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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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여정

9월 둘째 주(9/5~9/11)

도르_도르 2022. 9. 9. 13:47

9/5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_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어제 찬과 크게 다투었다. 나까지 언성을 높인 것은 처음이었는데, 나는 그게 갈등을 빚을 만한 문제라는 것도 납득이 안 가 황당했다. 소리 지르는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속 시원했다. 또 며칠 연락 안 하다가 한쪽이 마지못해 화해를 시도하겠지.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내 생각으론, 악마가 존재하지 않아서 인간이 악마를 창조해 냈다면, 인간은 그것을 자신의 형상과 모습에 따라 창조했을 거야."


9/6
『달콤한 나의 도시』_정이현

삶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모욕을 받는 순간 나는 도망갈 궁리 먼저 한다.


9/7
『지상의 양식』_앙드레 지드

나타니엘, 각자의 불행은 항상 저마다 자기 나름으로 바라보며, 자기가 보는 것을 자기에게 종속시키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사물들 하나하나는 우리에게가 아니라 그 사물 자체에게 중요한 것이다. 그대의 눈은 바라보이는 사물 바로 그것이어야 할 것이다.


9/8
『이바나』_배수아

부모님 댁이다. 온 집을 뒤져봐도 메모지를 찾을 수 없었다. 어렴풋이 문구류 욕심쟁이 하나가 메모지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보따리 싸서 자기네 집으로 가져간 기억이 났다. 스무살 때 첫 자취방에서 『이바나』를 읽었다. 어제 Y가 나와 10년도 넘게 알고 지냈다고 말했다. 그때 그가 멘토링했던 어린이의 나이도 벌써 스무살이다.
나는 이별하고 머리 자르는 키치를 좋아한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김행숙 시인의 「머리카락이란 무엇인가」도 그래서 좋아한다.

사랑이 우리 곁을 완전히 떠날 때, 우리는 목욕탕에서 스스로 머리칼을 자른다. 머리칼이 없다면 팔이나 혀를 자르거나 눈을 잃게 된다.
고통에 대하여, 육체란 영혼보다 더욱 직접적이며 분명하게 말한다. 육체란 영혼의 언어이다. 영혼은 육체를 빌려 말한다.
사랑이여, 베어나간 내 살이여.
자신의 일부가 베어나가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단지 섬뜩함만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정체를 알 수 있게 될 그런 섬뜩함만이 피부에 남아 있다.


9/9
『봉순이 언니』_공지영

언뜻 책 표지가 보이는가. 이제 이것도 세련되게 바뀌었겠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은 권선징악이 아닌 책이었다. 그 충격이란.

그러나 그후 나는 생각을 바꾸었던 것 같다. 그래,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으면 봉순이 언니의 삶은 달라졌을 것이지만, 아마도 그녀는 다른 방식으로 불행해졌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삶에서 사소한 일이 없는 이유는, 매 순간 마주치게 되는 사소한 선택의 방향을 경정하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총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사소한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사소한 것의 방향을 트는 삶의 덩어리가 중요하다는 걸 내가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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