 자란다. 운 좋게 특별한 사람을 만나서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는데도 마냥 즐겁지가 않고 왜 이렇게 걱정이 될까? 그가 내 말투를 따라하고, 내가 선물한 책을 읽고, 내 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는 동안 깔깔 웃었으면서 뒤돌아서면 뭐가 그렇게 안쓰러울까? 사실 오늘은 그와..
진짜 솔직히 말해? 그래, 말해 봐.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 지어내지 마. 그땐 마스크 쓰고 있었잖아. 마스크 쓰고 있는데도 그랬고, 물 마실 때 얼굴 보니까 예뻤다! 그래서 얼굴은 내 스타일이니까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 싶었지. 그래서 만나자고 한 거야? 그래. 가게에서 딱 봤을 때 게임 끝난 거였어. 키 크고 말투도 조곤조곤하고. 아, 빨리빨리 진행해서 누가 데려가기 전에 내 여자 친구로 만들어야겠다, 한 달 안에 끝내야겠다, 생각했어. 너 그때 무슨 옷 입었는지도 생각나. 나도 기억나. 추운 밤이었는데, 너 멋 부린다고 트렌치 코트 같은 거 입고 왔잖아. 맞아. 얼어 죽을 뻔했어. 난 그때 너한테 선 그었는데. 처음엔 별 생각 없다가 막상 만나니까 조심해야 할 거 같아서 재미없을 만한 ..
같이 살자고 말했다. 대답이 기억나지 않는다. 늘 그렇듯이 두루뭉술하게 넘겼을 것이다. 그는 내가 항상 피하는 느낌이랬다. 같이 사는 건 좋아. 그렇지만 난 너만큼 결혼이나 아이를 원하는 마음이 크지 않아서 함께 지내는 그 이상을 바란다면 서로 곤란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생은 짧고, 젊은 날은 더 짧고 소중해. 그 시간을 누구랑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질 거야. 가르치려 드는 나의 말에 자기도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같이 살면서 네가 결혼에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너를 잃고 싶지 않아서. 너무도 소중한 너를 잃고 싶지 않아서. 네가 일부러 그렇게 다니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아. 일단 사람들이 너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심..
2015년의 seren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