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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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50517 samedi: 디지털 피아노 구경 다니기

도르_도르 2025. 5. 19. 17:12

C는 식 전에 어디에서 뭘 들었는지 결혼 선물로 고가의 가방을 사 주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가면 면세점이나 유럽 아웃렛 등에서 가방을 구입할 수 있을 거라 여겨 제법 기다렸다. 하지만 막상 기회가 왔을 때 나는 매장 대신 미술관과 공동묘지에 가기를 강권했다. 빈손으로 한국에 돌아온 뒤 C는 다시 가방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가방에 대한 아무런 느낌 없었다. 그래서 "그 돈이면 차라리 피아노를 사겠다."라고 푸념처럼 말했는데, 이후로 우리는 주말마다 피아노를 보러 다니고 있다.^^
 
안방에 있는 디지털피아노는 10년 전 당시에는 고급 모델이었지만, 요즘은 더 어쿠스틱 같은 전자 피아노들이 많이 나왔다고 들었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들로 200~300만 원 대면 괜찮은 물건을 살 수 있을 거라 짐작하였다. 하지만 시연을 해 보니, '100만 원대<200만 원대<300만 원대<<400만 원대<<<<600만 원대' 느낌이었다. 300만 원대까지는 손에 안 차고, 400만 원대 피아노 아니면 전시 피아노를 현금가로 580에 해 준다는 600만 원대의 피아노 NU1XA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NU는학원의 조율 안 된 어쿠스틱보다도 훨씬 좋았다. 헤드셋 끼면 피아노 세상에 빠져서 10시간 동안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https://kr.yamaha.com/ko/products/musical_instruments/pianos/avantgrand/nu1xa/index.html

NU1XA - 개요 - 야마하 - 대한민국

기존 방식을 뛰어넘어 어쿠스틱과 디지털의 경계를 허문 세련된 소형 AvantGrand 모델

kr.yamaha.com

 

시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C가 피아노를 산다면 얼마를 보탤 수 있냐고 물어 보아서 1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더니, "그럼 그걸로 할까?"라고 해서 내가 다급히 "NU???!!!!"라고 물었고, C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너무 비싸서 그의 선택지엔 NU가 없었던 것이다. 꼭 야마하를 사야 하는 건 아니니까, 다음 주말에는 동생이 사는 지역에 있는 악기사에 가기로 하였다. 야마하 외의 다른 브랜드의 디지털 피아노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동생과의 식사 약속도 덤으로 잡았다.
 
4월 초에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레슨은 지금까지 4번 정도 받았다. 첫 곡이었던 쇼팽 왈츠 14번을 나름 마무리하고, 오늘은 열정 3악장의 첫 레슨을 받았다. 레슨을 받으면서 '이 곡을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연습해야 할 많은 부분들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외부 일정들(악기사 방문 및 피아노 시연 포함) 때문에 연습 못하고 바로 학원을 나서야 했다. 그래서 귀가를 하자마자 헤드셋을 끼고 피아노를 쳤는데, 내가 연습하는 동안 C는 다른 방에서 우리가 와인 한 잔 하기로 했던 걸 기다렸다고 했다. 어느 순간 12시가 넘은 걸 확인하고 C에게 갔더니 그는 잔뜩 삐져 있었다. 그는 "피아노 안 사 줄 거야!!!!"라고 외쳤다. 지금 피아노로도 정신 없이 치는데 더 좋은 거 사 주면 자기는 안중에도 없겠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속상함을 달래 주기 위해서 와인 같이 마실 수 있게 판도 깔아 놓고, 여러 번 권유와 초대를 했지만 그는 거절하다가 혼자 웅크리고 잤다. 나는 혼자 맛있는 와인을 홀짝거리며 현재 피아노 다음으로 빠져 있는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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