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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바림

220709 samedi

도르_도르 2022. 7. 10. 02:03

2020년에 진행됐던 대학 강의를 듣고 있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이 주 내용이다. 아동학대 관련 법 조항을 배우다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직접 해당 조문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강의 내용과 실제 법 조문이 달랐다. 작년에 발의되고 올해부터 시행된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의 개정법률안이 교안에 반영되지 않아서였다. 조금 섬찟했다. 학대 아동과 피해자를 위해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느껴졌다.

가만히 돌아보니 16개월된 입양 아동이 양부모에 의해 숨져 전국민적 공분을 산 그 사건 때문에 입법 관련 기사가 쏟아졌던 것 같은데, 제대로 읽은 적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런 사건들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으며, 법과 제도와 인식을 바꾸기도 하는 사건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데에 관심 갖고 가능하다면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어떤 사건이 잘 알려지는 것은 단지 그게 심각하기만 해서 그런 게 아니며, 자극적인 내용을 앞세워 복붙식으로 도배를 해 놓는 것도 꼴 보기 싫고, 심지어는 그런 개탄스러운 상황조차 이용해서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게 혐오스러웠다. 나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한 분야의 일원이 되려면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는 게 맞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뒤늦게 기사들을 읽으면서 이제라도 이해하는 부분들이 생긴 게 감사했다. 이 사건이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점과 공부한다는 식으로 접근한 점이 머리를 덜 아프게 해 주었다. 지난 4월에 입양 아동을 숨지게 한 양모는 징역 35년을, 양부는 징역 5년이 확정되었다. 아동학대치사죄와 신설된 아동학대살해죄가 어떻게 다른지, 아동학대 특례법 개정안에는 어떤 내용이 추가되었는지도 찾아보았다. 이제 1년에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아동은 학대 판정과 관계없이 즉시 분리해 보호한다. 표면적으로는 아동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동이 머물 수 있는 학대피해아동 쉼터가 모든 지역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동은 전학을 가야 할 수도 있다. 분리 이후 아동의 생활이 괜찮을지 의문이 드는 구간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겠지만, 부모 교육을 강화하는 게 최선 아닐까. 진짜로 아동학대가 일어난 이후에 치료하는 것보다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모든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면, 학대당한 아동이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심지어는 커서 아동학대 가해행위자가 될 수 있다면, 임신에서부터 자녀의 발달과정에 맞는 부모 교육이 필수로 제공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회사도 임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자격증 하나를 따도 들어야 할 보수교육이 주야장천이다. 사람을 낳고 키우는 일은 무려 이 땅에 발 딛고 살 인간을 하나 내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에 왜 필수 교육이 없을까? 아동학대 이후에 상담이나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그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좋을 텐데. 대부분의 아동학대 가해행위자도 자신의 원가족에서는 피해자였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알아주고, 어떤 양육이 올바른 양육인지 알려 줄 사람이 그들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2013년에 가족사회학 강의를 들을 때도 마지막 리포트에 '이 강의를 가정을 꾸리려는 모든 사람이 들어야 한다'라고 썼는데, 무언가 잘못된 거 같으면 배워야 한다는 인식을 모두가 갖고 있으면 좋겠다. 배움이 필요한 사람이 배울 수 있도록 기회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예산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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