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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8/29 『노르망디의 연』_로맹 가리 일주일 동안 조금 바쁘긴 했지만 아침 루틴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던 이 일을 완전히 잊고야 말았다! 오랜만에 일기나 써 볼 요량으로 티스토리에 들어왔다가 이 루틴을 잘 진행하고 있는 지인들의 귀한 글귀들을 확인했고, 메모지를 몇 종 지르고, 뒤늦게 다시 발을 넣어 본다. -한 가지 질문만 하겠는데, 단 한마디로 대답하세요. 우아함을 특징짓는 것이 무엇일까요? 나는 폴란드 소녀를 생각했고, 그녀의 목을, 그녀의 팔을,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떠올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움직임입니다. 난 19점을 받았다. 내 대학입시는 사랑에 빚졌다. 8/30 『콜레라 시대의 사랑 1』_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들이 결혼의 대재앙을 피하는 것이 사소한 일상의 불행을 피하..
목요일에 면접이 잡혔다. 지난번 탈락의 쓰라림이 아직 남아있는 지금 꽁무니 빠지게 면접을 준비해야겠지만, 또 구인란을 뒤졌고, 이번 면접에 합격하고도 병행할 수 있는 파트타임 일을 찾아냈고, 지원서를 쓰다가 이리로 왔다. 얼마 전에 교육을 들었다. 교육을 통하여 감개무량하게도 범죄피해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가 자격이 주어졌다. PAI와 관련 깊은 회사에 다녔던 것과 청소년상담사 2급(레알 효자 자격증) 덕택에 그 자격을 부여받은 것 같다. 내가 갈 지역은 강원도이고, 범죄피해평가 전문가로는 생계를 이어갈 수가 없어 일을 하려면 (아직은 없는) 기존 직장에 휴가를 내거나 업무가 없더라도 종일 일정을 비워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교육을 받으면서 이미 범죄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신을 상상하며 의기양양했..
현과 차로 오며 가며 이야기할 시간이 많았다. 준비하던 것들이 잘 안 된 데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면서 상담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았다. 대학원에서 만난 친구 중에 센터 차려서 하다가 접고 이제 다른 직종으로 옮긴 애가 있다, 거기에 만족하면서 일하는 것 같아 좋아 보였다, 상담 일은 품이 너무 많이 들고 어렵다고 뼈아프게 느낀 것 같더라, 그런데 현이 "상담 센터 차리는 거 좋네!"라고 해서 얘가 앞에 몇 마디만 듣고 딴생각했나 싶었다. 상담 센터 차려서 하다가 잘 안 되어서 접은 거라고 다시 설명하니까 현이 자기가 여태 모은 돈으로 뭘 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뭘 하나 차려서 사람을 고용하면 좋겠다고 결론 내렸단다. "아, 그럼 센터 차려서 나를 고용하겠다고?" 어렸을 때..
8/16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_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가독성이 너무 떨어져서 아래에 다시 적어 본다. 작중에서 드미트리가 알렉세이에게 하는 말인데, 황야의 이리 같은 인간(그중에서도 특히 나)의 본성이 잘 드러난다. "(…) 아름다움이란 말이다, 섬뜩하고도 끔찍한 것이야! 섬뜩하다 함은 뭐라고 정의 내릴 수 없기 때문이고, 뭐라고 딱히 정의 내릴 수 없다 함은 하느님이 오로지 수수께끼만을 내놨기 때문이지. 여기서 양극단들이 서로 만나고, 여기서 모든 모순들이 함께 살고 있는 거야. (…) 이성에겐 치욕으로 여겨지는 것이 마음에겐 완전히 아름다움이니 말이다. (…)" 8/17 『노르망디의 연』_로맹 가리 나는 내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으며, 세상에는 학교가 내게 가르쳐준 것과 전혀 다른 무게중심이 ..
혼자 카페에 가는 일은 잘 없다. 애초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나에게 카페는 만남의 장소일 뿐 커피 맛을 음미하는 공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언갈 할라 쳐도 카페에는 2단 독서대가 없다(집에는 있다). 대신 듣고 싶지 않은 음악과 소음이 있다. 또한 고작 혼자 카페에나 가자고 씻는 것은 뭔가 아까운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집 근처에 이라는 독서실급의 공부하기 좋은 카페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심지어 그곳에서 각자의 할 것을 들고 온 두 지인이 알고 보니 옆 자리에 앉아 있었고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오늘에야 처음 방문해 보았다. 2층에 자리한 나도 물론 혼자이지만, 2인 이상 함께 앉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노트북 및 태블릿 PC를 지참하고 할 일에 열중하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좋은 친구들의 좋은 습관의 영향을 받아 오늘부터 '오전에 책 읽고 인상적인 구절 작성해서 공유하기'를 하려고 했으나 이제 일어났다(ㅎ2). 그래도 자기 전에 게임 대신 독서를 하면 백발백중 숙면을 취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유용하다. 곰들이 귀엽긴 하지만 자기 전에는 벽돌들에게 집중해야겠다. 언제 마지막으로 머리를 감았더라. 책상 앞에 앉으니 그 곁에 있는 공기청정기가 우우웅하며 경종을 울려 준다.
수험번호가 떴다. 지난번에는 원서를 좀 늦게 냈었는데 번호가 앞이라, 이번에는 원서를 빨리 냈으나 역시 앞 번호다. 지난번 수험번호보단 늦지만 빼박 모든 시험은 첫날에 친다는 확신이 드는 빠른 번호... 4일 만에 운동하고 씻었다. 샴푸를 칠하고 씻어내고 한 번 더 칠하고 씻었다. 머리칼과 몸을 말리고 옷을 갈아입으니 정말 상쾌했다. 거실에는 공기청정기와 제습기와 에어컨이 돌아간다. 정확한 날짜는 안 떴지만 시험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고 봐야 한다. 다시금 공부한 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시험 때 아는 문제가 그래도 두어 개 나온 게 기적처럼 느껴진다. 이번 시험만 끝나면 꼭 일을 구해야지. 책도 더 많이 읽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피아노도 오랫동안 쳐야지.
세상에 좋은 글을 정성스럽게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런 글을 쓸 바에야 한 번 더 자고 숙취 해소를 꾀하는 게 낫겠지만, 머리가 복잡해서 노트북을 열었다. 어제 술을 퍼 마셨다. 시험을 앞둔 자로서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는 생활이란 만족스럽기 그지없지만, 일과 사랑 모두를 놓칠 위기에 처한 삶은 잠들 무렵 죽음 떠올리게 했다. 감히 입 밖으로 꺼내기도 어려운 불안이었다. 약속이 잡히자 알코올이 가져다주는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기다리게 되었다. 술 취해서 한 실수가 100개는 넘을 텐데 그것보다 즐거운 기분이 더 기억에 남는다니 뒤늦게 신기하네. 아무도 마시라고 내게 강요하지 않았고, 술을 마시지 않는 친구도 있어서 그 친구의 페이스에 맞춰도 됐을 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