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진짜사랑은아직오지않았다
- 아침에는죽음을생각하는것이좋다
- 상담자가된다는것
- 상담심리사
- 독서리뷰
- 탐닉
- 서있는여자
- 도플갱어
- 타인의의미
- 티스토리챌린지
- 나귀가죽
- 고리오영감
- 오블완
- 사람들앞에서는게두려워요
- 스픽후기
- 도시와그불확실한벽
- 문제풀이
- 데카메론
- 지상의양식
- 예상문제
- 이선프롬
- 성
- 영어공부
- 사회불안장애
- 피부는인생이다
- 우리가사랑할때이야기하지않는것들
- 스픽
- 사건
- 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 나랑하고시픈게뭐에여
- Today
- Total
화양연화
220323 mercredi: 코로나 확진 2일차 본문
생각보다 늦잠을 못 잤다. 출근하지 않아도 직장인의 루틴에 맞춰진 생체 시계를 보니 나도 참 많이 컸다. 매일 티스토리에 격리 일기를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어제는 구청에서 카톡이 왔었는데, 오늘은 본격 확진자라는 문자를 받았다. 일단 불닭볶음면 사발면이 보여서 먹었고, 그다음으론 고기+냉면+밥+청국장을 세트로 배달시켜서 냉면만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저장해 두었다. 어떠한 동적인 활동도 하지 않으니까 배가 고픈지 잘 느껴지지 않았다. 군데군데 바나나와 약과와 카스타드 등 간식을 먹었다. 치아의 임시충전제가 한 번 빠졌다. 도합 세 번째였다. 깨끗이 양치하고 익숙한 손길로 충전제를 다시 밀어 넣었다. 확진됐던 병원에서도 한 번 전화가 왔다. 상태는 괜찮은지, 약은 잘 먹고 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증상이 더 악화되었으면 약을 다시 처방해 줄 수 있단다. 하지만 대리인이 수령하러 와야 한다고 했다. 집에 대소사를 봐주는 누군가 상주하고 있는 건 참 행운인 것 같다.
널어놨던 빨래를 거두고, 손톱을 깎고, 좋은 피자 위대한 피자(이하 좋피위피)를 잔뜩 했다. 종종 찬에게 연락하여 그의 상태를 살폈다. 게임을 할 수 있는 나의 상태를 찬은 부러워했다.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했고, 거실 창문은 계속 열어 두었다. 방 정리를 딱 해서 깔끔한 환경에서 격리를 하고 싶었는데, 정리의 첫 스텝인 '너부러지게 하기'만 달성하여 방은 더 엉망이 되었다. 어제 나의 격리 소식을 들은 T는 여느 때처럼 취해서 여러 말을 했다. 그중 하나는 "나는 네가 청소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였는데, 무슨 뜻인고 하니 "내가 생각하는 청소의 개념과 네가 생각하는 청소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게 이런 상황을 뜻했나.
평소에 쿠팡을 잘 이용하지 않는데, 그 편리함은 익히 들었지만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분들의 기사를 보면 마음이 좋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삼성 노트북, 아이패드, 애플펜슬, 아이폰, 에어팟 프로로 슬기로운 격리 생활 중인 나에게 8핀 충전기가 갑자기 잘 되지 않는 것은 악몽이었다. 쿠팡 와우 회원인 지인 찬스를 통하여 8핀 케이블을 주문했고, 그 김에 먹고 싶었던 과일과 요구르트도 샀다. 다음 날 이 모든 것들을 바로 받아볼 수 있다니 놀랍도록 편하긴 하다.
큰일을 앞두고 있거나 시간이 갑자기 많아졌을 때 나오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온갖 커뮤니티의 글을 싹싹 다 읽는 것이다. 평소엔 나와 상관없는 일로 피로해지는 게 싫어서 자극적인 글, 특히 기사들을 일부러 안 본다. 집 산다고 대출을 잔뜩 받은 것도 아니고 주식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세상 돌아가는 일을 뒤늦게 아는 것은 괜찮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소식이야 나와 제일 동떨어진 일이고. 하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끈을 놓는 것처럼 엄청나게 빠져들고 끝도 없이 열독하다가 밤을 새 버린다. 오늘도 짧고 강렬하고 재미있지만 기억엔 안 남는 그런 글들을 읽었다. 개중에 '이 책 꼭 읽어 봐야지.', '이 프로 한 번 봐야지.', '이 영화 재미있겠다.'는 있었지만 그 스크린샷을 다시 확인할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려니까 괜스레 아쉬웠다. 평소 등단하지 않은 작가는 진정한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런 작가들의 책은 일부러 피하는데, 웃기긴 하지만 문학적 가치가 없는 글을 여태 잔뜩 읽었으면서 침대 머리맡에 둔 두 권의 책은 그대로 놔두고 자려니까 이런 이율배반도 없구나 싶었던 것이다. 첫 번째 책을 결국 폈다.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라는 제목의 단정하면서도 화사한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선물 받아 각별한 마음이 있지만,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아 책을 갖게 된 지 1년 만에 본격적으로 읽게 됐다. 독서할 때 글과 내 마음의 농도가 딱 맞아떨어져서 어떠한 문장이든 간에 마음에 찹찹하게 흡수되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이 책의 첫 꼭지는 좀 부유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랑'이란 언제나 나의 최대 관심사였으므로 계속 읽어나갔다. 그러다가 만난 '둘 다 같은 일'이라는 글부터 작가와 내가 조금의 빈틈도 없이 딱 맞붙었다. 필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책을 1/4쯤 읽었다. 긴 독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하루가 훨씬 풍성해졌다.
'적바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325 vendredi: 코로나 확진 4일차 (2) | 2022.03.26 |
---|---|
220324 jeudi: 코로나 확진 3일차 (2) | 2022.03.25 |
220322 mardi: 히스토리 및 코로나 확진 1일차 (7) | 2022.03.23 |
220307 lundi (2) | 2022.03.07 |
220304 vendredi (0) | 2022.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