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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01024 samedi 본문
밀란 쿤데라를 알기 전 가장 사랑했던 이분법은 '지와 사랑'이었다. '지'를 못 벗어나면서도 골드문트가 되고 싶었고, 나르치스를 얕보았다. 쿤데라를 만나고는 당연히 '무거움과 가벼움'에 빠졌다. '지'는 '무거움', '사랑'은 '가벼움'으로 연결되었으나, 여기에서는 자리가 달라졌다. 나는 애초부터 무거운 사람이었고, 가벼움을 괄시하였으며, 가벼운 이들이 가끔 부러웠음에도 그들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내려가기 전에 고민했다. 요즘 가까이 지내는 이 때문에 가정 불화가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맞이한 집은 드넓었고, 창가에 쏟아지는 볕이 따스했으며, 심지어 있는 줄도 몰랐던 여태 살뜰히 모은 재산을 자식들의 혼사를 위해 줄 예정이라고 했다. 나고 자란 그곳의 공기는 양수처럼 미지근하고 편안했다. 그렇게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엄마가 사람들 앞에서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짜증내며 눈물을 터뜨렸다. 그가 마음에 안 드는 이유 중 하나는 '깊이가 없다'였고, 이는 '가벼움'과 이어졌다.
살면서 엄마의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엄마는 순수하고 사랑스럽지만, 직설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엄마의 사랑은 때로 나를 의뭉스럽고 건조하게 만들었다. 엄마를 닮지 않도록. 엄마는 내가 남자에게 사랑 받길 바랐다. 돈 많고 마음 넓은 사람과 풍족하게 살길 바라셨다. 그렇지만 나는 진득하게 누구를 만나기는 커녕 아무에게도 충실할 수 없었다. 다 장난 같았다. 세상에 남자는 너무 많고, 누가 얼마나 돈이 많고 마음이 넓고 나랑 잘 맞는지 알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람과 있어도, 저 사람과 있어도 즐거웠다.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것보다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던히 사랑을 찾았지만, 사랑이 없다는 전제하였다. 땅이 없는 줄 알면서 집을 지으려고 했다. 없는 땅이지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미약한 희망 위에 짓는 집은 바람 한 점에도 무너졌다. '사랑은 어차피 와해된다'는 공식이 마음을 잠식했고, 안 그래도 사람을 가리지 않는 나를 이해하려고 애쓰느라 진이 빠진 애인들은 더 힘겨워 했다. '어차피'는 나이 들수록 '결혼'과 가까워졌다. 어차피 헤어질텐데 결혼해서 뭐해?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이 제일 우스웠다. 나는 누구나 만날 수 있고 너도 누구든지 만날 수 있고 그게 자연스러운데, 둘만 함께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엄마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지만 사랑을 몰랐다. 그가 지와 사랑이나, 가벼움과 무거움 중 어느 한쪽에 들어가지 않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그런 엄마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머리를 싸맸다.
결론은 이직에 성공해서 우리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러려면 공부도 해야 하고, 운전 면허도 따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 조만간 관악산에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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