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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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10107 mercredi: Rain and tears and sleeveless

도르_도르 2021. 1. 8. 12:00

매우 찾고 싶은 노래가 있었다! 올드 팝송이고, The Platters의 'Smoke gets in your eyes'랑 살짝 비슷하고, 제목인가 가사에 tears가 들어간다는 단서가 있었다.
www.youtube.com/watch?v=H2di83WAOhU

참고 자료스


고등학생 때부터 10년 가까이 들었던 오디오는 CD도 재생되는 꽤 좋은 성능의 것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자취방으로 이사 가면서 나는 그 오디오와 CD장에 꽂혀 있던 CD 몇 장을 챙겼다. 우리 가족은 음악 마니아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아니었는데, 집에 음악 CD가 유독 많았다. 그 CD들은 자켓 이미지가 비슷하여 언뜻 보아도 세트였다. 나중에 원룸에서 보니 CD에 비닐 포장까지 붙어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게 우리 집에 있었음에도 아무도 신경 안 썼던 것이다. 비닐을 벗긴 나는 곧 올드 팝송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서는 어떤 CD를 들을 때 그 다음 곡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내가 더 좋아하는 음악이 다음 곡으로 재생될 걸 아는 설렘이 참 좋았다. 지금은 곁에 없는 친구들과 그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기도 했다.

이제는 오디오도, CDP도, CD도 없다. 그 플레이 리스트를 종종 알고 싶지만 알 만한 단서도 없다. 스마트폰과 음악 어플과 블루투스 스피커만 있으면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좋은 음악을 소개해주는 창구도 너무 많지만, 가끔은 그 플레이 리스트가 그립다. 그 음악들은 붕 뜬, 그게 좋기도 불안하기도 했던 노을 같은 스무 살로 날 데려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 벅차게 했던, 새로운 경험들 속에서 잠식될 것 같았던, 위태롭고도 아름다운 시간. 한 번씩은 사무치게 그 음악들을 듣고 싶어진다.

마침내, 그 노래를 찾았다!
www.youtube.com/watch?v=YQyxCL1uMlU

Aphrodite's Child의 'Rain and tears'였다!


그의 휴대폰 사진첩을 봤다. 어릴 적 찬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구성은 이랬다.
1위: 처음 보는 내 사진들, 2위: 운동 관련(영상 캡처, 운동 중 촬영, 영양 성분 표 등), 3위: 음식
어떤 머리 모양이 가장 잘 어울리는지 포트폴리오처럼 참고할 수 있을 만큼 내 사진이 많았다. 간간히 내가 찍어준 그의 사진도 있었다. 예전 생각이 났다. 나시 쪼가리를 한 계절 동안 입고 다녔지. 잘 보면 작은 구멍도 나 있는 낡은 옷. 몰래 버릴까 고민도 했다. 평생 민소매 착용자와 데이트해 본 적이 없었던, 아니, 데이트는 커녕 밥도 같이 먹은 적 없었던 나는, 더워지는 날씨와 더불어 그의 옷차림이 상당히 가벼워지는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타인의 가정 환경, 옷차림, 머리 모양 등에 왈가왈부하면 안 된다는 철칙 하에 입 꾹 다물었다. 줄기차게 만났을 뿐이다. 다행히 어느 순간엔 익숙해졌는지 별일 아니게 되었다. 그가 열이 많고 더위를 잘 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나의 아무렇지 않음에 도움을 줬을 것이다.

그가 심하게 장난을 쳐서 기분이 나빴다. 요샌 기분이 나빠지면 목에 힘이 빠진다.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 아주 빠른 저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마구 한다. 그러면 그는 내게 진정하라고 한다. 실수를 알아차린 그는 장난이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은 상식이자 사실이라 장난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알려달라 한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런 말을 왜 한 걸까. 잔뜩 화가 났다.

그는 자신이 심리학을 전공했으면 좋았을 걸, 이라고 말했다. 만일 그랬다면 눈에 보이는 거 하나 없이 무슨 소리들인가 싶어 전과했을 거라고 일침을 가하려던 찰나, 그래서 내가 소속된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내 옆 자리에서 같이 일하고 장난치고 밥도 먹고 종일 보고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생각이었다. 입버릇처럼 '우린 달라'를 외치는 나와 맞춰 가려고 그가 얼마나 애쓰는지 확 느껴졌다.

근방 500m를 처음 벗어났던 서울숲 데이트,,, 원피스 차림의 내 앞에 나시 쪼가리가 나타나 번뇌에 시달렸던 기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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