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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00916 mercredi

도르_도르 2020. 9. 16. 22:23

나는 용기가 없어서 병아리 한 마리도 못 키워본 사람인데 그런 나를 그가 꼭 붙잡고 널 알기 전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라고 했을 때 그가 내 곁에서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언젠가는 배신할까봐, 늘 그래왔듯이 끝날까봐, 그리고 그 일이 닥쳤을 때 받을 상처에 익숙하고 대비도 잘 되어 있는 나와 다르게 그는 정말 크게 무너져내릴까봐 겁났다. 그를 지켜주고 싶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내가 그러지 못할까봐 하는 염려도 자란다.

운 좋게 특별한 사람을 만나서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는데도 마냥 즐겁지가 않고 왜 이렇게 걱정이 될까? 그가 내 말투를 따라하고, 내가 선물한 책을 읽고, 내 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는 동안 깔깔 웃었으면서 뒤돌아서면 뭐가 그렇게 안쓰러울까?

 

사실 오늘은 그와 두 끼나 함께 먹은 귀한 날이었다(그런데도 우는소리가 나오니 무슨 영문인지)!  

내 회사 근처라고 일부러 어깨를 활짝 폈다던 점심엔 카타코토, 가을 밤바람이 시원했던 저녁엔 다이히로와 안킴랩, 함께 보낸 시간 전부 따뜻했다.

 

그가 삼고초려 끝에 얻어낸 카타코토의 JMTGR 카레,,, 밀크티도 마시고 반해서 카타코토에서 알바하고 싶다고 함(절대 안돼요, 사장님! 얘 오늘 밥 네 그릇에 밀크티까지 때리는 거 보셨져,,,?) 
다이히로의 간장새우덮밥! 사케동이 다 팔려서 아쉬웠다. 참고로 다이히로는 다이조부니와 사장님이 같아서 적립하고 보니까 7000p 넘게 쌓였어 얘두라,,,!
남자 직원 분께 사장님이시냐 여쭤봤더니 "저는 종업원이고 제 와이프가 사장입니다."라고 하심 쏘스윗,,,! 그리고 여기 음료 진짜 다다다다 맛있당 커피 못 마시는 나 같은 사람도 커피 좋아하는 사람도 모두를 만족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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