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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250722 mardi: 결혼 추천의 글 본문
오늘은 피아노 학원에서 아홉 번째 레슨을 받은 날이다. 컨디션에 따라 연주의 완성도는 왔다 갔다 하나 어쨌든 쇼팽 왈츠 14번을 완성하였고, 이후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 3악장을 지금까지 배우고 있다. 이 곡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중학생 언니가 치는 걸 듣고 알게 되었다. 전공을 준비하던 언니였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영원히 기억되는 노래가 있는데, 이 곡이 그랬다. 수없이 듣고 외운 지 20여 년은 족히 흘렀으니, 늘 배우고 싶었던 곡을 진짜로 배우는 데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 이 곡은 잠시도 쉬는 구석이 없다. 연주하려면 신경 쓸 게 많다. 그래서 너무 어렵지만, 이렇게나 여러 번 듣고 치는데도 전혀 질리지 않는 명곡이기도 하다.
피아노 학원에 처음 갔을 때는 낮이었다. 학원은 오피스텔 상가에 있었고, 별 특이점이 없었다. 그런데 퇴근하고 레슨 받으러 갔더니, 번쩍번쩍했다. 다시 보니 근처가 거의 전부 술집에 모텔이었다. 날이 더워지면서 뜨거운 공기를 타고 술 냄새, 담배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취했거나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그곳은 내 앞에 차가 지나가도 영상을 보고 있는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진다. 몇 년 전 아주 추운 겨울에 퇴근만 하면 번화가에 가던 때가 있었다. 그때가 종종 떠오르지만, 그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지가 더 와닿는다.
요즘은 걱정이 없다. 특히 돈 걱정을 안 한다. 먹고 싶은 음식 먹고, 입고 싶은 옷 사고, 받고 싶은 교육 있으면 신청하고 그런다. 상담은 여전히 어렵고 마음처럼 잘 안 되지만, 예전만큼 이걸 완벽하게 잘할 생각은 안 든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한다. 일도 많이 줄였다. 지금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어차피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일을 다할 수 없으니, 될 때 하고, 다 못하더라도 과감하게 놔둔다. 심지어 내가 일을 다했는지 다하지 못했는지 점검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 더욱 적절한 환경이다. 상담심리전문가가 되고 싶지만, 열정 3악장을 멋지게 치고 싶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고, 소중한 주변 사람들 옆에도 있어 주고 싶고, 좋은 책도 많이 읽고 싶다.
늘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문제를 제공한 사람들을 원망했고, 그래서 사는 게 막막했다. 그런 시간들이 길어지자 그 자체가 인생이라 여겼다. 학원에서 집에 오는 길은 도보로 20분 정도가 걸리는데, 걸으면서 열정 3악장을 듣는다. 자동차가 와도 피하지 않는 취객들 사이를 누비다 보면 어느새 적막한 골목길이 나온다. 그땐 음악과 내가 세상에 단둘이 있는 것 같다. 번잡과 고요의 단차가 감각으로 느껴질 때 충만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많은 것들이 결국 견딜 만해졌다는 게. 세상 사랑스러운 남편과 멋진 직업이 있다는 게. 여전히 음악과 책이 함께라는 게. 이렇게 차분하고 편안한 시간이 인생에 있을 줄은 몰랐다. 역시나 많은 심리학자들이 증명한 대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가 맞는 것 같다. 다들 결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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