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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30506 samedi

도르_도르 2023. 5. 6. 22:36

조금 놀랐던 동네

이런 사진을 보내니까 곧바로 전화가 왔다. 그의 관심과 걱정은 상식적으로 완전히 이해된다. 그의 장난은 시기적절하며 적합하다.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의 마음은 알겠다. 안다고 자꾸 믿게 된다. 침대 위라는 목소리는 나른했다. 처음 와 본 장소에서 새 보금자리를 구해야 하는 날이 선 나와 대조되는 텐션이었다. 덕분에 차분해졌다. 우리는 머리를 뒤로 하고 웃어젖혔다. 그는 내가 보인다고 말했다. 나도 그가 보였다. 때때로 얽히고설키고 잊고 떠올리고 무거워졌다 가벼워졌다 하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절대 나누지 않지만, 무슨 말을 해야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앞날의 모름을 같이 지켜봐 주고 궁금해하는 그가 있어서 진정으로 위안이 되었다. 멀리 있지만 여전히 그날처럼 가깝다고 느낀다. 붙어 있어도 곁에 없고 멀리 있어도 가깝다. 그는 자신의 장단에 맞춰 춤춘다. 보고 웃는 내 눈을 한 번씩 마주칠 뿐이다. 얼마 전에 누군가가 자기는 사람을 보면 눈빛부터 본다고 했다. 눈빛 같은 걸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오만한 행태라 여겼는데, 나도 그의 눈에서는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는 빛을 읽었다. 그래서 감내한 건지도 모른다. 그런 아련함을 선사해 주는 이가 있어 감사하다.

인터넷에서 확인 가능한 조건에 맞는 매물을 한 달 전부터 몽땅 살폈다. 그중에서도 위치, 가격, 집 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살고 싶었던 곳을 오늘 볼 수 있었다. 지하철 역, 버스 정류장과 가깝고, 집 앞 하천가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고민 끝에 이번 해에 치려던 가장 큰 시험 하나를 포기했다. 어차피 시험을 쳐도 그다음 관문이 남았기에 자격증을 올해 딸 순 없다. 그래서 그 시간에 직장에 적응하고 대출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년 시험은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서 한 번에 자격증 취득까지 가려고 한다. 날씨만 좋으면 관악산에 올라서 기도를 해야 하는 때이다. 따지고 보면 더디기는 하지만 점점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무엇을 추구하는지가 이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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