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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00920 dimanche

도르_도르 2020. 9. 21. 17:10

내 마음은 내 거고, 네 마음은 네 거다. 하등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말이다.

그가 어쨌든 귀엽고 재주가 많아서 칭찬을 했다. 별 의도는 없었다. 기분 좋게 해주고 싶은 정도?
그는 익숙하는듯 굴었다. 그리고 빈말이 아니라 친구들이 정말 너는 부족한 게 없다, 부럽다, 는 말을 자주 했다고 그랬다.
안 말하려고 했는데에 덧붙여 나오는 그의 잘 나가던 시절의 썰을 들었다. 처음엔 웃었다. 그 다음엔 초기 성인기에 인정 받는 경험을 한 건 인생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칠테니 그에게 잘된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우울해졌다.

나는 사람을 진지하게 대하고 싶었다. 누구나 자기 삶을 잘 꾸리길 원한다고 생각했다. 수렁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내가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도망가게 되더라도 함께인 순간만큼은 집중했다. 얼마나 아끼든 간에 떠나면 무조건 마음 아팠다. 

나는 나약하고 잘 휘둘리는 사람이구나, 하고 확인하고 반발했던 이십 대를 지나 이제 조금 편해지려나 했는데,  
눈앞의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 없이 대접 받았던 일화들을 꺼내니까 온 마음을 다 바치고도 네 인생을 낭비하는 게 아깝지 않냐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가 사람을 가볍게 생각하고, 상대의 반응이 궁금해서 혹은 여태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서 그냥 어떤 시도를 할 수 있는 게 나를 정말로 슬프게 만들었다. 그의 마음인데도 내가 너무 슬펐다.

 

 

슬플 때면 하늘을 보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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