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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9월 넷째 주(9/19~9/25) 본문
9/19
『희랍어 시간』_한강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귀신에 홀리는 일과 비슷하다는 것을 그 무렵 나는 처음으로 깨닫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기 전에 이미 당신의 얼굴은 내 눈꺼풀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눈꺼풀을 열면 당신은 천장으로, 옷장으로, 창유리로, 거리로, 먼 하늘로 순식간에 자리를 옮겨 어른거렸습니다. 어떤 죽은 사람의 혼령이라도 그토록 집요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9/20
『용서하지 않을 권리』_김태경
누군가 범죄 피해자가 되었다고 해서 삶에 대한 그의 책임이 면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범죄 피해에도 불구하고 '범죄 피해로 인해 침범당하지 않은 삶의 다른 측면'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그 자신에게 있어야 하며, 그 책임을 무겁게 느낄 수 있어야만 비로소 성장의 동력이 생긴다.
9/21
『피부는 인생이다』_몬티 라이먼
세상을 떠난 사람이 재가 되면 잉크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의 몸에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문신의 이러한 영적인 의미는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새삼 더 확실히 느끼게 하고 더 선명한 눈으로 죽음을 바라보게 한다.
9/22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_조우리
「우리의 자리」_선우은실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자기의 자리’를 가늠하는 것이 삶의 전부라고 여겨도 좋을 만큼 삶은 세계에서 자기 존재의 부피를 확인하는 일로 가득차 있는 것만 같다. 자기의 자리를 확보하는 일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추구되며, 삶의 방향을 열망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자리’는 ‘어느 곳’이라는 구체적인 맥락 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확인할 수 있을 때 의미를 가진다. 어떤 것과 결코 교환되지도 않고 대체되지도 않는 ‘나의 자리’는 누군가와의 관계망 속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이렇듯 ‘자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관계지향적이다.
9/23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2』_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형제들이여, 사랑이란 스승과 다름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획득하는 방법을 알아야 되는 것이니, 이는 그 사랑을 획득하기란 지극히 어렵고 오랜 시간의 일과 오랜 기간을 통해 비싼 대가를 치러야 되기 때문이며, 그저 한 우연한 순간을 위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토록 사랑해야 한다. 순간적인 사랑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심지어 악당조차도 그런 사랑은 하는 법이다.
9/24
『지상의 양식』_앙드레 지드
주말에도 써서 올리고 싶었는데 드디어 하게 되었네!
즐겁게 타고난 영혼이여, 그대의 노래의 투명함을 흐리게 하는 것은 무엇이건 두려워하지 말라. 그러나 지나가 버리는 모든 것 속에서 불변하는 신은 물체가 아니라 사랑 속에 깃들어 있음을 나는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순간 속에서 고요한 영원을 맛볼 줄 알게 되었다.
9/25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_김영민
일어나서 뭘 좀 하다가 밥 먹고 누워서 책 읽다가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새벽 1시 30분이었다. 그렇지만 더는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자신을 탓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매일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에 다니게 되면 그에 맞게 적응할 것을 안다. 원래 아무리 9월 25일 새벽 5시라도 밤잠을 안 잤으면 아직 9월 24일인 척 다이어리도 쓰고 하루 목표도 달성했다고 하고 그러는데, 이제는 지금이 9월 25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21세기에도 여전히 송편 속에 콩을 넣는 만행이 지속되고 있다. 송편을 한 입 물었는데 그 속이 꿀이 아니라 콩일 경우 다들 큰 좌절감을 맛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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