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자기와타자
- 아침에는죽음을생각하는것이좋다
- 피부는인생이다
- 탐닉
- 이선프롬
- 상담자가된다는것
- 사건
- 사람들앞에서는게두려워요
- 오블완
- 도플갱어
- 우리가사랑할때이야기하지않는것들
- 지상의양식
- 예상문제
- 서있는여자
- 결혼수업
- 데카메론
- 문제풀이
- 고리오영감
- 나귀가죽
- 독서리뷰
-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 도시와그불확실한벽
- 상담심리사
- 티스토리챌린지
- 우리본성의선한천사
- 진짜사랑은아직오지않았다
- 성
- 사회불안장애
- 타인의의미
- 나랑하고시픈게뭐에여
- Today
- Total
화양연화
201016 vendredi 본문
blog.naver.com/leeojsh/222072898256
(같은 심리학도로서 서밤 님의 행보는 자랑스럽고, 응원하고 싶고, 서밤 님이 언제나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서밤 님을 참 좋아하는데 한 번씩만 들어가 본다. 볼 때마다 아프다. 어딘지 모를 만큼 깊은 곳이 새롭게 저민다. 건드리는 무언가 있겠지. 많은 그림일기 중에서도 최근 마음에 박혔던 건 이것이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했다. 사소하지만 내가 하지 않는 행동. 이유가 궁금해서 질문을 퍼부었다. 그는 다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고, 애정을 표현했다. 마음을 가득 느끼면서도 생각은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도대체 왜 그랬냐고! 이유를 듣지 못해서였다.
하지만 정말 이유를 듣지 못한 것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지 않는 행동을 상대가 할 때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변절에 대한 불안을 전제하는 건데, 결국 그는 내 깊은 감정까지 어루만져 주려 하였고, 그건 말하지도 않은 핵심에 대한 답변이었는 걸.
왜 내가 좋은 거야?(정말 미안) 어떻게 그냥 맞추는 거야? 네 입장은 왜 말 안 하고 내 이야기에 바로 수긍하는 거야? 왜? 왜? 왜? 그래도 이건 내가 옳아, 타협 못해, 하는 부분이 왜 너는 나보다 적은 거야? 너는 쉽게 맞추는데, 나는 왜 그걸 못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나 심각하게 못해? 의 폭풍에 휩쓸려 말을 삼키다가, 네 마음은 느껴지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게 나한테는 중요한 거 같다, 그래서 자꾸 묻고 싶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서 나도 짜증나지만 생각 없이는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고 뱉었다. 그는 흔쾌히 뭐든지 물어보라고, 물어보면 이해되도록 성실히 설명해주겠다고 했다.
내가 화성이라면 너는 명왕성이야. 그 정도로 우리는 달라. 하지만 두 세계가 점차 만나면서 '아,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배우고, 따라하기도 하는 거지. 나는 자존심도 강하고, 고집도 세.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할 걸? 밖에서는 많이 부딪혀.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 예를 들어서 너랑 다툰 후에 나도 기분이 별로이지만 너도 그닥일테니까 내가 먼저 다가가서 사과하고 기분 풀어주면 서로 으르렁대면서 시간 끄는 것보다 나도 더 빨리 기분 좋아지고 너도 풀리고 나서는 미안하니까 잘해주게 되거든. 그럼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한 선순환이 돼. 그러니까 내가 맞다고 끝까지 우기는 일은 소용없어. 그리고 상대의 방식을 받아들이면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내 세계도 풍성해져. 나는 책을 라면 받침대 이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너랑 만나면서 왜 사람들이 책을 소장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어. 네가 좀 유별나긴 해. 말했잖아. 나는 유별나지만, 너는 더 유별나다고. 유별난 애들은 부모님 속을 썩이지만, 부모님 속을 단 한 번도 안 썩인 건 더 유별난 거야. 확률적으로 열에 여섯이 부모님이랑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면서 자라는 평범한 애들이고, 셋은 유별나서 부모님 속 썩이는 애들이고, 나머지 하나가 그냥 부모님이랑 잘 지내기만 하는 제일 유별난 애야. 유별난 사람은 유별난 사람들끼리 만나야 해. 보통 사람들은 이해 못 해. 그래서 우린 잘 만난 거지. 나랑 지내면 넌 행복할 거야.
'적바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24 samedi (0) | 2020.10.26 |
---|---|
201019 lundi (6) | 2020.10.20 |
201015 jeudi (4) | 2020.10.15 |
201014 mercredi (2) | 2020.10.14 |
201012 lundi (11) | 2020.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