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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왕/여정

9월 첫째 주(8/29~9/4)

도르_도르 2022. 9. 2. 19:44

8/29
『노르망디의 연』_로맹 가리

일주일 동안 조금 바쁘긴 했지만 아침 루틴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던 이 일을 완전히 잊고야 말았다! 오랜만에 일기나 써 볼 요량으로 티스토리에 들어왔다가 이 루틴을 잘 진행하고 있는 지인들의 귀한 글귀들을 확인했고, 메모지를 몇 종 지르고, 뒤늦게 다시 발을 넣어 본다.

 

-한 가지 질문만 하겠는데, 단 한마디로 대답하세요. 우아함을 특징짓는 것이 무엇일까요?

나는 폴란드 소녀를 생각했고, 그녀의 목을, 그녀의 팔을,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떠올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움직임입니다.

난 19점을 받았다. 내 대학입시는 사랑에 빚졌다.


8/30

『콜레라 시대의 사랑 1』_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들이 결혼의 대재앙을 피하는 것이 사소한 일상의 불행을 피하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제때에 배웠더라면, 아마도 두 사람의 삶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혜란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때 온다는 것이었다.


8/31

『정확한 사랑의 실험』_신형철

낙관의 논리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고 희망의 논리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9/1

『빛의 과거』_은희경

아이패드와 맥북(특히)을 이용한 메모는 참으로 어렵다.

 

1977년의 6월과 7월은 일생에서 내가 가장 예뻤던 때일 것이다. 그때 나는 아침이 밝아오는 순간과 함께 깨어나는 설렘의 조도를 알았고 저녁 미풍 속에 깃든 저물어가는 쓸쓸함의 음영을 알았다. 비가 뿌리기 전에 끼쳐오는 흙냄새와 기숙사 탁구대에서 들려오는 공 소리의 선명한 메아리를 알았다.

그와 함께 걸었던 모퉁이들의 햇살과 나무 그림자와 흘러가는 구름의 움직임을 알았다. 그와 나눠 마시던 평범한 커피의 향기와 찻잔의 온도와 손잡이가 놓여 있던 각도. 입술에 닿던 얇거나 두툼한 감촉을 기억했다. 그와 주변을 감싸고 있던 공기와 실내 벽의 색감과 담배 연기의 궤적과 잘 마른 옷감의 냄새. 그의 곁을 스쳐 가던 발소리와 나직한 말소리들.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볼 때 그의 무겁고도 허전한 눈빛과 감정이 들어간 손가락의 섬세한 반동을 알았다. 


9/2

『설국』_가와바타 야스나리

요즘 읽는 책에서는 따라 쓸 만한 문장을 발견하는 것이 힘들어 문장 발췌의 치트키 한 번 써 본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이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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